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쏙, 입에 착’…온라인 은어의 재발견
‘귀에 쏙, 입에 착’…온라인 은어의 재발견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03.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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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이 만들어낸 효율성 극강의 언어 표현법

[더피알=조성미 기자] 스크? 크트? 르그?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지칭하는 온라인 용어들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런 식으로 애칭 아닌 애칭이 만들어진 데엔 ‘귀차니즘’이 한몫한다. ‘SK’라는 두 글자를 치기 위해 영타로 바꾸기 번거롭고, 그렇다고 ‘에스케이’라고 길게 쓰기가 귀찮았던 이들이 발음기호를 읽듯 ‘스크’란 표현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발음대로 줄여 사용하는 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믈브(MLB)’ ‘느바(NBA)’ ‘크보(KBO)’ 등과 같이 알파벳 약자로 이뤄진 스포츠연맹이나, ‘암드(AMD)’ ‘브가(VGA)’ ‘흐드미(HDIM)’ 등 컴퓨터 부품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는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쉽게 통용되곤 한다. 특정 집단 내의 언어인 은어(隱語)의 온라인 버전으로, 편의성을 위해 줄이거나 변형해 사용하지만 공통된 배경지식이 있는 이들 사이에는 별 무리 없이 이해가 가능한 또 하나의 재미있는 표현 방식인 셈이다.

최근엔 이러한 언어 표현법이 온라인을 넘어 대중들의 커뮤니케이션에 직접 활용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카드뉴스로 뉴미디어 저널리즘의 성공사례를 보여준 SBS의 ‘스브스뉴스’도 그 출발은 인터넷 용어다. ‘에스비에스’라는 긴 표현 대신에 스브스라고 간략하게 줄여 쓰던 것이 새로운 뉴스 서비스의 이름이 됐다.

브랜딩 차원에서 좀 더 공식적으로 사용된 사례도 있다. 독특한 광고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은 SSG닷컴은 SSG를 ‘쓱’으로 읽는 독특한 표현 덕분에 한층 더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효과를 누리고 있다. 

SSG는 모 기업인 신세계의 약자로 이미 한글식 표현이 있는 상태였다.(관련기사: ‘쓱’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졌나하지만 모바일 쇼핑의 특성을 담아내면서 심플하고 임팩트 있는 표현으로 ‘쓱’을 사용, 온라인 문법과 맞아떨어지며 더욱 재미있게 받아들여지게 된 셈이다. 

‘이사하라’라는 카피로 시선을 끌고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이미 ‘만능통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ISA를 그대로 읽은 ‘이사’라는 표현을 활용, 만능통장에 가입하라는 이야기를 ‘이사하라’는 한 마디로 임팩트 있게 전달한다.

이처럼 어려운 용어를 일상의 용어로 쉽게 풀어낸 것에 대한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재밌고 쉽게 다가갈수 있는 느낌이라 좋다” “재밌고 쉽게 풀어내서 관심이 간다” 등 낯선 금융서비스를 친밀하게 인지하도록 돕는다는 긍정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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