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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언론의 착각

[진단①] 연성뉴스 범람...무비판적 트래픽 올리기 급급

기사승인 2016.06.27  10:34:53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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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안선혜 기자] SNS와 모바일이 열어젖힌 새로운 세상에서 언론은 생존을 위한 분투 중이다. 카드뉴스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하고, 이용자들에게 ‘드립’으로 농을 던진다.

모바일에서 먹힌다는 스낵컬처식 접근을 위해서다. 웬만한 국내 언론들은 모두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었고 그 중에 몇몇은 나름 디지털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자부한다.

가볍고 친근한 방식은 이용자들에게 뉴스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담아내는 내용마저 가볍다면? 이용자들의 공유와 댓글은 박수칠만한 일인가.

   
▲ 트래픽이 온라인 상에서 자사의 온전한 영향력이라 생각하는 건 일종의 착시다.

<더피알>이 유엑스코리아와 함께 지난 1월 1일~4월 17일까지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와 비교 시 큰 폭의 성장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 YTN과 CBS노컷뉴스는 사건·사고 혹은 제보 영상을 페이지 성장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마케팅 리포트③] 언론사 신진 페이지 주목)

상위 100개 콘텐츠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세계일보 영상은 자체 기획·제작물이 아닌 유명 유튜버의 영상을 재편집해 올린 것이었다. 아이폰6S와 갤럭시S7을 콜라에 넣고 얼린 실험영상으로, 당시 16만447이라는 압도적 공유량을 기록했다.

정량적 이용자 반응이나 트래픽으로만 따진다면 꽤나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끌어 올린 트래픽을 온전히 자사 매체의 영향력이라 평가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언론의 착각은 싹이 튼다.

슬프거나 감동적인 사연, 공분을 일으키는 영상은 요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타고 자주 등장하는 콘텐츠들이다. 언론사 뿐 아니라 기타 큐레이션 페이지 등에서도 단골 소재로 이런 류의 영상들은 조회수나 이용자 반응 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곤 한다.

아기와 동물이 등장하는 영상도 인기다. 모 방송사에서 올린 고양이 관련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게시 1시간 만에 조회수 2만 가까이를 찍었다.

이 콘텐츠 역시 해외 유명 비디오뉴스 에이전시의 영상을 2차 가공한 것으로, 원저작자의 로고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영상 말미에만 자막으로 출처를 밝히기도 했다.

   
▲ 해외 유명 비디오뉴스 에이전시의 영상에서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하고 자사가 재편집해 내보낸 모 방송사의 콘텐츠. 귀여운 고양이 모습이 담겨 SNS에서는 이용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

저작권법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방송 관계자는 ‘업계 관행’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모든 해외 영상 제작자들과 하나하나 접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출처를 밝히는 것으로 대신한다”면서 “다른 곳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상 말미에 출 처를 표기했더라도 로고를 훼손했다면 저작인격권침해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용자 반응은 얻었을지언정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다면 방송사 권위는 잃어버릴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트래픽=영향력?

때로는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일종의 ‘드립’을 던지다가 너무 과해 눈살을 찌푸리게도 만든다.

한 신문사는 군부대에 단순 호기심으로 폭죽놀이용 폭음탄을 던진 대학생에 대한 기사 링크를 공유하면서 방송인 곽정은의 방송 출연 화면을 삽입하고 “이 남자 감방에선 어떨까”라는 문구를 달았다.

기사 내용과 해당 방송인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과거 이 방송인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남자 침대 에서는 어떨까”라고 했던 수위 높은 발언을 패러디해 주목도를 높인 시도다.

   
▲ 한 언론사의 과한 개그 욕심. 기사와 관련 없는 방송인의 사진이 링크에 삽입됐다.

아무래도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이용자들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재미 요소가 필요한데, 수위 조절을 잘못하면서 벌어지는 낯 뜨거운 광경이다.

언론사가 트래픽을 올릴 수 있는 기사나 콘텐츠에 집착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디지털 공간으로 뉴스 소비의 장이 옮겨지면서 이른바 검색어 장사와 제목 낚시는 일상이 됐다.

언론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는 인지되지 못한 채 그저 ‘포털 뉴스’로 소비되는 현실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포털 시스템을 이용해서라도 트래픽 유입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쥐려 애썼다. 높은 트래픽이 곧 경쟁력이 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와 다르다. 트래픽과 영향력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건 현재 언론이 갖고 있는 대표적 착각이라는 지적이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은 “디지털로 오면서 방문자수, 트래픽, 뷰(view)라는 건 매체 영향력과 상관관계가 크게 떨어졌다”며 “장르적 구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종이신문과 TV가 주름잡던 시대에는 구독 자수와 열독률, 시청률이 매체 영향력의 지표가 됐지만 그럴 수 있었던 건 스포츠신문 등 가십지와 전통신문을 따로 떼어놓고 각각을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포츠조선이 200만부 팔렸다고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증가했다고 보지 않았다는 첨언이다.

반면 디지털로 넘어오면서는 이 구분이 모호해진 분위기다. 가십이든 주요 뉴스든 일단 트래픽으로 잡히는 건 모두 합산하는 추세다.

강 소장은 “트래픽이 영향력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하면서 (언론들이) 뉴스 구성에서는 고민하지 않았다”며 “현재 디지털에서 언론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은 바로 연성 콘텐츠(오락적 내용을 담은 뉴스)”라고 꼬집었다.

   
▲ 모 경제지의 네이버 뉴스스탠드 메인 화면. 연예지를 방불케 한다.

포털에서 ‘충격’ ‘헉’ ‘경악’과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오는 기사들이 트래픽을 높이는 데 일조할지 몰라도 손가락질을 받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바일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짧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콘텐츠가 각광받으면서 다수 쏟아지지만, 이들 콘텐츠에는 의제를 설정하고 설득을 통해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은 결여된 경우가 많다.

강 소장은 “스낵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이를 사람들이 소비 하는 것 자체가 오류는 아니다. 가디언(The Guardian·영 국 유력 일간지)보다는 더선(The Sun·영국 대표 가십지)이 많이 읽히는 건 과거부터 이어져온 현상이나, 스낵콘텐츠를 우리가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이게 트렌드니까 따라 만드는 접근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디지털에서 자사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지 자체 기준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문제의식에 대해 동의를 구하고 통찰한 내용을 전달하는 콘텐츠는 예나 지금이나 영향력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누군가가 무엇을 해서 효과가 난다고 하면 그것이 자기 몸에 맞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따라하고 보는 무성의함, 안일함 등이 디지털 뉴스 조직 안에 포만하다”며 “디지털 생태계가 확산되면서 촉발된 변화를 언론이 선도적·능동적으로 지휘한 것이 아니라 수동적·무비판적으로 대응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계속>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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