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대놓고 말해도 괜찮아요?!”
“어머! 대놓고 말해도 괜찮아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02.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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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숙박앱 등 성(性)역 깨는 발칙한 광고

[더피알=조성미 기자]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 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몇 해 전 화제를 모은 천호식품의 광고다. 회사 CEO가 직접 나선 이 광고는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남성에게 좋다고만 할 뿐 무엇이,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남성의 활력에 좋다는 점을 알듯말듯하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간접화법이 탄생한 것은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성(性)에 대한 금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성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면서 표현 방식은 비유적으로 은근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좀 더 노골적이고 강력한 느낌의 ‘발칙한 광고’들이 등장하고 있다. 콘돔은 가장 대중적인 피임법이자 여러 가지 성병의 예방법으로 꼽히지만 대놓고 거론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거부감이 있는 것이 현실. 때문에 콘돔 광고는 주로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돼왔다.

최근에는 좀 더 직접적이고 공공연한 장소에서의 콘돔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콘돔기업 유니더스는 신동엽과 콜라보이션을 진행, ‘매너가 사람을 안 만든다’라는 카피의 유머러스한 광고를 선보였다. 이 카피는 피임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매너라는 메시지를 담아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를 패러디한 것이다.

광고 이미지 또한 영화 속 비밀요원을 연상할 수 있도록 나비넥타이의 정장 차림을 한 신동엽이 무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그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섹드립(Sexual+ad lib·성적인 내용을 담은 농담이나 말장난을 일컫는 신조어)’의 1인자로 꼽히고 있는 신동엽 캐릭터를 통해 콘돔에 대한 소비자들의 친근감을 높이고 부정적인 느낌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 듀렉스는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용산역 대계단에 랩핑 광고를 진행했다. 뉴시스

‘듀렉스’ 역시 경쾌한 마케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대학생 홍보대사 운영을 통해 젊은 층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는가하면, 얼마 전까지는 ‘듀렉스 전도사’라는 이름의 발랄한 계정을 통해 트위터리안들과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은 서울 용산역 대계단에 대형 콘돔이 그려진 랩핑 광고를 진행하기도. 12월 1일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대한에이즈예방협회와 함께 에이즈 확산 방지와 편견 타파를 위한 공공 캠페인으로 콘돔 사용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지혜'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올해는 인기 웹툰 작가 ‘피터몬’과 함께 건강하고 열린 성문화를 조성하고 올바른 성 인식 확산을 위한 브랜드 웹툰 ‘잉어왕의 2030 남자 리얼라이프’를 연재하고 있다. 듀렉스 측은 “비주얼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콘텐츠 소구 문화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성적 요소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자 브랜드 웹툰 연재를 결정했다”며 “성인들의 생활 속 에피소드와 성을 재치 있게 연결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성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잡고 건전한 성문화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 ‘매너가 사람을 안 만든다’란 재치 있는 카피와 함께 신동엽을 모델로 내세운 콘돔 울트라신(왼쪽). 바른생각은 크래프트브로스와 함께 음주 후에도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라는 슬로건을 사용한 콜라보레이션 맥주를 제조,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광고회사가 브랜드 론칭부터 참여한 콘돔 ‘바른생각’은 대중적인 공간에서 공론화를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으로 이끌어 내려 한다. 바른생각 측은 “10대들은 소위 ‘야동’을 통해 성을 배우고 어른들은 성에 대해 낄낄거리며 은밀히 얘기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앞장서서 ‘성은 아름다운 것이며,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 이에 공감하고 동참해 주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바른생각은 구성애 선생의 푸른아우성재단을 통해 ‘박정자상담실’이란 청소년 성 상담실을 무료 운영하고, 성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조사한 ‘바른생각 2015 SEX SURVEY’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콘돔 전용 가죽 케이스를 만들거나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하는 한편 펍이나 커피숍, 의류 쇼핑몰들과의 연계 마케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에 대해 바른생각 관계자는 “기존 콘돔들은 대중 매체와 대중적인 공간에 등장하기엔 다소 민망하고 자극적인 디자인이었기에 새로운 이름과 디자인으로 바른생각을 내놓았다”며 “이러한 생각을 알게 된 이들이 먼저 협업을 제의하며 일반 라이프스타일과의 접점들(커피숍, 의류매장)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코믹코드로 선입견 타파

▲ 다양한 섹드립을 활용한 여기어때의 배너 광고판.

콘돔 광고와 함께 최근 눈에 띄는 낯 뜨거운(?) 광고는 바로 숙박앱이다. O2O 서비스의 성장으로 소셜커머스, 배달앱 등이 광고로 마케팅전을 펼친 데 이어 최근에는 숙박앱들도 광고 캠페인에 가세했다. 특히 이들 광고는 기존 숙박업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기 위해 코믹 코드를 활용해 소비자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친근하게 다가선다.

