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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아이디어인가, 얄미운 상술인가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마케팅의 기술들

기사승인 2016.10.26  12:46:08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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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이윤주 기자] 마케팅과 꼼수는 한 끗 차이다. 제품 판매를 위한 아이디어가 때론 유쾌하게, 때론 불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소비자에게 웃음을 주지만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기업은 ‘전략’, 소비자는 ‘꼼수’라고 말한다. 마케팅에 정도(正道)는 없다. 하나라도 더 팔고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기업은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한다. 반면 소비자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오, 기발한데?’ 혹은 ‘속았다’.

정재학 서강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A제품을 사려는 사람에게 업그레이드 된 B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라 전략적인 것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거짓 정보로 소비자를 기만해 잘못 판단하게 하는 것은 꼼수”라며 “소비자는 당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조건에 있어 기분이 나쁠 순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꼼수와 마케팅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소비자를 혹하게 만드는 장치들은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다.

소비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주목을 끌거나, 아예 정보를 숨겨둔 ‘신비주의’, 동음이의어를 활용하거나 비슷한 말로 현혹하는 ‘눈 가리지 않고 아웅’, 처음에는 놀랍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탄식이 나오는 사실을 다룬 ‘오! 알고 보면 아’, 소비자의 돈을 조금이라도 더 쓰게 하려는 ‘쓰는 김에 좀 더’, 심리를 이용해 소비를 일으키는 ‘넌 지금 소비가 땡긴다’ 등 유형별 사례로 살펴봤다.

#신비_주의!


▸ ‘아홉시 반이네요. 그래요. 저 좀 마셨어요. 그런데 종성오빠 저는 그냥 오빠가 좋았어요. 오빠가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완전 훈남은 아니잖아요? 근데 오빠 11학번 이슬언니랑 CC라면서요? 저 오빠 어장 속 몇 번 물고기에요? 아홉시 반에 만나서 얘기 좀 해요’ - 酒 주 문학부 이현아(13)

   
▲ 보해양조가 '아홉시반' 제품을 알리기 위해 대학가에 붙인 대자보. 출처: 공식 페이스북

국민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 수도권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다. 내용도 그렇지만 취해서 쓴 듯 글씨체가 시선을 붙잡는다. 어장 속 물고기였던 여자후배가 쓴 글일까?

이는 보해양조가 진행한 소주 ‘아홉시반’ 홍보마케팅의 일환이다. 당시 대학생들의 풋풋한 말투와 현실감 있는 사연은 큰 화제를 일으켰다. 이 대자보가 광고임을 드러내는 대목은 대자보 마지막에 ‘주(酒)문학부’ 뿐이다.

뒤늦게 광고라는 걸 알아챈 학생들의 평가는 ‘기발하다’였다. 다만 일부 학생들은 대학의 상징인 대자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것에 대해 불편해하기도...

▸ 지난 2월 서울 시내 곳곳에 ‘진수씨 맥주 사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었다. 흰 바탕에 ‘19세 이상만 연락하라’는 작은 글씨가 있을 뿐 전화번호나 사진도 없다. 이 메시지는 지하철, 옥외광고판, 심지어는 온라인 배너에도 등장했다. ‘진수씨, 맥주 사주세요’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졌다.

결국 국내 진수라는 이름을 가진 소비자들을 조금 괴롭힌 후 정체가 밝혀졌다. 오비맥주의 카스(Cass) 캠페인이었던 것. 오비맥주 마케팅팀 오진수 담당 과장의 이름을 가져와 단순 호기심만으로 화제를 이끌어냈다.

   
▲ '진수씨 맥주 사주세요'가 도배된 영등포 타임스퀘어. 출처: 공식 페이스북

▸ 일부 커피전문점에는 톨(Tall)과 라지(Large)사이즈만 메뉴판에 적혀 있을 뿐, 가장 작은 사이즈인 스몰(Small)은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들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스몰 사이즈 대신 500원 더 비싼 톨 사이즈를 주문한다. 말 그대로 메뉴판에 보이지 않게 해 돈을 더 쓰게 만드는 베일로 가린 콘셉트인 격.

▸ 보이지 않는 신비주의는 또 있다. 백화점 안에는 시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건물 구석구석을 봐도 몇 시인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시간을 보면 촉박해지기 때문에 조급해 말고 여유 있게 쇼핑하라는 의도다. 한 마디로 시간 구애받지 말고 오래 보고 많이 사가라는 속내라 할 수 있다.

#눈_가리지_않고_아웅


▸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료를 구매할 때 설탕 첨가량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당이 많이 들어있을 것 같으면 손에서 놓고 저열량을 찾는다. 그 중에서 ‘무가당’이란 문구를 크게 써 붙인 음료는 쉽게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다이어트식품이라 생각하고 안심한다.

하지만 여기서 쓰이는 ‘무(無)’는 인위적으로 설탕이나 당류를 넣지 않았다는 것일 뿐 당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굳이 다른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많은 양의 당분을 함유할 수도 있다.

