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온라인 표심잡기…대세는 ‘뮤비’
총선 온라인 표심잡기…대세는 ‘뮤비’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4.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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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움’ 보다는 ‘경쾌함’으로 어필, 기존 문법 뒤집는 ‘파격’도

[더피알=문용필 기자] 제 20대 총선의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서 유권자들의 눈도장을 찍기위한 여야 정당들의 홍보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차량과 앰프, 선거운동원들을 동원한 전통적인 유세전이 여전한 가운데 동영상을 이용한 온라인 홍보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각 당별로 선거 테마송과 로고송을 이용한 뮤직비디오를 대거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치 컨설턴트인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대표는 “뮤직비디오는 각 정당의 SNS나 블로그, 홈페이지를 통해 확산시키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기존에는 (텍스트로 된) 메시지로 국민들을 설득했다면 최근에는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대중심리를 감안해 영상을 선거전략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제 20대국회의원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위한 여야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여야 주요 4당 후보들의 현수막. 뉴시스

물론, 뮤직비디오가 이번 총선에서 처음 나온 선거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화제를 모았던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선거 뮤직비디오 ‘DJ와 함께 춤을’이 선보인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이후에도 다양한 기법으로 선거로고송을 이용한 뮤직비디오들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교체’나 ‘야당심판’ 같은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감성을 어필하기 보다는, 가볍게 보일 정도로 경쾌한 이미지를 어필한 뮤직비디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재술 대표는 “지나치게 네거티브 한 메시지에 몰리게 되면 싸우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중도층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여야가) 포지티브한 전략으로 다가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히트가요와 유명 방송‧광고음악 등 비교적 ‘검증된’ 로고송 대신 새로운 곡을 창작하거나 인디밴드 음악을 이용해 만드는 파격적인 시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여야 주요 4당이 자신있게 내놓은 뮤직비디오와 광고들을 들여다본다.

새누리당
‘뛰뛰빵빵’으로 일하는 이미지…‘셀프디스’도

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테마곡 ‘뛰뛰빵빵’을 이용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중견가수 혜은이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이 곡은 발표된지 30년을 훌쩍 넘긴 오래된 노래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랩과 새로운 멜로디, 가사를 삽입해 신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뛰뛰빵빵’을 배경으로 빨간색 당 점퍼를 국회 인근과 지역구 등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모아 만들어졌다. 일하는 국회, 발로 뛰는 국회의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이 뛰는 모습은 ‘계약서 이어달리기’라는 제목의 개별 영상으로도 제작됐다. 각 후보들이 뛰면서 국민들과의 약속이 담긴 계약서에 서명하는 내용이다. 마치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다음 영상에 출연할 후보자를 직접 지명하는 ‘릴레이 광고’ 형식을 도입했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영상은 ‘셀프디스’로도 재탄생됐다. 지난달 여권에서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옥새파동’에 빗대 ‘무성이 옥새들고 나르새’라는 제목의 패러디 영상을 만든 것. 김 대표가 도망을가고 원 원내대표가 이를 뒤쫓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다만, 영상 마지막은 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손에 손을 잡고 달려가는 ‘훈훈한’ 장면으로 마무리 했다. 이 영상에도 ‘뛰뛰빵빵’이 사용됐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다양한 로고송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중 가장 화제를 모으는 곡은 다름 아닌 ‘픽미(Pick Me)’. 음악채널 Mnet의 걸그룹 선발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테마곡이기도 한 픽미를 선택한 것은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 열린 공천자대회에서는 나이 지긋한 후보들이 ‘픽미’의 총선용 율동을 따라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물론, 중‧장년층의 표심공략도 잊지 않았다. 장윤정의 ‘올래’, 태진아의 ‘잘살거야’ 같은 트로트 곡도 로고송 명단에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경쾌한 김형석표 ‘더더더’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명 기성곡이 아닌 이번 총선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로고송을 사용했다. 신승훈의 ‘아이빌리브’ 등 다양한 히트곡을 발표한 작곡가 김형석 씨의 작품 ‘더더더’가 그것이다.

