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비 세계 2위 중국의 이면
PR비 세계 2위 중국의 이면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6.10.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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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경이적인 양적 성장, 사회주의적 접근 여전

[더피알=신인섭] 후진타오 뒤를 이어 시진핑(習近平)이 중국 주석 자리에 올라선 것은 2013년 3월이다. 그보다 조금 앞선 그해 2월 2일자 <인민일보> 1면 머리기사로 2013년 군민 신춘 환영 문예 만찬회(2013年軍民新春歡迎文藝晩餐會)가 북경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됐다는 소식과 함께 후진타오와 시진핑 차기 주석의 사진이 실렸다.

닷새 뒤인 7일자 <인민일보>에는 시진핑 주석이 공군 모기지에서 위성 발사 시찰차 군 부대를 방문한 사진과 기사가 게재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있다. 같은 날 꼭 같은 사진과 기사가 <북경일보>의 1면 헤드라인을 차지한 것이다.

▲ 2013년 2월 2일자 <인민일보>와 <북경일보>는 헤드라인과 사진 등이 똑같다. 신인섭 제공

다른 것은 신문 제호일 뿐 1면 머리기사 자리에 동일한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신화통신 기자가 쓴 것이었다. 경제는 자본주의, 정치는 사회주의 나라가 중국이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을 겪고 보니 새삼스레 중국의 PR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중국을 처음 방문한 시기는 1991년이다. 당시 중국이 주최한 최초의 국제광고회의가 있었다. 한국과 정식 국교가 수립되기 한 해 전이었기에 상호 항공기 왕래가 없어 호옹을 경유해야 했다. 신화통신사가 홍콩에서 주는 종이쪽지에 도장이 눌린 ‘비자’를 가지고 비행기를 탔다. 한중 외교 관계가 수립되기 전이므로 여권에 비자 발행 기록을 남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경 공항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인데 형광등이 가지런히 켜 있고 사람들은 좀 무뚝뚝했다. 세관 검사는 아예 없었다. 1960년대 말 무렵 김포공항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텔에 체크인 하자 여권을 모두 회수했다. 왜 그러는 것이냐 물었더니 안내하는 사람이 그게 법이라 했다. 물론 뒤에 돌려주긴 했다. 돈은 인민폐가 아니라 외환권이 따로 있었다. 언뜻 1950년대 미군이 한국에서 사용하던 군표가 생각났다. 택시를 타니 운전기사는 가급적 그 외환권을 달라 했다. 그것이 있으면 외래품 판매소에서 수입 외제물품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민일보>를 사려 했더니 판매는 안하고 공상당원들이 집에서 보는 것뿐이었다. 수소문을 해서 겨우 몇 장 얻었다. 저녁에는 초청한 측과 다 같이 한 잔 하는 모임이 있었다. 통역을 하는 40대쯤 보이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나하게 취하고 나서 내게 실토를 했다. 신화통신사에서 파견되어 나온 임시 한국어 통역인데 전에 평양에서 기자 근무를 오래 했다는 것이었다.

나도 고향이 평양이라고 하니 흔한 표현으로 말이 통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가장 괴로운 일은 식사였는데 6·25 한국전쟁 이전만 해도 그렇게 많던 중국 식당이 깡그리 없어졌기 때문이라 말했다. <인민일보>를 손에 쥘 수 있었던 건 그 사람을 통해서였다.

중국 PR시장, 5년간 2배 성장

1991년 이후 여덟 차례 중국을 찾았다. 2004년에 국제광고협회(IAA) 세계광고대회 참가차, 그리고 10년 뒤인 2014년엔 북경에서 두 번째로 열린 IAA세계광고대에 참석했었다. 25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거창한 국제행사를 두 번이나 주최하는 중국을 다시 보게 됐다. 한 마디로 상전벽해였다. 옷차림이나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활기가 있었고 얼굴에 웃음이 있었다. 여러 가지 신문과 수많은 잡지가 즐비하게 판매소에 놓여 있었다. 대개 컬러였다.

중국에는 몇 개의 PR단체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이 1991년에 창설된 중국국제공공관계협회(中國國際公共關係協會)로 영문으로는 ‘차이나 인터내셔널 퍼블릭 릴레이션즈 어소시에이션(China International Public Relations Association)’이다.

