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그 허상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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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6.12.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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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포장된 박근혜’에 국민들 속아…‘선전의 아버지’ 있었다면?

[더피알=김광태] 병신년 한해도 한 달 남짓이다. 그간 부산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역시 삶이란 분노와 서러움을 잠재우는 과정인가보다.

최순실 사태가 터질 때는 가슴이 텅 비워졌다. 그 무엇으로도 허탈감이 채워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상처는 너무나 컸다. 배신감과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권력을 견제하고 검증해야 할 언론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오랜 기간 포장된 이미지에 전 국민이 속은 꼴이니 한마디로 직무유기다.

▲ 십수년 세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왼쪽부터)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시절, 2010년 세종시관련법안 표결처리 후, 2012년 대선출마선언 낭독,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3차 대국민 담화 발표. 뉴시스

그러나 돌이켜보면 박근혜란 인물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밝히거나 드러낸 적이 없다. 주변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정부부처 이전은 국민과 약속한 사항이라며 관철시킨 사람이다. 그때 영향이 컸는지 박근혜의 트레이드마크는 신뢰와 소신이 됐다.

2012년 12월 24일 제18대 대통령 선거 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당시 지지자의 22%가 신뢰와 약속을 잘 지킬 것 같아서 박근혜를 뽑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주요 공약들은 줄줄이 후퇴를 했다. 박근혜의 신뢰 이미지에 수많은 물음표가 던져졌다.

그 답이 오늘에서야 최순실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어찌 보면 본질은 따로 있는데 국민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을 놓고 진짜인양 도취돼 있던 건 아닌가 싶다.

미국의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의 말이 생각난다.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조작되고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진짜가 아니고 가짜다. 이 가짜 이미지가 오히려 진짜 현실을 압도해 사람들이 더 따르고 믿게 만든다.”

이러한 사람 심리를 이용해 만들어 진 것이 광고·홍보라 한다. ‘이미지’를 갖고 홍보와 광고 분야에서 30년 넘게 생활해왔건만 정작 그 본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로지 회사를 위해 회사 입장에서 공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게 업무요, 홍보맨의 역할이라 여겼다.

거짓과 꾸밈이 없는 진솔한 메시지가 바탕이 돼야 호의적으로 다가서고 보편적 가치를 지녀야 대중성을 띤다고 믿었다. 그러나 역시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는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공분을 샀다. 지난달 2차 촛불집회에서 평범한 세 아이의 엄마는 “성실한 노동자의 부모가 자랑스러운 나라, 노력하면 ‘최순실의 꿈’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꿈’이 이뤄지는 그런 나라,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연설로 광화문 광장을 숙연케 했다.

두 사람의 멘트 중 전자는 이미 이뤄진 것이고 후자는 아직 성사되지 못한 바람이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위해 보편적 가치를 반칙으로 뛰어 넘어 물질만능을 우월적 가치로 추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가짜이미지에 현혹되었을 수 있다.

▲ jtbc 뉴스룸에서 청와대 대리처방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방송 캡처

미국의 새 대통령에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됐다. 전세계가 놀랐다. 이변으로 기록됐다.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클린턴 당선을 점쳤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엘리트로 포장된 힐러리의 이미지보다 바닥 민심을 찾아내 분노가 어디서 오는지 정확히 짚고 막말과 상스러운 행동을 쏟아낸 트럼프의 진짜 이미지가 먹혔다.

‘선전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L. Bernays)는 여론조작자가 곧 홍보 전문가라 했다. 버네이즈가 지금 살아 있다면 여론을 조작해 박근혜 대통령을 과연 구해낼 수 있을까?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미국의 대다수 언론도 여론을 선동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진실을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없다. 설령 가짜 이미지라도 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 가면 진짜 이미지가 된다.

홍보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내년도 홍보 전략은 바닥 민심에 바탕을 둔 진짜 이미지 ‘베풂’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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