위드이노베이션이 운영하고 있는 ‘여기어때’는 유상무와 배다빈, 유병재와 박기량이 각각 커플로 등장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19금 유머코드 속에 ‘중소형 숙박시설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속 공간’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은밀한 곳을 찾아다니는 이들의 시선 끝엔 19금 이야기도 거부감 없이 표현해내는 신동엽이 등장,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는 문구를 들고 묘한 웃음을 짓는 모습으로 유쾌하게 표현해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PR활동을 시작한 ‘야놀자’ 역시 코믹함을 무기로 사용했다. 사극을 콘셉트로 배우 오달수를 모델로 기용해 ‘공자, 맹자, 장자 그리고 놀자’라며 노는 것의 중요성인 ‘놀어’를 설파했다.
발칙한 재미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야놀자는 국내 중소형 숙박시설에 대한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춘 2차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특히 이례적으로 여성 모델을 단독으로 등장시켜 숙박앱에 대한 편견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 숙박업소에 대한 편견을 깨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야놀자의 모델 공승연과 송재림.

야놀자 측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높은 인지도와 친근함을 갖춘 모델 오달수를 기용함으로써 야놀자라는 브랜드와 중소형 숙박시설에 대한 친근함을 높이는데 큰 효과를 얻었다”며 “이어 송재림과 공승연이라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세련된 이미지의 모델을 기용해 중소형 숙박시설에 대한 인식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숙박앱들이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여기어때 관계자는 “모텔이 ‘왜 숨어가야 하는 곳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한편 이제는 파티 등 다목적 생활공간이 됐음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데이트 공간으로서의 중소형호텔 기능을 넘어 레저의 공간, 일상생활 속의 공간으로써 느낄 수 있도록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놀자 관계자 역시 “모텔로 대표되는 국내 중소형 숙박시설들의 시설과 서비스 등이 엄청난 속도로 진화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만들어진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용에 부담을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소형 숙박시설들이 데이트는 물론 여행, 출장, 일상 속 휴식 등 다양한 상황에서 고객들이 좋은 숙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끄러운 질환은 없다

성 외에도 그 동안 ‘말 못할 고민’으로 안고 있던 문제들이 광고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한국먼디파마는 일반의약품 여성세정제 ‘지노베타딘’ 홍보를 위해 개그우먼 장도연을 앞세웠다.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질염 예방을 위한 5가지 규칙을 담은 캠페인 영상이 그것. 해당 영상은 ‘안영이와 장그레이의 5가지 규칙’이라는 제목으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미생’과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코믹하게 패러디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광고 속 장도연은 미생의 안영이 역할을 맡아 같은 부서의 장그레이와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장그레이가 제안하는 여성질환 예방법인 꽉 끼는 스키니진 멀리하기, 면 소재의 속옷 착용하기, 여성세정제 사용하기 등 5가지 에피소드를 특유의 유머로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 질염 예방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지노베타딘 바이럴 영상과 요실금을 알리고자 바지를 벗어던진 ‘디펜드 히어로즈’ 영상.

앞서 유한킴벌리의 요실금팬티 ‘디펜드’도 파격 영상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영상은 바지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 우르르 지하철을 타면서 시작된다. 말끔한 정장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신사도 말쑥한 차림의 여성도 하의에 요실금 팬티를 입었다.

그리고 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승객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먼저 입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전달한다. 요실금을 부끄러워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가 먼저 디펜드를 입었다는 콘셉트다. 페이크다큐 형식의 영상이지만 실제로 요실금 환자를 가족으로 둔 일반 소비자도 두명 정도 참여했고, 해당 캠페인 기획자도 과감히 바지를 벗어던지며 시선 끌기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이같은 발칙한 광고들은 취지와 의도가 좋다고 해도 국민정서와는 아직 맞지 않는다는 반응들도 있다. 표현의 방식이다양해지는 반면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노출을 감행한다거나 지나치게 확대해서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민정서’란 숙제 여전히 남아

또한 아직 이성적 판단이 미흡한 미성년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성행위를 표현하는 문구들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다보니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에게까지 학습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믹하게 표현하기는 했으나, 젊은 남녀가 은밀한 말들을 주고받고 모텔로 향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숙박앱들이 깨고자 했던 ‘몰래 가는 곳’이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는 쓴소리도 있다.

이희복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기존에 선정성을 이야기할 때는 광고의 내용, 언어적·시각적 선정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는데 새로운 서비스나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제품·맥락의 선정성도 고민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청소년을 비롯한 다스의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필터링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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