▲ 중국 대표 pr단체인 '중국국제공공관계협회' 홈페이지 화면.

퍼블릭 릴레이션즈를 직역해서 ‘공공관계’로 옮겼고 줄여서 공관(公關)이라 부른다. 이 협회가 지난 5월 중순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 25대 PR회사의 수입은 430억위안(약 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성장했다. 2010년 PR비는 210억위안이었으므로 5년 새 배가 증가한 것이다. 놀라운 숫자이다.

중국 PR업계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회사가 블루포커스(Blue Focus)이다. 한문으로 남표숫자(藍標數字)라는 이 PR회사는 2015년 수입이 2억4500만달러(약 2702억원)로, 전년 대비 36.7% 성장해 글로벌 랭킹도 14위에서 9위로 뛰어올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의 PR회사로 부상하면서 세계 PR업계를 놀라게 했다. ▷관련기사: 중국 최대 PR회사 ‘블루포커스’를 보다

중국의 PR비

연도 억위안(元) 달러($) 성장률 %
2011 260 40.3
2012 303 47.6 16.5
2013 341 55.0 12.5
2014 350 61.9 11.4
2015 430 69.0 13.2

이런 경이적인 중국의 PR에는 어두운 일면도 있다. 중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참가하는 기자들에게 여비(교통비)를 지불해야 한다. 언론사가 취재비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줄 필요도 없을 것이 한때는 중국 정부가 배포하는 기사를 받아쓰기만 해도 됐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기자회견 자료집에 50달러에 해당하는 중국돈을 빨간 봉투에 담아 배부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 금액이 10배로 올라간다. 물론 돈은 주최 측이 부담한다.

우리로선 과거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 크게 왈가왈부할 사안도 아니지만, PR비가 세계 2위인 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서방측 중론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의 언론 통제다. 눈에 안 보이는 선이 있어 당국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사전에 눈치껏 알아서 기사를 쓴다는 것이다.

2011년 1월에 미중비즈니스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가 발행한 <차이나 비즈니스 리뷰(China Business Review)> 신년호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에서 PR을 할 때 해야 할 일과 해서 안 될 일이 각각 7가지와 4가지로 제시됐다.

해야 할(Do) 일
1. 중국의 세로로 통합되고 복잡한 세력 구조와 이해관계자를 이해하라.
2. 중국 정부와 사회의 목표와 병행하는 사업 목표를 제시하는 PR 메시지를 창출하라.
3. 후에 영향력 행사자가 있어서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가 여부를 결정하라.
4. 각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이해관계자의 복잡한 연결망을 파악하라.
5.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닥치기 전에 앞서서 관여하라.
6. PR 및 정부 관계 담당자와 상호 긴밀하게 일하도록 훈련하라.
7. PR업적을 추적, 평가해서 전략을 조정하라.

해선 안 될(Don't) 일
1. 단순히 서구 PR모델을 따르는 일. 다만 조직의 구성과 직원의 기능은 현지 상황에 알맞도록 한다.
2. 관여하기를 회피하는 것. PR이란 접촉하는 업무이다.
3. 도전이 스스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일. 중국의 이해관계자 환경은 너무도 복잡하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로 도전을 방치하면 처치불능 상태가 된다.
4. 상황을 판단할 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 접근을 망각하는 일.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해서 안 될 일 4가지 가운데 마지막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 접근’이다. 달리 말하면 경제는 자본주의지만 언론을 포함한 정치는 사회주의 제도라는 것이다. 한국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 언론들이 떠들썩하게 한국을 비난하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가 잊고 있는 일을 떠올리게 됐다.

자본주의 국가의 언론 못지않게 여러 다국적 기업의 광고를 실은 중국 신문을 보노라면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망각할 수 있다. 북경이나 상해 시내 어디를 가도 보게 되는 물질적 풍요와 자유로운 모습, 그리고 명동거리를 누비는 중국 젊은이를 봐도 중국이 국가 주석을 선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선출한다는 생각도 안 하게 된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다. 다만 직시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에서는 아직 <인민일보>와 <북경일보>라는 두 가지 다른 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가 때로는 꼭 같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PR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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