이같은 시도는 기존 가요에 비해 아무래도 유권자의 귀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모험’이라고 평가할만 하다. 이를 의식한 듯 ‘더더더’는 ‘더’를 강조한 후크 형식의 반복적인 가사와 단순하고 경쾌한 멜로디를 사용해 비교적 쉽게 노래를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더민주는 지난달 4일 일찌감치 ‘더더더’를 공개했다. 이틀 후인 6일에는 국회 본관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다. 김종인 대표을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과 후보들,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시민들까지 촬영에 동참했다.

해당 뮤직비디오에는 출연자들이 마이크 앞에서 립싱크를 하거나 자유롭고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이 담겨있다. 마치 카드섹션을 연출하듯 출연자들이 ‘더’라는 글자모양의 대열로 서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정권심판’ 같은 무거운 메시지 보다는 축제를 즐기는 듯한 느낌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다. 그러면서도 전주와 간주 사이사이에 임대주택, 노인연금, 등록금 인하 등의 주요공약들을 카피형식으로 삽입해 주목도를 높였다.

더민주는 ‘더더더’외에도 이번 총선에서 영화 ‘검사외전’의 삽입돼 인기를 모은 제시 마타도르의 ‘봄바’와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이문세의 명곡 ‘붉은노을’을 총선 로고송으로 사용한다.

국민의당
남녀노소 익숙한 곡…‘안철수’ 전면에

신생 야당인 국민의당은 국내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고전인 ‘로보트 태권V’를 로고송으로 선택했다. 더민주와는 달리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곡을 선택한 것이다. ‘괜찮아, 잘될거야’라는 가사로 유명한 이한철의 ‘슈퍼스타’도 로고송으로 채택했다.

두 곡의 뮤직비디오 모두 당의 ‘얼굴’ 격인 안철수 공동대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별한 연출을 가하기보다는 안 대표와 당 후보가 함께하거나 시민들과 소통하는 장면들을 엮어서 만들었다. ‘슈퍼스타’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안 대표가 촬영 중 멘트를 버벅거리는 모습이 담겨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켰다.

이와는 별개로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별도 광고영상도 선보였다.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과 경제문제를 부각시키고 ‘1번과 2번에겐 기회가 많았다’는 표현으로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문제는 정치다. 이제는 3번이다’는 카피를 더해 자신들이 ‘대안정당’임을 각인시켰다. 안 대표가 영상 초반에 등장하는 것은 뮤직비디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당 상징색인 ‘녹색’을 바탕으로 텍스트 카피와 간단한 그래픽만을 넣어 전체적으로 심플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다.

정의당
록밴드와 ‘콜라보’…선거色 최소화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총선 테마곡으로 중식이밴드의 ‘여기 사람있어요’를 채택했다. 중식이밴드는 지난해 Mnet ‘슈퍼스타K7’에서 톱5에 오른 인디밴드. 가사를 따로 개사하지 않고 원곡을 그대로 사용했다. 더민주처럼 새로운 로고송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록밴드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기존 선거로고송 문법을 파괴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사람있어요’는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노래. 이 곡을 사용한 정의당의 총선뮤직비디오는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답답함을 표현했다. 즉,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 청년세대의 심정에 빗댄 셈이다.

영상말미의 카피와 정의당이라는 당명, 그리고 ‘중식이밴드 x 정의당’이라는 카피만 없다면 마치 일반적인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선거용 영상의 색깔을 최대한 지웠다는 평이다.

비교적 밝은 느낌을 담은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의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한 것도 특징이다. 물론, 이것이 정의당 총선로고송의 전부는 아니다. ‘오로나민C’와 ‘간 때문이야’라는 가사로 히트한 ‘우루사’의 CM송을 개사한 경쾌한 로고송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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