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와 구글지도
포켓몬고와 구글지도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6.08.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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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슈]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 어떻게 결론날까?

[더피알] 7월 5일부터 미국 호주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Go)’는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한 포켓몬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거리나 공원 등 현실 속 공간을 비추면 스마트폰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등장하는 내용의 게임이다. 이를 잡기 위해 사람들이 도심은 물론이고 들로 산으로 나가고 멀리 버스를 타고 이동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게임 때문에 논란이 된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포켓몬고는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바탕으로 하는데, 국내에서는 구글 지도 서비스 제약 때문에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포켓몬고 열풍으로 국내에선 it업계를 중심으로 구글 지도 서비스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불거졌다. 사진은 울산 울주군 간절곶에 출연한 포켓몬고 구동 화면. 뉴시스

포켓몬고 뿐만이 아니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는 우리나라 IT업계를 뜨거운 논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구글이 스마트폰 등으로 길 안내 등을 할 수 있도록 최근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신청하면서다. 정부에서는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국토지리정보원이 만든 우리나라의 5000분의 1 축적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반면 구글은 신속한 서비스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세계 여러 군데 분산돼 있는 데이터센터에 자료를 저장해야 하므로 해외 반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우리 정부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하지 않으면 스마트폰 길안내를 비롯해 향후 지도가 필요한 무인자동차, 스마트 글래스, 검색 등 세계 각국이 이용하는 각종 첨단 IT기기와 관련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만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갖가지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지도 데이터를 꼭 해외의 구글 서버에 저장해야 한다는 것이 논쟁의 쟁점이다. 구글이 워낙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미국 정부가 함께 움직인다는 설까지 제기됐다. 미국 정부가 구글의 해외 지도 반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넘어 국무총리실까지 보고가 된다는 얘기가 나왔고,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대사관이 이 문제를 대표적 통상 규제로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구글 서버 논란 팽팽

그러나 국내 IT업계에서는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꼭 해외 서버에 두지 않아도 길안내 등 지도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구글이 우리나라에 지도 서비스용 서버를 설치하면 되는데 이를 하지 않고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고집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IT업계에서는 구글이 고집 부리는 이유로 조세 회피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유권 해석과도 관련 있는 주장이다. 과거 국세청은 IT서비스업체의 경우 계약 체결이나 상품 전달 등을 제공하는 서버를 갖고 있어야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고정 사업장으로 본다고 행정 해석을 했다.

구글은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있으며 국내업체들의 검색광고 계약을 싱가포르법인이 담당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구글플레이 등에서 구입하는 응용 소프트웨어(앱) 결제도 모두 해외 서버에서 달러로 진행된다. 따라서 구글을 상대로 법인세 이외 영업 소득에 대한 직접 과세가 어려운 실정이다.

▲ 구글은 우리 정부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하지 않으면, 스마트폰 길안내를 비롯해 각종 첨단 it 관련한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뉴시스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은 이를 대놓고 지적했다. 7월 15일 강원 춘천시 네이버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구글 지도 문제는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하라는 것”이라며 “국가의 상황과 규정이 있는 것인데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국내 동영상 시장 1위인 구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1위인 페이스북, 사진 SNS 1위인 인스타그램 등은 한국에서 얼마를 버는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 서버를 설치해 세금을 정확히 내고 이용자 정보도 확실히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구글은 조세 회피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구글 관계자는 “조세 회피 때문이 아니라 해외 여러 군데 분산 배치된 구글 서버에 지도 데이터를 저장하려는 것 뿐”이라며 “세금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논의되는 다국적기업세법을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OECD는 다국적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합쳐 세금을 부과하는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합산과세제도’(CFC)를 논의 중이다. 아직 합의된 것은 아니다.

정부부처의 동상이몽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구글 입장에서는 정부 규제에 얽매이는 상황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규제를 받느니 차라리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구글은 규제가 심한 중국에서 메일과 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IT업계에서는 구글이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금지를 수용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할 경우 타국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있으면 들어줘야 하고, 그렇게 되면 전세계적인 정부 규제를 일일이 맞춰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결국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구글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의 규제가 곧 글로벌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사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것이 구글의 진정한 속내일 수 있다는 것이 IT업계 관측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입장도 어정쩡하다. 관련 부처 간에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 허용 여부를 이달 말까지 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7개 부처 및 기관이 ‘공간정보 국외반출 협의체’를 구성해 6월 말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국토부는 반대, 미래부와 산자부 외교부는 찬성 식으로 부처별 의견이 갈리다 보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 엉뚱한 요구까지 내세웠다. 정부는 구글에 지도 데이터가 아닌 위성사진에서 청와대 등 주요 시설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구글은 지도 서비스와 직접 관련 있는 자료가 아니며, 구글 이외 다른 업체들의 위성사진 서비스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여서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글, 국내 IT업계, 한국과 미국의 정부 등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를 바라보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으로 합일점을 찾지 못하면 국내에서 포켓몬고 서비스를 당분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는 24일 예정된 지도 국외 반출 2차 회의 최종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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