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후에 공개” 무한도전에서 보게 될까
“60초 후에 공개” 무한도전에서 보게 될까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10.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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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중간광고 논의 급물살…제한적 허용 가닥

[더피알=박형재 기자]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유료방송과 종편 프로그램에서 종종 듣는 멘트다. 이 말을 MBC 무한도전에서 듣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 무한도전 장면과 광고 화면 합성.

‘지상파 중간 광고 금지…명분·실효성 없어’(KBS), ‘민방·라디오 방송사 “중간광고 허용하라” 성명’(SBS), ‘지상파 콘텐츠 ‘위기’ 중간광고 허용해야’(MBC)…

최근 보도된 뉴스 제목들이다. 공통적으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이 시급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방송학회 등 유관단체에서 세미나를 열고 중간광고 허용 근거를 제시하면 지상파 3사가 이를 보도하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달 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광고 규제개혁 요청서’를 제출하고 중간광고 도입을 공식 요청했다. CBS, KNN 등 35개 지역‧라디오 방송사들도 같은달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촉구했다. 지상파 3사는 이미 올해 초 중간광고 태스크포스(TF)팀을 결성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학회에서 ‘중간광고 도입 찬성’ 세미나를 한 달에 한 번 꼴로 개최하고 있다.

지상파의 전방위 압박에 정부도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방송의날 행사 축하연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금지와 관련 “불합리한 규제 혁파”를 언급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화답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 6일 “올해 안에 광고제도 개선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간접광고(PPL)축소를 전제로 중간광고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들의 중간광고 도입 요구는 해묵은 과제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정치적으로 지상파의 힘이 가장 센 시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 입장에선 지상파 지원이 절실하다.

▲ 지상파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 중간광고 규제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중간광고 찬성 의견을 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예전에는 새누리당 찬성, 야당 반대로 극명히 엇갈렸다면 이제는 ‘조건부 찬성’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형국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지상파의 콘텐츠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지상파가 영향력을 잃고 중소PP로 전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광고 허용은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즉시 발효돼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공공성 확보라는 명분도 뚜렷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박근혜 정권 내에 중간광고 빗장을 풀지 못하면 당분간 기약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광고시장 지각변동 ‘중간광고’로 막나

지상파들이 중간광고에 사활을 거는 현실적 이유는 유료방송·종편의 급성장과 경영악화 때문이다. 방통위가 발표한 ‘2015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은 1조4042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4091억원) 소폭 감소했다.

반면 종편 4사의 방송매출은 2011년 846억에서 2014년 4016억원, 2015년 5321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CJ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역시 지난해 7467억원의 방송매출(전년 대비 880억원 증가)을 올려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시청점유율에서도 지상파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방통위 ‘2015년 텔레비전 방송채널 시청점유율 조사결과’에서 지상파 3사의 시청점유율은 2011년 60.446%에서 지난해 47.225%로 떨어졌다. 종편 4개 채널의 시청점유율은 2011년 12월 0.3%에서 2015년 13.915%로 늘었다. tvN 등 CJ계열 채널은 2011년 8.342%에서 2015년 9.335%로 선전하고 있다.

지상파 시청자 상당수가 유료방송과 종편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된다. 한정된 방송광고 파이를 나눠먹으면서 지상파 몫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송은 2012년 이후 광고매출 1위 자리를 온라인에 빼앗겼다. 종편의 성장세는 위협적이고 CJ E&M의 광고매출은 이미 일부 지상파들을 추월한 상태다.

위기의식에 휩싸인 지상파는 광고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한 끝에 지난해 ‘광고총량제’ 도입에 성공했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가 광고총량제 도입 직후 6개월간 TV광고 매출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상파 3사의 광고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줄어 규제 개선 효과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는 경영난 해법으로 중간광고 허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간광고를 종편과 유료방송에만 허용한 현행법은 지상파에 비대칭규제인 만큼 이를 풀고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광고시장이 얼어붙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안정적 추가 수익원이 필요하며, 소비자들의 중간광고 반대 여론도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중간광고는 공격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목적이 아니라 더 이상 시장지배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유료방송에 유리하게 형성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시청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시청권 침해 심각…자구노력이 먼저

반면 종편·유료방송과 시민단체 등은 지상파 중간광고가 허용될 경우 시청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금도 과도한 간접광고(PPL)로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몰입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중간광고까지 도입하면 방송이 광고로 도배될 것이란 우려다. 또한 광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시청률 지상주의로 이어져 방송의 상업성이 더 커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중간광고 규제가 지상파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상파 매출 하락의 근본원인은 변화하는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의견도 많다. 지상파가 시청자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볼만한 프로그램이 빈약해서란 비판이다. 중간광고를 통한 쉬운 재원마련보다 콘텐츠 질을 높이는 자구노력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 종편·유료방송과 시민단체 등은 지상파 중간광고가 허용될 경우 시청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한국신문협회는 19일 정부의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검토에 대해 “신문 등 타 매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상파 편향 정책”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신문협회는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KBS·MBC·SBS 등은 연간 1300억원 이상의 추가 광고 수입을 올리게 된다”며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광고의 수평이동이 일어나 신문이나 중소·지역방송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종편 관계자는 “지상파의 중간광고 도입 요구는 ‘방송광고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하는데, 이는 현재 지상파 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한 반성과 시정 노력이 결여된 발상”이라며 “제도 개선에 기대기보단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에 초점을 둘 때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청자 중간광고 거부감 크게 줄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1%는 반대 의견을, 26%는 찬성 의견을 보였다. 의견 표명을 유보한 ‘보통’은 26.9%를 차지했다. 2008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5%가 반대한 것과 비교하면 부정 여론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만일 ‘중간광고를 허용한다면 어떤 조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주목된다. 응답자들은 △프로그램 품질이 좋아지면 용인할 수 있다(22.9%) △뉴스, 어린이 장르 등에 중간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면(20.5%) △중간광고 도입으로 전후CM 시간이나 간접광고가 줄어든다면(18.3%) △클라이맥스 장면을 피해 중간광고가 삽입된다면(9.39%)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교수는 “그동안 시청자는 무조건 중간광고를 싫어한다고 여겨왔지만 이는 꼭 중간광고라서가 아니라 광고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봐야 한다”며 “프로그램 품질이 향상될 수 있다면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서도 보다 긍정적인 의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한 광고주 인식조사 결과도 관심을 모은다. 이시훈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해 지상파TV 광고 집행 실적이 있는 100개 기업 광고담당자를 대상으로 지상파 중간광고 찬반 의견을 물어본 결과 72%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광고주 84%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시 집행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광고주들은 지상파 중간광고 재원조달 방안으로 ‘지상파 일반 광고비에서 활용’(68%), ‘타매체 광고비 활용’(22%), ‘광고비 규모 증액’(10%) 등을 꼽았다. 지상파 중간광고의 장점으로는 방송광고 노출효과 증대, 시청자들의 재핑(zapping, 채널 돌리기) 완화, 현행 광고요금제도 변화, 방송광고 효율적 배분 등을 언급했다. 반면 문제점으로는 시청자의 시청권 침해, 광고주의 영향력 증가, 방송의 공공성 저하, 매체 균형발전 저해 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광고주들이 중간광고에 찬성하는 이유는 광고 집행의 효율성 때문”이라며 “플랫폼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고 비대칭 규제도 한계가 있으니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중간광고 단가는 추후 미디어랩사와 지상파가 고민할 부분이지만, 설문 결과에서는 일반 광고비의 50% 정도 할증된 수준이 광고주가 생각하는 적정선”이라고 덧붙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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