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범죄도 생중계…‘라이브’의 역설
자살·범죄도 생중계…‘라이브’의 역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10.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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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영상 실시간 노출, SNS 윤리 도마 위

[더피알=박형재 기자] 자살, 마약, 범죄 현장이 잇따라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면서 끔찍한 장면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터키 남성 에르도간 세렌(22)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말해 죽기로 결심했다”며 자살 장면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용자들이 댓글을 통해 “제발 죽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촌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 페이스북 라이브 홍보 영상 화면 캡처.

지난 4일에는 미국의 한 남성이 마약에 취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성인 남녀의 모습을 라이브로 내보냈다. 남성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여성은 구역질을 하는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8분 가량 촬영을 계속했다. 

범죄 현장이 고스란히 페이스북 전파를 타기도 했다. 지난 6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20대 남성이 경찰관 부부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앞서 4월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10대 소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페리스코프로 중계해 가해자와 함께 기소됐다.

SNS 등 온라인상에서 라이브 방송은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포맷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플랫폼에서도 라이브 기능을 지원하면서 ‘누구나 생방송 시대’가 열렸다.

과거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공유했던 것에 비해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라이브의 최대 강점. 페이스북에 따르면 일반 동영상보다 라이브 방송에 달리는 댓글이 10배 이상 많다.

하지만 각종 영상이 여과장치 없이 실시간으로 유통되면서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고품질 콘텐츠를 무단 생중계해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노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월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1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간, 살인, 자살 등을 다룬 폭력적 행동이 생중계된 것은 최소한 18차례나 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충격적인 영상 생중계가 잇따르자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기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일반인들이 생중계로 폭력적인 장면을 무분별하게 내보내는 데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전세계 10억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폭력적 영상 제작자들을 모두 걸러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모바일전공 교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폭력적·선정적 라이브 방송을 실시간으로 걸러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신고 기능을 강화하고 방송 종료 후 영상을 빨리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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