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마음을 읽어낸 그 한줄
유권자 마음을 읽어낸 그 한줄
  • 브랜디스 윤두호 (www.facebook.com/brandis365)
  • 승인 2017.03.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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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간결하게 자신의 철학과 소신, 정책 담아야

[더피알=윤두호] 사람을 기억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인 얼굴. 비록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알려주진 못한다 해도 종종 얼굴만으로 이미지와 인상을 직관적으로 결정해버리곤 한다. 이처럼 캠페인에서 첫 인상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슬로건(slogan)이다.

모든 캠페인에는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슬로건이다. 때로는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캠페인의 성패를 가르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슬로건을 내세우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기업들의 마케팅 캠페인에 슬로건이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코카콜라의 ‘테이스트 더 필링(Taste the Feeling)’,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포스코의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등 오래도록 회자되는 슬로건은 한 줄의 이야기가 캠페인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국가의 중대사인 선거 캠페인의 경우는 어떨까. 선거 캠페인에서 잘 만든 슬로건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막강할 수 있다. 실제 세계의 수많은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슬로건을 앞세워 선거에서 승리해왔다.

2017년 대한민국은 5월 9일로 조기대선이 확정되고 대선주자들의 윤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서둘러 준비할 수 밖에 없는 이번 장미대선에서 어떤 슬로건이 당선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역대 대선 슬로건의 사례를 통해 승리한 슬로건의 조건을 살펴보자.

▲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의 슬로건이 담긴 현수막. 뉴시스

Simple is good

사전에서 정의하는 슬로건은 ‘대중의 행동을 조작(操作)하는 선전에 쓰이는 짧은 문구’다. 말 그대로 슬로건은 짧아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노무현, ‘국민 성공시대’-이명박,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오바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 등 승리한 대선후보의 슬로건은 대부분 간결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 'yes, we can'을 대선 슬로건으로 대걸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플리커

인지 심리학자 조지 A. 밀러가 주장한 ‘매직 넘버 7±2’는 인간의 정보처리능력의 한계를 지적한다. 인간의 기억은 저장과 망각을 반복하기 때문에 저장된 기억을 효율적으로 인출하기 위해선 단어의 개수가 9개를 넘어 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후보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 한 줄이 넘어가는 슬로건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짧아야 쉽게 이해하고, 짧아야 쉽게 기억한다. 간결함의 미학을 명심해야 된다.

모호함? 함축성!

함축이 필요한 건 문학만이 아니다. 좋은 슬로건 또한 대부분 함축적이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예로 들어보자. 일단 듣기에 좋은 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상당히 모호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이 준비됐고, 어떻게 위대하게 만든다는 걸까? 여기서 유권자의 개인적 해석이 더해지게 된다. 어떤 이는 오랜 정치 경력의 노련함에 준비된 대통령이라 읽을 것이고, 다른 이는 경제를 성장시킬 준비가 된 여성대통령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 슬로건이 적힌 모자를 쓴 트럼프 미 대통령. ap/뉴시스

또한 경제력을 통해 미국의 위대함을 찾길 바라는 사람도 있고, 자국우선주의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함축적 슬로건은 여러 방향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다양한 유권자에게 고루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후보의 비전과 정책 방향성을 압축해서 담아야 한다. ▷관련기사: 트럼프 캠페인 복기

시대와 공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를 누르고 당선됐을 때의 슬로건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걸프전으로 전 세계에 미국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강력한 미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반면 클린턴 후보는 민생경제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슬로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고 이에 공감한 많은 미국인들이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대다수의 미국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건 국방력이 아닌 경제력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슬로건에는 당시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공감하는 화두가 들어가야 한다. ‘시의성(時宜性)’이란 그 시대 상황에 알맞은 사회적인 문제 혹은 과제를 뜻한다. 시의적절치 못한 슬로건은 유권자들에게 외면 받기 십상이다. 얼마나 유권자들의 필요를 잘 반영하고, 당대의 시대정신을 잘 담아내느냐가 좋은 슬로건을 만드는 열쇠이다.

정책·철학 위 산물

대중의 태도가 유동적이고 미확정적일 때일수록 슬로건의 호소력은 커지기 마련이다. 최근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대중이 확고한 지지자를 정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슬로건이 가지는 힘은 그 어떤 때보다 강력할 수 있다. 물론 간결하고 함축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한 슬로건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카피캡슐>의 저자 헬 스티빈스(Hal Stebbins)는 “좋은 슬로건이 희박한 공기 속에서 나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것은 마치 영웅이나 대통령처럼 전장의 포연 속에 홀연히 나타난다”고 했다. 좋은 슬로건은 좋은 정책과 철학 위에 세워진 창작과 고뇌의 산물이다. 유권자들에게 전달할 자신만의 철학과 정책을 명확히 세우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슬로건을 만들어 내는 일.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선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brandis is...
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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