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를 말하다
팩트체크를 말하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7.01.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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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도 못 믿는 시대, ‘백 투더 베이직’으로

정보의 홍수가 가짜뉴스의 공해로 뒤바뀌는 요즘, 뉴스 소비자들은 맥락을 짚는 진짜뉴스를 궁금해 합니다. 진실과 거짓이 엉켜 있는 일상 속에서 사실을 추적하는 ‘팩트체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① 팩트체크를 말하다
② 美 저널리즘의 팩트체킹
③ ‘가성비’ 떨어지는 하루

[더피알=문용필 기자] 뉴스의 홍수시대라고들 한다. 포털에서, SNS에서 우리는 1분 1초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다양한 뉴스를 접한다. 그러나 정작 언론사들의 ‘애프터 서비스’는 부실하기만 하다. 뉴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사실 검증도 보기 어렵다. 최근 전세계 언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팩트체킹 저널리즘’은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뉴스불신’과 ‘기레기’를 예방하는 중요한 움직임이다.

먼저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언론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독자나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할만한 소재와 제목, 날카로운 시각과 수려한 문체, 돋보이는 사진과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전망… 다양한 답변이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팩트(fact)’라는 기초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팩트가 결여되는 순간 기사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론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숨 막히는 속보경쟁 속에서 기사작성과 취재만 해도 마감을 지키기 촉박한 기자들이 모든 팩트를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는 없다. 자신이 취재한 인물의 발언이 사실인지, 출입처가 내놓은 데이터가 정확한지 검증하기 어렵다. 방대한 규모의 언론기사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유익한 정보창구가 돼야 할 언론이 자칫 잘못된 정보를 양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저널리즘의 새로운 조류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팩트체킹 저널리즘(이하 팩트체킹)은 바로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팩트체킹이란 언론보도는 물론 정치인 등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주요 인사들의 발언, 심지어 온라인이나 풍문으로 떠도는 이야기까지 철저히 검증해 사실여부를 판별하는 보도방식이다. ‘백 투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 즉 언론의 기본 덕목을 지켜가는 저널리즘 활동인 셈.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발언 당사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가능케 해준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진 시대다. 공기 오염도가 심해지면 환경운동이 중요시되듯, 과다한 정보를 식별해주는 제도나 기구가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편집국 디지털전략부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또다른 측면에서 팩트체킹의 효용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언론사가 경쟁력과 차별화된 승부처를 가지려면 팩트체킹 같은 기초적인 저널리즘 원칙을 수행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개입 ‘No’, 사후검증이 일반적

주의할 점은 팩트체커 본인의 입장이나 주장, 혹은 매체의 논조가 개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순수한 검증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나타나는 팩트체킹의 경우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편향성이 개입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선호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팩트체킹도 일종의 판결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검증 주체의 중립성이나 불편부당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어떤 정당이나 후보를 특정해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면 이는 팩트체킹을 가장한 정파적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재단의 김위근 선임연구위원도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채 특정 인물이나 조직에 대한 팩트체킹만 한다면 언론에 의한 사회양극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jtbc 뉴스룸은 국내에서 팩트체킹 저널리즘의 대중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팩트체크 코너 방송 화면.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의 팩트체킹 담당인 김시연 기자는 “일반적인 분야의 팩트체킹은 크게 정파성이 없지만 선거의 경우에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여러 언론사나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차원에서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사실 팩트체킹이라는 단어 자체만 따지면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취재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자 스스로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다. 게다가 어느 언론사든 기사 송고의 최종관문인 데스크 인력이 배치돼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메이저 언론사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팩트체커’라는 직책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이 제도를 도입한 MBC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초창기 팩트체커팀에 몸담았던 모 기자는 “최종적으로 뉴스데스크에 송고되기 전 일시나 장소, 사건 등의 정확성을 사전 검증했다”며 “데스크 부속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사 보도의 사전검증을 위한 팩트체커 제도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팩트체킹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으로는 송출된 기사나 이슈에 대한 팩트체킹만이 이 영역에 속한다”며 “송출 전 팩트체크는 기사작성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 다”고 말했다.

김선호 선임연구위원 역시 “일반적으로 자체 기사 내용에 대해 확인하는 것을 팩트체킹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며 “팩트체킹은 사전 검증보다는 사후 검증이 일반적 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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