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예상 시나리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예상 시나리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10.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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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블랙홀 vs 찻잔 속 태풍, 광고시장 여파는?

[더피알=박형재 기자] 최근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한 논의가 방송가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간광고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 도입되면 방송 생태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60초 후에 공개” 무한도전에서 보게 될까 

우선 지상파 광고 매출이 늘어난다. 이 금액은 종편과 유료방송에서 이동할 전망이다. 신문 등 인쇄매체 광고비는 현상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케팅 관점에서 신문과 방송 광고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문광고는 정보를 많이 전달하거나(아파트 분양), 방송에서 내보낼 수 없는 광고(대부업), 혹은 기업이 언론사와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집행하는 ‘보험용 광고’가 많다. 중소PP의 경우도 음식점, 보험업, 상조업 등 소규모 광고가 대부분이다. 반면 tvN과 JTBC는 지상파와 광고주 구성이 유사해 직접적인 손해가 예상된다.

▲ 엠넷 '슈퍼스타k'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는 멘트의 중간광고 예고로 유명하다.

윤여준 대외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상파 중간광고를 도입하면 유료방송 광고 매출이 393억원 줄어들지만 지상파 광고매출은 1310억원 증가해 방송시장 전체 파이가 786억원 가량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중간광고 파괴력은 미풍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많지만, 효과가 검증될 경우 주변 광고를 빨아들이는 태풍으로 급이 올라갈 수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 파급력이 미미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요즘 광고시장 자체가 심각한 침체기”라는 점을 든다. 중간광고가 효과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아야 하는데, 본방사수 대신 스마트폰으로 다시 보는 시청패턴의 변화로 전체 시청률이 예전보다 낮게 형성되고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의 광고 인벤토리는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입장에서 중간광고는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대박 시나리오는 기대하기 어렵다.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전략연구소장은 “중간광고 포맷은 이미 유료방송에서 학습된 것이라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할 것”이라며 “광고주 입장에서는 지상파 중간광고와 유료방송 중간광고의 효율성을 비교해 어느 쪽에 집행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죽은 광고’들을 살릴 수 있어 상당한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의 시각도 있다. 중간광고는 광고시청률과 집중도가 전후 CM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지상파에서 높은 가격의 비인기상품 연계 패키지를 내놔도 판매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장창범 다트미디어 스마트미디어본부장은 “전후 CM의 경우 방송프로그램 대비 광고시청률이 30~20%까지 떨어지는 반면, 중간광고는 본 프로그램 시청률의 80%까지 나온다”면서 “광고주 입장에선 돈을 더 내도 중간광고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중간광고 연계 상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해 비인기광고를 밀어낼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키지 가격은 일부 광고주들이 우려하는 만큼 ‘가격 폭등’ 수준은 아닐 것이란 게 지상파 관계자의 설명이다.

▲ '프로그램 쪼개기' 방식으로 지상파의 중간광고 실험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한편에선 지상파의 중간광고 실험이 이미 시작됐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MBC 주말예능 일밤의 경우 복면가왕과 진짜사나이를 1,2부로 나눠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집어넣고 있다. KBS와 SBS도 지난 추석 예능을 통해 이 같은 ‘프로그램 쪼개기’를 활용했다.

이러한 방송 행태가 ‘중간광고 간보기’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지상파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의 콘텐츠 수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시청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광고 효율성 제고와 편성을 짧게 가져가려는 기본 방침이 맞물려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광고주들은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나쁠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양한 광고 집행 선택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중간광고에 맞는 새로운 광고기법이나 광고방식의 다변화, 마케팅 전략의 변화가 예상된다. 프로그램과 브랜드 특성을 연계하는 방안 등이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다만 광고주 사이에 부익부빈익빈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 지상파에 광고를 집행하는 브랜드 수는 월간 400여개인데, 이 중 10% 내외만이 중간광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방송사들이 중간광고 패키지 등으로 비싼 가격을 요구하면 자금력이 부족한 브랜드들은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중간광고는 드라마, 예능 등에 우선 도입된 이후 단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 어린이 프로그램 등은 중간광고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시기는 특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지상파가 총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종편을 보유한 신문·유료방송 연합군의 영향력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중간광고 거부감을 잠재우고 중간광고의 당위성을 어필해 우호적 여론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가 최근 중간광고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방송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바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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