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AI시대, 내 직업은 존재할까
다가온 AI시대, 내 직업은 존재할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3.15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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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깬 알파고-이세돌 승부...사전 설문조사 복기해 보니

[더피알=문용필 기자] ‘세기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센돌’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15일 제 5국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결과는 1대4, 이 9단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3연패 뒤 1승을 거두며 반전의 계기를 찾은 듯 했지만 마지막 대국에서도 알파고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 알파고와 대국 중인 이세돌 9단. 뉴시스.

대국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0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로 이겼다고 해도 이 9단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인류 대표’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겠죠.

게다가 바둑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게임이라고들 합니다. 아무리 AI(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평생을 반상만 바라보고 살아온 바둑 최고수를 이길 것이란 상상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대국 이틀 전인 지난 7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같은 세간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전국 성인남녀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한 응답자는 31.1%였는데요. 이 가운데 실제 대국의 결과대로 알파고의 3대2, 혹은 4대1 승리를 점친 응답자는 19.8%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이 9단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56.3%. 거의 60%에 달하는 수치였는데요. 이 9단의 전승을 예상한 이는 12.9%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설문조사를 발표한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강력하리라고는 예측을 못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이 9단이 이기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까지 더해져 이 9단의 승리를 예측하는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AI나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AI와 자동화, 로봇에 의해 대체될 직업군을 묻자(복수응답) 응답자의 87.4%는 제조·생산업을 꼽았습니다. 2위는 농업·수산업·광업(62.8%), 3위는 건설업(57.8%)이었습니다. 즉,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산업군을 1차적인 대상으로 본 것이죠.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3개 직업 복수 선택

반면 예술·엔터테인먼트(8.0%)와 교육·상담직(5.5%), 기자·작가(1.8%)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수행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의 감성이나 창의력, 비판력이 요구되는 일은 대체되기 어렵다고 본 응답자는 85.2%에 달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요구하는 직종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바라본 셈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로봇저널리즘에 대한 연구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인식이 달라질 시기는 그리 멀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은 대체적으로 우세합니다. 무려 86.6%의 응답자가 이에 동의했습니다. 향후 30년 내 현재 인간의 일자리 50%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76.8%가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자신이 현재하고 있는 일이나 직업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절반(47.8%)에 가까웠다는 사실입니다. AI나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점점 파고들 것이라고 보면서도 정작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이 확인된 것이죠.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

그러나 허점을 찌르는 알파고의 수에 당혹해하던 이세돌 9단의 모습처럼 이번 대국 이후 기존 생각들이 상당 부분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지난 14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볼까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성인남녀 36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로봇이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64%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업무의 정교성(22.5%)과 체력(20.6%), 업무의 완성도(18.7%)를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자신의 업무에 있어서 AI 로봇과 대결을 벌인다면 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33.8%로, 자신이 이길 것 같다고 장담한 응답자(14.1%)보다 20% 가량 높았습니다.

언론재단의 설문조사와 표본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AI의 능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변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AI가 언젠가 당신의 ‘밥벌이’를 빼앗을까 두려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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