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rl+V’식 공공PR 탈피하려면
‘Ctrl+V’식 공공PR 탈피하려면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7.11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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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공공PR 개선 위한 몇 가지 제언

공공PR의 해묵은 딜레마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공PR의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천편일률적 홍보, 단발성 이벤트 활동 등이 주된 문제로 꼽힌다.

업계 종사자들은 “현행 방식으로는 공공PR활동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정부 쪽에선 정해진 기준을 무너뜨리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 쪽 생리를 잘 아는 PR전문가는 정부와 PR업계가 상충하는 건 어느 한쪽의 문제라기보다 ‘합법성 vs 합목적성’의 충돌로 보는 게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PR업계의 불만은 “창의력이 중요한 홍보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제약이 많다”로 요약된다. RFP 요구사항이 과다하고, 홍보를 전략 중심이 아닌 실행 중심으로 진행하니 창의적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공무원 입장에선 속된 말로 ‘안전빵’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만일 정부부처에서 A업체의 자격이 부족한데도 홍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용역을 줬다고 치자. 홍보효과가 잘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당장 내부 감사에 시달린다.

과업지시서 내용이 많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홍보가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탈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셈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PR업계의 불만은 대부분 공공PR을 비즈니스 개념에서 접근해 나타난다”며 “가격점수 8:2 이런 건 조달원칙에 따라 정해진 것인데 우리만 바꿔달라는 것은 PR업계만 특별대우 해달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홍보는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로 공익에 기여한다는 책임의식이 없으면 좋은 PR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면서 “기업 일감 없으니 정책홍보에 뛰어든다는 무책임한 자세는 PR업계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변해야 하나

그럼에도 공공PR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한 해 동안 1000억원 넘는 돈을 투입하면서도 ‘영국이름 짓기’나 ‘세계 최고의 직업’과 같은 획기적인 캠페인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효과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PR회사 A대표는 “1000억원이면 굉장히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데 시스템의 한계에 갇혀 그냥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느낌”이라며 “좀 더 유연한 사고가 아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창의성’을 더 키울 수 있는 절충점은 없을까? 현재 시스템을 크게 흔들지 않고, PR업체들이 만족할만한 부분은 어디일까.

일단 기술점수 대 가격점수 심사비율은 조정 가능해 보인다. 현재 80:20이 더 많지만 90:10으로 책정하는 부처들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가격점수가 심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홍보능력이 떨어지는 PR업체들이 걸러질 수 있다.

용역 기간도 사안에 따라 1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PR은 기본적으로 긴 호흡을 갖고 진행하는데, 대부분 공공입찰은 몇 개월, 길면 1년에 불과해 축적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정부 회계시스템이 1년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인데, 관련 규칙을 개정해 꼭 필요한 경우 토목, 건설처럼 계속사업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심사 과정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에게 심사 당일 제안서를 보여주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 PT시간을 30분으로 늘리거나, 심사 후 질의응답 시간을 추가해 보완할 수 있다. 옴브즈맨 제도를 도입해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후평가를 통해 부적절 업체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현재 PR용역 예산 중 사후평가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다”면서 “언론홍보 몇 건, 이벤트 몇 명 식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홍보용역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체계적으로 평가해 저질 PR업체에는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홍보 마인드’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지금처럼 ‘Ctrl+V’ 식으로 좋다는 홍보는 모조리 집어넣은 과업지시서를 주면서 차별화된 PR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발주기관에서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그에 대한 아이디어와 실행을 요구해야 한다. 홍보대사나 지자체 축제처럼 ‘남들 하니까 나도 한다’는 PR 대신 합리적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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