▸ 마트에 가면 제품 앞에 꽂혀 있는 가격표가 있는데, 세일 기간에는 정상가에 줄을 긋고 밑에 할인 금액을 크게 적어 놓는다. 하지만 29,800 밑에 같은 금액인 29,800원이 크게 써 놓은 대형마트가 있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수인지 상술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작은 글씨로 쓰인 정상가를 보지 못하고 구매할 수 있어 매장의 상술에 대한 지적이 컸다. 아울러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대형마트에서는 같은 가격표를 세일 표시만 추가한 채 판매한 비슷한 사례도 있다.

   
▲ 100%우리 쌀로 만든 제품이지만 고추장의 주 원료인 고춧가루 일부는 중국산이다.

▸ 두부, 고추장, 된장 등의 제품을 보면 ‘콩 100%로 국내에서 직접 만든’, ‘우리쌀 100%로 만든’이라고 크게 써 놓고 국산임을 광고해 판매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깨알같이 적혀있는 성분을 자세히 읽으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콩 100%’와 ‘국내’라는 말을 강조해 국산처럼 보였지만 ‘콩100%(수입산)’이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있다. 또한 우리쌀 100%로 만든 고추장의 경우, 고추장의 주원료인 고추양념이나 고추는 ‘100%중국산’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적혀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교묘히 착각하게 만드는 말장난의 일종이다.

#오!_알고 보면_아..


▸ 각종 매스컴에서 ‘연예인 OO이 입은 해외에서 들여온 아이템, 5분 만에 완판(전부 팔림)’ 식의 뉴스를 자주 접한다. 대단해 보이지만 그들이 말해주지 않는 건 구체적인 수치다. 애당초 고작 열 개만 국내로 반입했거나 취소된 물품은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은 언급하지 않는다.

   
▲ 한 여행사 사이트. 패키지 가격 '199,000~'라고 안내돼 있지만 클릭해보면 '249,000~'로 수정돼 있다.

▸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 ‘초특가’, ‘최저’를 달고 나온 상품들이 즐비하다. ‘이 가격에?’란 생각에 상세페이지로 들어가면 조건은 달라진다. 온갖 부가항목이 붙어 금세 가격이 늘어나기 때문.

몇몇 여행사들은 전화로 최저가 상품을 문의하면 이미 매진됐다며 다른 상품을 예약하라고 권유한다. 일부 낚이는 사람들이 있기에 미끼영업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이 변칙 개봉의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상영 첫 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고 홍보했지만, 알고 보니 개봉 전 유료시사회를 열어 그 수를 관객 수에 포함시킨 것이다. 영화사 입장에서 영화 개봉일은 아주 중요하다.

대작이라면 서로 개봉일이 겹치지 않게 피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한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전야 개봉’과 ‘유료시사회’ 등으로 숫자를 부풀리는 꼼수가 만연해 있다고.

#쓰는_김에_좀_더

▸ 맥주잔에 새겨진 주류회사 로고가 어느 샌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로고 위치가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그 속엔 깊은 뜻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맥주를 따를 때 본능적으로 로고의 끝선에 맞춘다. 평소 폭탄주 제조 시 맥주잔에 소주를 먼저 붓고 로고 밑까지 맥주로 채우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로고가 올라가는 만큼 맥주 소비량도 늘어나는 것을 노렸다.

   
▲ SKT 요금제 표. 데이터 용량이 3.5GB에서 6.5GB로 건너뛴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 통신사에는 4~5㎇ 구간 요금제가 없다. SKT의 ‘BAND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1.2GB, 2.2GB, 3.5GB에서 6.5GB 구간으로 건너뛴다. 중간 4~5GB대는 없다. 3.5GB와 6.5GB 차이는 고작 4000원.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LTE 스마트폰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다. 평균 데이터 구간만 쏙 빼놓았다.

▸ 영화관에서 4000원짜리 중간 크기의 팝콘을 시키자 점원이 묻는다. “고객님, 500원만 더 추가하시면 팝콘 크기가 1.5배 차이 나는 대(大)자로 먹을 수 있는데, 추가하시겠어요?” 고작 500원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하는 전략이다.

#넌_지금_소비가_땡긴다

▸ 패스트푸드점은 왜 항상 신나는 음악을 틀까, 창가 쪽 의자는 왜 높을까? 사람들이 빠르게 순환돼야 하는 패스트푸드 업의 특성상 템포가 빠른 음악을 틀어 빨리 먹고 나가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유난히 창가 쪽의 의자가 높은 이유는 밖을 지나다니는 사람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함이다.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노출시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이다.

   
▲ 창가 쪽 의자가 높은 스타벅스 매장. 출처: http://home.wangjianshuo.com

▸ 창립기념일 세일 행사를 여는 백화점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창립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행사를 열어야 고객들이 몰리는 백화점 특성을 활용한 꼼수 마케팅이다. 주변의 동종업계 역시 행사를 시작해 맞불을 놓는다. 소비자들은 단순 할인 행사를 하나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무분별하게 현혹된 소비자의 지갑은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 고급 레스토랑에선 소비자들이 음식의 값을 비싸다고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가장 높은 가격의 메뉴를 상단에 배치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하단의 메뉴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

이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배가 닻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가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이 왜곡되는 효과다.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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