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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4세는 왜 ‘관리’되지 않을까?

부정적 이슈발생시 단박에 기업리스크로...‘갑질논란’ 단골소스

기사승인 2016.05.02  11:04:59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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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박형재 기자] 더피알은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펄스K를 활용(2015년 9월23일~2016년 3월23일 검색)해 차세대 경영인들의 이미지와 평판을 살펴본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차세대 경영인 49명 중 인지도 순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박정원 두산 회장 > 조현준 효성 사장 >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 등이었다. (관련기사: 빅데이터로 보는 재계 3·4세 이미지와 평판)

빅데이터에서 나타난 주요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은 두드러진 차세대 경영인 외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뉴스와 SNS에서 언급되는 인물은 일부 대기업 후계자에 국한됐다. 이는 정말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정보 부족에서 오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너 일가에 대한 어떤 이야기든 언론에 노출되면 사람들이 부지런히 글을 퍼나르는 경향을 볼 때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인지도 분석 결과. 펄스K 제공

둘째, 일반인에게 재벌 3세의 이름이 알려지는 경로는 주로 사건·사고 뉴스를 통해서다. 통계적 유의성을 지닌 9명의 재벌 3·4세 중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준 사장, 이해욱 부회장 등 3명은 모두 사건·사고로 구설에 올랐다. 반면 신제품 출시나 연말 인사발표 등 그룹 관련 이슈는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셋째, 재벌 3·4세 이슈는 작은 사건도 일반인에게 크게 회자되고 오랫동안 기억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지난 6개월간 버즈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작년 12월 24일인데, 당시 ‘이 부회장이 LG폰을 쓰는 모 매체 기자에게 갤럭시6 엣지를 선물로 줬다’는 기사에 대한 공유가 활발했다. 작은 해프닝이지만 신선한 모습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슈어·연관어 7~9위가 각각 외모비하, 인스타그램, 여종업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여종업원 사진 논란 때문으로 풀이된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지도 분석 결과. 펄스K 제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최근 6개월간 두문불출하고 있으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의 ‘조종사 페이스북 댓글 논란’이 발생하자 곧바로 버즈량이 급증했다. 대한항공의 부정적 이슈 때마다 이름이 언급되며 2년 전 땅콩회항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넷째, 재벌 3세에 대한 반기업정서가 상당하다. 일반인들은 경영 승계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노출된 빠른 승진 등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차세대 경영인들의 평가에는 폭언, 충격, 갑질, 금수저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엿보였다.

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차세대 경영인들은 PR 측면에서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건이 터진 뒤에야 회사 중역들이 검찰을 오가며 사태를 수습하는 구태도 반복됐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사건·사고로 구설에 올라 기업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커다란 리스크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해욱 부회장의 경우 ‘갑질 논란’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 명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냈다. 아직까지도 갑질 사건이 벌어지면 ‘조현아=대한항공’이 함께 회자된다. 명성 관리가 필수적인데도 기업들은 왜 재벌 3세를 사실상 ‘방치’하는 걸까?

후계자 향한 여론…정보부족·금수저

재벌 3세가 관리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회장님이 경영 일선에 있는데 후계자가 주목받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홍보임원이 3세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치자. 당장 ‘차기 회장에 줄을 댄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어설픈 3세 띄우기는 자칫 ‘왕자의 난’이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직까지 후계구도가 불확실하거나 경영승계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다. 재벌 3·4세 경영권 이전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속세와 지분정리 문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편법’을 사용해 언론의 주목이 부담스럽다. ‘능력 있는 차세대’로 포지셔닝하는 것보다 국세청 등의 레이더에 포착되는 게 더 손해란 분석이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물려받은 2·3세들도 언론 노출을 꺼리긴 마찬가지다. 굳이 유명세를 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공연히 언론에 알려지면 운신의 폭만 좁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밖에 재벌 3세가 아직 어려서 이제 막 기업에 들어온 경우는 ‘홍보꺼리’ 자체가 없다.

재벌 평판관리를 진행하는 A씨는 “경영승계 과정이 합법적이지 못해서 털릴까봐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후계 구도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라며 “3·4세가 갑자기 튀어나와 경영권을 가져가면 논란이 있으니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건 맞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차세대 경영인의 PI 관리는 시급해 보인다. 베일에 싸인 상태에서 부정적 이슈로 처음 얼굴을 드러낼 경우 첫인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반면 긍정적인 평판이나 이미지는 조직을 장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4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대기업의 경우 후계자의 대내외 이미지나 평판에 따라 대권 승계에 연착륙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악화되고 일반인들의 반기업정서가 커지는 것도 선제적인 PI관리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소다. 사람들은 차세대 경영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를 갖고 있다. 동시에 불편한 감정도 함께 느낀다. ‘입사 5년만에 사장 승진’ 등의 뉴스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이고, 금수저로 태어나 잘 닦아놓은 고속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금수저는 흙수저와 함께 지난해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로 꼽혔다. 그만큼 사회적 반감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능력 검증 없이 대기업 오너에 오르는 것을 불편해하는 시각도 많다. 창업주의 경영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배를 이끌어갈 선장이 누구인지 배에 탄 승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앉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단순히 오너의 아들, 손자라는 이유만으로 비전 제시나 능력 검증 없이 승계하다보니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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