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 과도한 ‘영화홍보’ 눈살
공영방송 KBS, 과도한 ‘영화홍보’ 눈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8.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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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30억 투자 ‘인천상륙작전’ 전방위 띄우기 나서…평단·관객 반응과 온도차

[더피알=문용필 기자] KBS가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특정 상업영화를 과도하게 띄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인천상륙을 성공시키기 위해 대북 첩보작전 ‘엑스레이’에 투입된 비밀요원들의 영웅담을 그렸다. 제작비만 17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인데다가 이정재, 이범수, 정준호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과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선아, 박성웅, 추성훈 등 특별출연한 카메오의 면면들도 화려하다. 배급사도 국내 굴지의 미디어 기업인 CJ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일부.

굳이 방송사의 지원사격이 없이도 흥행요소는 충분하지만 KBS는 ‘인천상륙작전’ 띄우기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시작은 지난달 26일 방송된 특집 다큐였다.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은 주연배우 이정재가 직접 내레이터로 나섰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했다.

정전 63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개봉을 하루 앞둔 영화와 곧바로 연결되는 소재를 다뤘고 주연배우까지 투입됐다는 점에서 홍보성 프로그램이라는 논란을 면키 어려웠다.

이후에도 KBS의 홍보전은 계속됐다. 인천상륙작전 개봉 당일에 이정재를 ‘뉴스라인’에 출연시켜 영화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물론 배우가 KBS뉴스에 출연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올 상반기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인공인 송중기도 뉴스라인에서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가 국민적 신드롬을 낳은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정재의 뉴스출연과는 분명 결이 달라 보인다.

게다가 KBS는 메인뉴스인 ‘뉴스9’를 통해서도 관련 리포트를 계속 내보냈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북한이 인천상륙작전을 맹비난하고 나섰다는 소식과 실제 엑스레이 작전에 참가한 군인의 스토리를 방송했다. 그 뒤로도 KBS는 인천상륙작전 흥행 관련 리포트를 문화소식을 통해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KBS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은 인천상륙작전을 보고 나면 어느 정도 풀린다. 영화 시작 전 KBS 이름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S는 자회사인 KBS미디어와 함께 30억원을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했다. 영화의 총 제작비가 17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적지 않은 비중을 KBS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KBS 관계자는 “그간 KBS가 콘텐츠로 수익을 낸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담부서를 가동하고 그중 수익성이 높은 작품을 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자사가 투자한 영화의 흥행을 위해 방송 프로그램을 홍보활동에 적극 활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다른 공영방송인 MBC도 지난달 2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MBC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베테랑이나 암살과 같은 흥행 속도”라며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숨겨진 영웅 이야기를 알게 됐으며,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고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라고 보도했다.

작품성 논란에도 ‘띄워주기’ 계속

정말 작품성이 뛰어나고 호평받는 영화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을 바라보는 평단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영화전문지 ‘씨네21’에 실린 평론가들의 반응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성훈 평론가는 ‘2016년판 똘이장군’이라고 평했고 박평식 평론가는 ‘겉멋 상륙, 작렬’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철 평론가는 ‘리암 니슨 이름 봐서 별 한 개 추가’라는 굴욕적인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각 매체의 영화담당 기자들도 리뷰를 통해 인천상륙작전의 작품성에 비판을 가했다. 엉성한 CG와 평면적인 인물구조, 상투적인 전쟁영화 문법, 70년대 반공영화를 보는 듯한 고루함 등 ‘지적 포인트’도 다양하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영화를 직접 본 기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들, 그리고 비밀 요원들의 가족이 인천에 나타나게 된 배경 등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북한군들의 이북사투리 억양은 어색했고 합성티가 팍팍 나는 CG에는 실소마저 터져나왔다. 

▲ 지난달 27일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 방송화면캡처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쓴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SNS상에서는 “영화관에서 뛰쳐나오고 싶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명배우들의 연기...이건 아니다” “뻔한 스토리, 구성으로 만족도는 그닥” “차라리 대한늬우스를 봐라” 같은 평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작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렇듯 빗발치고 있지만 KBS는 자사가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한 홍보전을 전개했다. 이는 자칫 공공재인 전파를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더구나 KBS는 공영방송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공영방송으로서 ‘표정관리’는 해야 한다. 30억을 투자해 흥행에 조바심이 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자사 본분을 잊지 않아야 한다.

KBS의 적극적 띄워주기 덕분인지 인천상륙작전은 300만 관객을 넘어 흥행 순항중이다. 일각에서는 1000만 고지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작품성이 아닌 애국심이 강조되고 공영방송의 전면적 지원을 등에 업은 이 영화가 한국 영화 흥행신기록을 달성했다한들 영광스러운 기록이라 말할 수 있을까. KBS의 지나친 홍보가 오히려 영화에 흠집을 남기지는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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