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왜 ‘개봉기’에 열광할까?
소비자는 왜 ‘개봉기’에 열광할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9.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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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중심 소비문화 확대…언박싱, 주류 마케팅 트렌드로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애플의 신작 스마트폰 ‘아이폰7’이 시판되자 유튜브 등 동영상 전문 사이트를 중심으로 아이폰7의 패키지를 열어 보여주는 이른바 ‘개봉기 영상’이 줄을 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출시 직후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새 제품을 샀다는 과시 욕구와 이를 선망하는 호기심, 그리고 제품 정보에 대한 니즈들이 얽혀 이같은 ‘언박싱(unboxing)’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초기 붐 조성에 있어 적지 않은 바이럴 효과를 발생시키는 만큼 주류 마케팅 기법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제품 성능 리뷰를 벗어나 신제품 패키지를 오픈하는 형식의 언박싱 콘텐츠는 지갑을 열지 않고도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파고든다. 새로운 IT제품이 출시되면 개봉기 글이나 동영상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제품을 반드시 구매해서 소유하기 보다는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문화로 바뀌어 가는 추세”라며 “간접 체험을 통한 대리만족 효과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호기심 이상으로 해당 제품을 구입할 계획이나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언박싱은 생생한 정보제공 통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언박싱 콘텐츠들은 장황한 텍스트보다는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된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뤄져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텍스트로 읽게 되면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품을 비교 분석하기 어렵지만 (언박싱 콘텐츠는) 후크송이 귀에 쏙쏙 박히듯 몇 분 안에 볼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는 정보탐색 비용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고 언급했다.

▲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개봉기를 포스팅한 블로그들. 네이버 화면 캡처

이같은 특성상 언박싱 제품들은 가격대가 높고 자세한 정보가 요구되는 고관여 제품이 대부분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저관여 제품은 잘못 구입해도 실망감이 작지만 기대치나 가격대가 높은 제품은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크기 때문에 훨씬 더 꼼꼼하게 정보를 살펴보고자하는 욕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언박싱은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의 제품 광고는 못미덥고 실제로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그리 많지 않다”며 “깊이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게 된 셈인데 이를 쉽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언박싱 콘텐츠가 보편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SNS + 과시욕구 = 전문매체 등장


고가의 신제품이 언박싱의 주된 대상이 되는 이유는 블로거나 동영상 업로더의 욕구와도 무관치 않다. ‘자기 과시’의 방법으로 언박싱을 활용한다. 올 들어 새로운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주목받았던 ‘있어빌리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관련기사: ‘있어빌리티’와 마케팅PR이 만날 때

이영애 교수는 “기본적으로 언박싱은 과시소비성향을 표출하는 수단이기에 고관여 제품이나 얼리어답터의 성향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에서 그런 행태들이 나타난다”며 “어느 샌가 ‘비싼 제품을 사는 사람’이라는 일종의 후광효과도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블로거 뿐만 아니라 전문 IT블로거들도 언박싱 포스트를 게시하곤 한다.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만큼 보다 깊이 있는 리뷰가 함께 담겨있어 제품 정보 획득에 유용하다.

최근에는 아예 언박싱 전문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 IT업계의 영향력자로 꼽히는 ‘언더케이지(UnderKG)’가 바로 그것.

▲ 언박싱 전문 사이트 '언더케이지' 메인 화면.

일반적인 IT 블로그와는 달리 이들은 복수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크루’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에 얼리어답터 성향의 네티즌들이 자유게시판을 통해 제품에 대한 활발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언박싱의 유행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과 불황 등으로 인해 대중들의 정서가 가라앉은 시대에서 ‘감춰진 무언가를 연다’는 것은 해방감과 짜릿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는 긍정적인 정서를 발화시키는 트리거(방아쇠)가 된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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