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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품은 안 사셔도 좋습니다”

진심 주니 신뢰 받는 ‘겸손 마케팅’

기사승인 2016.05.20  09:35:55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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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이윤주 기자] ‘두 번째로 잘하는 집’이라는 음식점. 너도나도 ‘원조’임을 내세우는 세상에서 ‘2등’을 자처하는 모양새가 독특하다. 간판에서 느껴지는 겸손은 고객의 발걸음을 끌어당긴다.

자신을 낮추는 대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겸손 마케팅’의 장점이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눈 앞의 이득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제품을 만들었다고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줄여도 된다”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마라”고 말하는 기업이 있다. 고객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나 기다린다. 돋보이려 애쓰지 않고 선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제품의 판매량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이른바 ‘겸손 마케팅’이다.

홍성준 순천향대 경영학과 교수는 “겸손 마케팅은 ‘관계’를 중심으로 바라보되, 핵심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비춰 봤을 때 대상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돼야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기위해 기업들이 펼치는 전략은 가지각색이다. 그 중 당장의 판매 수익보다 더 중요한 목표를 바라보는 ‘디마케팅’이 있다.

디마케팅은 줄어든다는 의미의 ‘디크리즈(decrease)’의 ‘디(de-)’와 ‘마케팅’을 합성한 용어로 제품 판매량을 줄인다는 뜻이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기업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제고하려는 주된 의도가 바탕에 깔려있다. 특히, 주류와 담배, 게임 등 ‘우려의 시선’을 받는 업종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소비 줄이는 마케팅?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탄산음료도 예외는 아니다. 코카콜라, 펩시, 닥터페퍼 스태플 등의 제조사들은 오는 2025년까지 자사 탄산음료의 칼로리를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코카콜라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모든 제품 포장에 칼로리와 영양정보를 표기하고 있다. 12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도 중단한지 오래다.

비교적 우려의 시각이 없는 제품 또한 디마케팅을 적극 이용한다. 한국 네슬레는 국내 분유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고 모유의 우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아기에게 가장 좋은 것은 모유이며 성장기용 조제식(분유)를 먹이기 전에는 의사, 혹은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뿐만 아니라 모유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판넬을 제작해 소아과 병원에 비치하는가 하면 소아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제품 홍보보다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코카콜라와 네슬레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지난달 22일 <포춘(Fortune)>지가 조사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15위, 네슬레는 38위를 차지했다.

   
▲ 엠엔엠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생년월일을 인증하는 팝업창이 뜬다.

스니커즈와 엠엔엠즈 같은 초콜릿 제품으로 유명한 제과회사 마즈(Mars)도 비슷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엠엔엠즈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마즈는 마케팅 규정에 따라 만 12세 미만의 아동에게 직‧간접적인 광고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팝업창이 뜨는데 생년월일을 입력해 나이를 인증하지 않으면 다른 페이지로 이동해버린다.

합리적 소비에 대한 정보 선택이 가능한 13세 이상의 소비자를 마케팅 대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코카콜라와 네슬레, 마즈 모두 당장의 판매 수익 보다는 윤리와 공익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천천히 신뢰를 쌓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예 대놓고 제품소비를 권장하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뉴욕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실어 화제가 됐다.

파타고니아는 재킷 하나를 만들기까지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부각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이 옷을 새로 구매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대신 옷을 오래 입도록 품질을 뛰어나게 만들고, 평생수선을 보장해 고객들이 새 옷을 더 많이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을 가지겠다고 공언했다.

   
▲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파타고니아의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

이는 단순한 ‘말’에만 그치지 않았다. 옷의 기능을 보존하면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을 자사 홈페이지에 카테고리로 만들어 설명했다. 오랫동안 입은 옷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블로그도 개설했다.

얼핏 무모해 보이지만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파타고니아의 블로그는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신뢰를 쌓아나가는 공간이 됐다. 파타고니아의 이 같은 노력은 브랜드에 가치를 더했다는 평가다.

유연하게 다뤄야 ‘이득’

홍성준 교수는 기업이 자신을 어필하는 정도의 차이를 ‘자기비하 → 겸손 → 간접정보제공 → 잘난 척’ 순으로 정리했다.

아울러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이(자 사의 제품에 대해) 먼저 떠들지 않아도 소비자가 실마리를 찾아 스스로 판단, 구매까지 이르게 하는 ‘간접정보제공’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겸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에게 자율성을 부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소비자 스스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신념은 강화되고 입소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진정성’에 핵심을 둬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진정성이 바탕이 돼야 신뢰성이 쌓인다는 것이다.

이우창 휴먼솔루션그룹 소장은 “진정성을 드러낼 때는 겉과 속이 다른 메시지에 주의해야 한다. 마케팅을 잘해도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면 (진정성이) 전해지지 않는다”며 “단순히 더 많이 판매할 요량으로 마케팅을 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이를 바로 알아챈다”고 충고했다.

프랑스 맥도날드가 지난 2002년 진행한 캠페인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맥도날드는 ‘어린이는 1주일에 한번만 오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꺼려왔던 패스트푸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막는 자구책이자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결단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모습에 고객들이 몰려들었고 그 해 유럽 지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환호’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캠페인 이후 출시된 신 메뉴가 지방 과다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위험 요소로는 최근몇 년간 사회적 이슈가 됐던 ‘CEO들의 갑질 논란’을 들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마케팅 성과를 거뒀다고 해도 CEO의 잘못된 행동 한번이면 허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소장은 “(갑질을)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겸손 마케팅에서 기업이 가장 주의할 점은 마이너스되는 요소를 없애는 것”이라며 “굳이 튀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기본만 지켜도 소비자들은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여긴다”고 제언했다.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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