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덕후의 전성기, 덕력이 경쟁력

별종에서 스스로 행복 추구하는 준전문가로 인식 전환

기사승인 2017.04.25  15:54:27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공유
default_news_ad1

[더피알=조성미 기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성시원은 아이돌 H.O.T를 따라다니던 일명 빠순이였다. 공부보다는 오빠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팬픽 쓰는 일을 더 즐겼다. 아빠의 눈에는 사람 구실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개딸일뿐. 하지만 팬픽가락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진학하고 방송작가가 돼 덕업일치를 이룬 ‘성덕’이 됐다. 각양각색 성덕들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덕후가 소비의 주체로서 또 트렌드를 이끄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자신만의 세계 갇혀 있던 오덕후가 홀로 갈고 닦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와 취미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덕후는 본래 애니메이션, SF 등 서브컬처 팬들을 총칭하던 일본어인 ‘오타쿠’에서 비롯됐다. 오타쿠가 일본말로 집을 의미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일본에서도 오타쿠는 사회성이 결여된 채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사는 은둔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오타쿠가 ‘오덕후’로 국내로 처음 넘어왔을 때에도 일본에서와 같은 이미지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미소녀 캐릭터 인형을 데리고 식당에 간다거나 성인남성이 여성 캐릭터의 말투를 흉내 내는 ‘별종’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이후 덕후는 자신의 관심분야에 열정을 쏟아 부으며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지닌 사람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표현 역시 오타쿠, 오덕후, 오덕에서 덕후란 표현이 일반화됐다.

덕후 관련 버즈량 추이
자료제공: SK플래닛

덕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대는 온라인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더피알>이 SK플래닛에 의뢰해 ‘덕후’ 관련 버즈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 간(2016년 3월 20일~2017년 3월 20일) 총 811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2.8%, 전전년에 비해서는 476.6% 크게 상승한 수치다.

덕후는 언급량 증대와 함께 긍정적 가치까지 더해지고 있다. 덕후 관련 키워드 가운데 좋다(3위), 좋아하다(26위), 귀엽다(31위), 사랑(33위), 성공(37위) 등이 다수 포함된 것이다.

또한 덕후들의 관심사도 다변화되고 있다. 콘서트·영화·여행·파티·미용·운동 등 다양한 분야가 덕후와 연관된 키워드로 나타난 것. SK플래닛 관계자는 “기존 덕후가 애니메이션, 프라모델 등 비주류 문화를 지칭하는 단어였다면 최근엔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전문가급으로 열정을 가지는 모든 사람을 뜻하게 됐다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덕’이 이끄는 길

덕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탈덕(이라 쓰고 휴덕이라 읽는)한 덕후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는 “덕후 초기 단계에 있던 90학번 세대가 주류 계층이 되면서 자연스레 취미 활동에 관대해진 결과”라고 봤다.

문 대표는 “한 분야에 몰두하는, 게다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덕질에 대해 부모님 세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또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랬던 덕후들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며 현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성덕(성공한 덕후)들이 늘면서 덕후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고, 많은 이들이 덕후의 진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를 통해서도 덕밍아웃(자신이 덕후임을 스스로 밝히는 것)한 유명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만화 덕후인 김형규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만화를 찢고 나온 요리를 요청했다.

치과의사이자 1세대 VJ인 김형규는 수천권의 만화책을 보유한 만화 덕후라고 스스로 밝혔다. 서울대 치의예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도 만화 ‘슈퍼닥터 K’ 덕분이라고 이야기하며 성공한 덕후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성우 겸 방송인 서유리는 학창시절부터 게임과 코스프레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이에 자신이 더빙한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덕력을 인정받아 만화축제의 홍보대사로 선정되는 등 덕업일치를 이뤄가고 있다.

이 외에도 도라에몽 덕후로 유명한 배우 심형탁은 ‘뚜치빠치뚜찌빠찌뽀찌’라는 미니언즈의 외계어를 유행어로 만든 것은 물론 자신이 모델을 맡은 게임에도 덕력을 발휘, 스스로 소셜미디어에 홍보를 하는가하면 게임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광고 재계약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덕밍아웃 덕분에 그 동안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왔던 덕후들도 속속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 소셜미디어상에선 #딸기덕후 #립덕후 #핑크덕후 등과 같이 스스로의 덕 기질을 드러내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 주체에서 생산 주체로

인스타그램에서 #핑크덕후로 검색된 이미지.

성덕들이 덕업일치를 이룬다면 다른 한편에선 덕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이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의 지숙이다. 요리, 뷰티, 게임, 자동차, IT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블로그를 통해 덕력을 뽐내던 그는 일찌감치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취미가 취미’라고 말하는 그는 LG전자 공식 블로그인 ‘소셜 LG전자’의 명예 블로거이자 공식 필진으로 활동을 한 것은 물론, 이마트 1인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CJ E&M의 1인 크리에이터 전문 TV채널인 다이아티비에서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며 코덕(코스메틱 덕후)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이렇게 지숙과 씬님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온라인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는 대다수의 1인 크리에이터들은 덕후라고 볼수도 있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박진경 PD 역시 자신의 덕력을 프로그램 제작에 쏟아 부은 성공한 덕후로 꼽힌다. 그는 게임, 음악, 컴퓨터에 빠졌던 덕력을 토대로 전통매체인 TV에 요즘세대의 온라인 소통을 접목시켰다. 그간 TV에서 볼 수 없었던 포맷과 스타일로 하나의 트렌드를 만듦으로써 비주류 문화를 공중파에 접목, 덕후적 기질을 대중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덕후들은 그 자체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질을 갖고 이를 결과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문동열 대표는 “본래 덕후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동반돼야 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게임 덕후라면 그 게임의 배경을 알아보고 책을 찾아보며 인문학적으로 기술적으로 탐닉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순히 좋아하는 팬심을 넘어 그 분야에 대해 연구를 하고 공유하는 즐거움을 통해 확장성을 지닌다며 “진정한 덕후는 생산과 소비가 결부되는 부분, 특히 타인에 도움이 되는 생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후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지만 좋아하는 것을 집요하게 모으고 파고드는 호기심은 여전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덕후는 소비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게다가 오랜 내공으로 전문가적 분위기를 풍김에 따라 덕후를 타깃으로 한 취향저격 아이템들이 최근에는 머글(해리포터에서 마법사가 아닌 보통의 인간을 뜻하는 말. 팬이나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을 지칭할 때 쓰인다)들에게도 확산될 수 있음이 입증돼 덕후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키덜트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조성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더피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default_side_ad2
default_side_ad3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