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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데로 시작한 광고계의 폭탄선언

[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디지털 광고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

기사승인 2017.04.10  09:23:22

신인섭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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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신인섭] 올 초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 열린 인터랙티브 광고국(IAB) 연례 리더십 회의에서 세레나데처럼 시작된 연설이 있다. 연사는 연간 100억달러(약 12조원)를 광고비로 쓰는 세계 최대 광고주 프록터&갬블(P&G)의 글로벌 브랜드 수장인 마크 프리처드(Marc Pritchard). 세계 광고계를 뒤흔들 만한 이야기의 처음은 고요했다.

P&G의 글로벌 브랜드 수장인 마크 프리처드. 사진은 칸 라이언즈 연설 장면. 출처: 칸 공식 페이스북

“여러분은 방금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광고를 보셨습니다. 생각하고 느끼고 웃고 울며 미소짓고 행동하게 한 뒤에는 물론 구매토록 하는 광고 말입니다. 브랜드가 각 부문에서 서로 경쟁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광고입니다. 찬란한 창의성을 북돋는 광고입니다. 이는 저희 회사가 전 세계 80개국에서 50억명 가까운 소비자에게 도달하며 10만이 넘은 일자리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65개 브랜드의 광고입니다. 이분들이 공장, 사무실, 유통센터, 광고회사, 공급자나 소매점에서 일하고 있는 남녀입니다. 그런데 어두운 일면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광고를 보고 있습니까?”

세레나데는 이것으로 끝나고, 곧이어 폭탄선언이 시작된다.

“(그것은)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세상과는 맞지 않은 낡아빠진 미디어 구매, 판매 제도입니다. 상식적인 기준을 지키지 않는 얼룩지고 불투명한 미디어 공급 체인, 신뢰할 수 없는 측정 기준, 숨겨진 리베이트 및 메스봇(Methbot, 광고조작 봇넷) 따위…” 인용은 이만하기로 한다. 그러면 이 불합리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프리처드 수장의 제창은 네 가지이다.

정상궤도 위한 4가지 제언

첫째 가시성(Viewability) 기준을 채택하자. 가시성이란 광고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말한다. 즉, 사람의 두 눈이 볼 수 있는 스크린에 광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 없이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닐슨의 TV시청률을 보자. 그 제도가 완전무결한 것인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50년 닐슨이 이 제도를 시작한 이래 모든 TV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조정해 가면서 광고 시간 구매를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 이후이다)

2010년 이래 닐슨의 이 제도와 비슷한 매체측정협의회(Media Rating Council. MRC)가 설립됐다. 광고주, 미디어, 대행사 전문가가 수년에 걸쳐 수백회의 인터뷰와 연구 그리고 600만 달러의 돈을 투자해서 테스트해 6년 전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졌다. 그러면 이 제도가 널리 시행되고 있는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생기면서 플랫폼별로 특수한 측정 매트릭을 써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P&G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 유튜브, 판도라 등 10여개가 넘는 다양한 플랫폼의 가시(可視) 기준을 연구,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비유하자면 미식축구에서 퍼스트다운(Down) 거리를 팀마다 다르게 보는 것과 같아 사실상 경기를 진행하기 어렵다. 결국 P&G는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MRC의 기준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모든 대행사, 매체 공급자 및 플랫폼이 MRC 기준을 수락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프리처드의 주장이다.

둘째 제3자 측정 인증을 시행하자. P&G는 수십억 달러의 돈을 매체 광고 구매에 소비하고 있다. 당연히 돈을 지불하는 매체 광고의 가시성, 오디언스, 도달률과 빈도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측정 기준이 요구된다. 축구 이야기로 돌아가면 심판 없는 경기는 있을 수 없다. 미국에는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이면 배우는 격언이 있다. ‘여우에게 닭장을 지키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광고시장에서 제3자 인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 시대 광고는 전통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없으며 효과 또한 측정하기 어렵다.

셋째 투명한 광고회사와의 계약 문제이다. 미국에선 디지털 매체 구매에서 대행사에 제공되는 리베이트를 둘러싼 논쟁이 수년전부터 있어왔다. 광고주를 대신해 광고주의 돈으로 매체광고를 많이 집행한 공로로 받는 리베이트를 그 광고주에게 돈을 받고 다시 판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이다. 광고결정권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광고주협회가 3년 전 이 문제를 들고 나와 광고주와 에이전시 단체 간의 논쟁을 촉발시켰다.

프리처드 역시 잘못된 관행을 알고 있으면서 막지 못한 책임이 자사(自社)에도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광고회사와의 계약조건 가운데 리베이트는 광고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조항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근본원인이 매체구매대행사의 낮은 수익률 때문이기에 이 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앞으로 P&G는 시시콜콜하다고 할 만큼 대행계약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은 사기를 방지하라는 것이다. 2012년 이 문제를 맨 처음으로 제기한 곳은 인터넷이 등장하기 시작한 1996년에 미국에서 창설된 IAB다. 2년 뒤인 2014년 미국광고주협회는 화이트 옵스(White Ops)사를 고용해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때로 도둑이 경찰보다 더 머리가 좋듯이 디지털 광고계에도 룰을 깨뜨리는 각종 봇(bots)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합쳐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결론이 나온다. 프리서드의 마지막 호소가 있다.

“여러분 하나하나 모두의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신비(神秘)에 속지 말고 변명을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남이 나서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엄청난 일이라고 물러서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가 합칠 때 엄청난 집단적인 힘이 생깁니다. 모두 함께 약속을 해서 성장과 선한 일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한국 광고·미디어계가 당면한 공통된 숙제

세계광고비 자료를 발표하고 있는 프랑스 퍼블리시스그룹 계열사의 매체대행사 제니스옵티미디어(ZenithOptimedia)는 2017년 미국 광고비(신문·잡지·라디오·TV·극장·옥외·인터넷)를 1972억 달러로 추정했다. 2년 전의 추정치이니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그 가운데 인터넷광고비가 약 670억 달러로 전체의 34%에 이른다. 그리고 이 금액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광고이다.

제일기획이 발표한 2015년 국내 광고비는 10조7270억원이다. 디지털 광고는 28%를 차지해 3018억원이다. 이에 비해 지상파TV 광고는 18.4%, 신문과 잡지 등의 인쇄매체 광고비는 17.9%에 불과하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신문, 잡지, 라디오, TV를 4대 매체라고 부르던 시대는 지나갔다.

180년 전인 1837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시에서 양초와 비누 장사로 시작한 P&G가 매년 쓰는 광고비는 한국 전체 광고비보다 약간 많다. 세계 최대 광고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브랜드의 중요성, 프로덕트 매니저, 브랜드 매니저란 제도를 시작한 회사가 바로 이 회사이다. 마케팅과 광고의 산 교육장인 셈이다.

그런 P&G의 브랜드 수장이 제기한 디지털 광고의 투명성 문제는 광고계를 넘어 언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인 이슈에 대한민국도 결코 빠질 수 없다. 

신인섭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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