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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 읽다가 자괴감만 들어

[기자토크] 過度한 漢子사용…‘나만 불편해?’

기사승인 2017.02.09  14:27:44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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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이윤주 기자]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다 오랜만에 종이신문을 집었다. 쓱쓱 훑으며 한 장씩 넘기는데 읽는 도중 자꾸만 툭툭 끊어졌다.

기사 제목을 장식한 한자(漢字) 때문이었다. 뜻을 생각하기 위해 멈칫거리다보니 가독성은 떨어졌고 ‘이럴 거면 굳이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독자들이 읽기 쉽게 신문 형식과 기사 문법을 가져가는 온라인 기사를 접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시선을 붙잡은 제목들은 이렇다. ‘憲裁 심리 지연策도 早期심판 압박도 자제할 때다’, ‘어느 여성 정치인의 微笑’, ‘對美투자 5년來 최대… 對韓투자 30%↓’

심지어 한글로 표현해도 무리 없는 단어들까지 한자로 쓰이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30년 病수발하던 동생이 兄찌르고 자수’

당혹스러움이 몰려들다 이내 실소가 터졌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제목인가. 괄호 안에 한글이라도 덧붙여 줬다면 나았을까.

   

신문에서 한자를 표기하는 경우는 주로 중의적 의미를 가진 단어의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특정 공인 이름의 성을 한자로 표기해 대표성을 띠게 하거나, 중요한 사안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하지만 충분히 한글을 사용해도 될 상황에서 구태여 한자를 넣는 이유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언론의 ‘있어빌리티’인건지 ‘한자맹(漢字盲)’들은 가라는 선긋기인건지. 

‘나만 불편해?’라는 생각에 주변 20대 지인들에게 물었다. 더러 예상되는 단어를 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민망하게 웃거나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 친구는 “기사를 읽다가 한자를 보면 짐작 가는 글자를 검색해 변환해보고 아니면 포기한다”고 말했고, 다른 한 명은 “소설이나 문학 쪽에서야 우리말에 풍미를 더한다는 이유로 쓰인다지만 신문은 뭐임. 진심 이해 안 됨”이라고 했다. “‘나 이 한자 알아요’라고 자랑하는 헤드라인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인터넷이라면 한자를 마우스로 드래그해 검색창에 복붙(복사·붙여넣기)해 뜻을 찾으면 되지만 종이신문은 별 도리가 없다. 제목을 추론하기 위해 본문을 살피던지 주변의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 20대는 한자교육 안 받나? 이 정도도 몰라?”라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디지털·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언론들은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다양한 기사형식을 실험하고 있다. 큐레이션뉴스와 카드뉴스는 물론 라이브방송이나 팟캐스트, 360도 VR영상을 제공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처럼 온라인에선 변화 물결에 몸을 싣는데 종이신문은 여전히 과거 관행에 머물러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연령대별로 50대 33.4%, 40대 30.0%, 60대 이상 28.2%, 30대 21.7%, 20대 11.0% 순으로 나타났다. 20대의 뉴스이용에서 종이신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물론 한자 제목이 그나마 종이신문을 더 많이 보는 중·장년 독자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젊은층에게 신문을 보라고 권유하지만 그들 눈높이에 맞는 배려는 보이지 않아서다.

신문의 위기라며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기 전에 사소한 것부터 변화시켜보자. 장벽을 낮추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오늘도 촌철살인의 헤드라인을 고민하는 언론사에 묻는다.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게 최선입니까.”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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