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차는 어쩌다 ‘여혐 낙인’ 찍혔나
공차는 어쩌다 ‘여혐 낙인’ 찍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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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1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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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공감 실패가 준 부정적 연상 강화

[더피알=브랜디스] 브랜드 콘셉트를 전달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인 광고. 많은 이들에 노출됨으로써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지만, 자칫 해석에 따라서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핵심 타깃층에서 부정적으로 비쳐진 광고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 ‘공차’의 사례를 살펴본다.

버라이어Tea가 어장관리?

공차는 밀크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음료주문 시 얼음양, 토핑종류, 당도 등을 소비자 기호에 맞춰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 콘셉트를 ‘버라이어Tea’로 정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공차의 첫 번째 광고는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지하철 내 게시된 광고물이 어항 속 남성의 얼굴을 한 물고기들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소위 ‘어장관리’로 이야기되는 카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슷한 시기 공차가 사용했던 컵 홀더도 문제가 됐다. 이별을 할 때 여자가 눈물을 흘린 이유가 자신이 생일날 받으려고 적어 놨던 위시리스트(wish list)들을 못 받게 됐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공차의 광고가 여성이 남성을 물질적 수단으로 여긴다는 부정적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 여혐 논란에 휩싸인 지하철 광고물과 컵 홀더 문구. 온라인 커뮤니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기업의 목적과 동일해야하고,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어 하는 콘셉트와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 공차의 브랜드 철학 중 하나인 ‘All day Everyday(매일의 일상에 어울리는 공차)’에 비춰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살펴본다면 다양한 종류의 밀크티를 제공한다는 의미의 ‘버라이어Tea’라는 메시지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됐다. ‘매일의 일상에 어울리는 공차’의 이미지를 전하려면 구매 시점을 광고 메시지에 명시해 다양한 상황에서 공차를 즐길 수 있게 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분이 떨어졌을 때, 시험공부를 해야 할 때, 달콤한 음료가 필요할 때는 공차’처럼 말이다. 즉, 폭을 넓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구사했다면 비판의 대상이 되는 대신 마케팅적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보통 광고가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은 노출→주의→이해→동의→기억→기억의 재활용→대안 비교→행동의 8단계로 구성된다. 특히 요즘 소비자들은 최고의 마케터이자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동의(Agreeing)단계가 중요하다.

공차의 광고는 이 동의단계에서 실패한 것이다. 광고가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공감’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단 한번의 인식이 고정관념으로

브랜드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 케빈 레인켈러의 CBBE(Customer Based Brand Equity)모델에 따르면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은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이미지로 구성이 된다. 이 관점에서 공차는 인지도가 낮아서 노이즈 마케팅을 펼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공차는 이미 브랜드 회상(=밀크티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과 브랜드 재인(=공차 하면 떠오르는 연상) 측면에서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펼친 것일까? 역시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린 결과를 낳았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브랜드는 네트워크처럼 연결돼 다양한 연상들이 링크를 통해 이어지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긍·부정) 연상들이 합쳐진 총제적 평가(Overall Evaluation)를 통해 브랜드를 인식하게 된다.

총제적 평가가 일단 형성되면 일종의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는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편향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결국 소비자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브랜드로 한번 자리 잡으면, 그 인식이 고착화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공차의 예로 돌아와 보자. 앞서 소개한 공차의 광고는 최근 것이 아니라 몇 년 전에 진행한 광고다. 논란이 일자 당시 사측은 해당 광고를 즉각 철회했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공차광고’를 검색하면 문제의 광고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여전히 공차는 여성 비하 광고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남아있고 계속 회자되는 상황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와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환경 때문이다. 지금은 마켓3.0 시대로 소비자들 간의 정보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며 소셜미디어도 활성화됐다. 이 속에서 한번이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회자되기 시작하면,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되고 오랜 기간이 지나더라도 낙인처럼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유사한 이슈가 발생할 시엔 또 다시 언급될 수도 있다. 공차라는 노드(node·매듭)에 연결된 부정적인 브랜드 연상이 강화돼 온라인상에서의 부정적 인식을 벗기 힘든 것이다.

brandis is...
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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