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_팬덤_만들기1
#브랜드_팬덤_만들기1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6.10.14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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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팀컬러를 회복하라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한때 서브컬처에 인생을 바치며 이해불가 집단으로 여겨지던 ‘덕후’. 일본어 오타쿠에서 비롯된 말로 다소 비하적인 의도로도 사용되니 마니아나 팬덤(fandom)으로 순화하는 게 낫겠다.

이들은 서브컬처가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21세기에 이르러 급부상하고 있다. 쓸데없는 것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잉여집단이 아니라,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누리며 창조적으로 재생산하는 집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팬덤은 마치 특정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속된 말로 ‘충성도 쩌는’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지만) 고객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 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 스틸컷.

어찌 보면 모든 기업의 꿈이자 모든 마케터들의 미션이 바로 브랜드의 거대 팬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쉽지는 않겠지만 포기는 말자. 스타트렉이나 반지의 제왕 창조자들도 처음부터 그런 추종자 집단을 만들어낼 줄은 몰랐을 테니까.

Ep.01 깨어난 팬덤

‘fanatic(광신자)’의 ‘fan’과 ‘국가나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 ‘dom’이 결합된 단어인 팬덤은 의미도 그렇지만 뉘앙스도 팬클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팬클럽은 열성 팬들의 커뮤니티라는 성격이 강해서 가입 여부에 따른 폐쇄성이 어느 정도는 있기 마련이나, 팬덤은 커뮤니티(community)라기 보단 소사이어티(society)에 가깝다.

제한과 경계 없이 열려있는 팬덤의 세계는 더 이상 관리의 대상일 수 없게 됐다. 그들에게 강력한 소속의식을 주는 방식은 폐쇄된 공간에 가두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광장에서도 흩어지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이도록 하는 참여감이 더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됐다. 이 참여감은 양방향의 소통과 시간에 의한 유대로 이뤄진다.

근래에 이런 방식을 가장 극대화시켜 활용했던 브랜드는 샤오미다. 그들의 팬덤이라 할 수 있는 ‘미펀’은 샤오미가 첫 제품을 출시할 때부터 함께했으며 제품과 서비스,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소통해 왔다.

샤오미가 지금까지 성장해온 과정에 자신들의 공이 있음을 뿌듯해한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의 험난한 과정을 뚫은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데뷔 과정을 보며 흐뭇해하는 삼촌팬처럼 말이다.

Ep.02 안티의 역습

달의 양면처럼 팬덤 뒤에는 안티팬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중 가장 무서운 안티팬이라면 열성팬에서 어느 순간 다크사이드로 돌아선 이들일 것이다. 애정과 증오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 아이돌 팬덤 문화를 보면 여러 가지 계기로 인해 안티로 돌변하는 케이스를 쉽게 볼 수 있다. 그간 쏟은 애정에 대한 반동이 보상심리로 작용해 보다 과격하고 극렬한 안티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많은 기획사들이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는 일만큼 그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더불어 디스패치에 그토록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브랜드는 수시로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기 마련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을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브랜드의 위기 상황은 사후적 관리 대상이다.

모든 상황을 미리 예측해 사전에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위기 때마다 탈모 중증인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기껏 모은 충성고객들을 숭숭 잃을 수는 없다. 게다가 그들은 잠재고객으로 전환되기보다 브랜드에 대해 적대적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럼 브랜드는 무엇으로 예상 밖의 위기 상황에서도 팬덤을 유지할 수 있을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팬덤이 그 브랜드에 대해 기대하는 핵심적인 것을 잃지 않고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설령 희생이나 손해가 따르는 경우라 해도, 그 브랜드의 핵심을 보호하면 팬덤이 쉽게 안티로 돌아서지 않고 오히려 강력한 우군이 되어줄 수 있다. 행여 치명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브랜드만큼은 회생의 발판을 잃지 않는 것이다.

▲ 국내 프로야구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마스코트.

일례로 프로스포츠의 강력한 팬덤 문화는 다른 어떤 분야와 비교해도 지지 않는다. 국내 프로야구를 보면 두산베어스 ‘뚝심의 야구’나 LG트윈스 ‘신바람 야구’, 롯데자이언츠 ‘두려움 없는 야구’ 등 각 구단마다 고유의 팀컬러를 갖고 있다.

재미있는 건 해당 구단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면 고유한 팀컬러와는 상당히 멀어져 있는 의외의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팀컬러는 팬들이 그 구단의 플레이스타일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던 시기에 형성된 하나의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태프나 선수 구성이 매년 변화할 수밖에 없는 프로구단의 특성상 동일한 팀컬러가 유지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팬들은 그것이 있을 때 가장 열광할 수 있고, 없을 때 끝없이 열망하게 되는 것이 바로 팀컬러다. 팬덤 관리에 있어 구단에게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면, 성적은 안 좋으면서 정작 팬들이 기대한 팀컬러의 모습에서도 점점 동떨어져갈 때이다.

수없이 많은 팬들이 등을 돌린다. 이에 대한 처방은 절대로 단기간의 성적 향상이 아니다. 팀컬러의 회복이다. 성적은 언제나 그 다음이다.

브랜드에 있어 팀컬러라면 바로 아이덴티티이다. 이것을 잃지 않으면 어찌어찌 팬덤은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팬들은 안티로 돌아서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애정의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Ep.03 팬심의 귀환

이탈된 팬덤을 다시 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어려운 팬심 회복을 영국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가 해냈다. 재규어는 소비자 분석에 소홀했다는 문제의식 하에 고객이 원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특히 해외 시장에서) 생산단계부터 하나하나 충실히 반영해나갔다.

동시에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정체성을 회복시킨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실제 재규어의 마니아인 CEO를 위임하고 재규어가 추구해왔던 세련되고 품격 있는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결국 해내고야 만다.

재미있는 아이러니는 ‘영국다움’을 부활시킨 재규어의 현재 국적은 인도라는 사실이다. 인도의 타타그룹은 부도 직전의 재규어를 인수해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본질을 되찾는 데 투자를 했다. 결국 지난해 10년만의 최고 실적을 이뤄냈다.

게다가 최근 중국 신흥부자들 사이에서 재규어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벤츠나 BMW 같은 기존 럭셔리카들을 흔한 차로 생각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재규어라는 브랜드의 팬덤이 새롭게 커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강남역에 오픈한 카카오프렌즈의 플래그십스토어의 누적 방문객이 한 달 만에 약 45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개성 있고 공감 가는 캐릭터들로 카카오프렌즈의 모바일 게임과 굿즈의 인기는 식을 기미가 안 보인다.

1세대 아이돌그룹 젝스키스는 해체 16년 만에 수많은 ‘노랭이’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어디 있었는지도 모를 그녀들은 마치 단 한 순간도 그곳을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주저함 없이 식었던 열정의 심지를 당겼다. 이렇듯 작금의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 무엇과 그 누구를 향해 기꺼이 시간을 쏟거나 열광할 기회를 찾고 있다.

이제 팔려고 하는 시도를 잠시 멈추고 애정할 조건과 기회를 만들어보자. TV에 얼굴 한번 내밀지 못한 소형기획사의 신인 아이돌그룹도 소수의 열성적 팬덤은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클지는 미지수지만 그 어떤 거대 팬덤이라 할지라도 그 최초의 시작만큼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 팬덤 만들기, 어렵지만 해볼 만한 과제이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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