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S가 美 상공회의소 탈퇴한 진짜 속내
CVS가 美 상공회의소 탈퇴한 진짜 속내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5.08.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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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기업평판제고+CSR 실천, 명분·실리 모두 잡는 전략적 선택

[더피알=임준수] 작년 2월, 미국에서 월그린스(Walgreens) 다음으로 큰 약국체인인 CVS케어마크가 더 이상 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부터 체인망의 모든 매장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회사 이름도 CVS헬스(이하 CVS)로 바꿨다. 이 조치로 CVS는 연간 매출에서 약 20억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 미국 cvs케어마크가 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사명을 cvs헬스로 바꾸고 pr캠페인을 전개했다. 사진: cvs헬스 홈페이지

CVS의 이같은 중대 결정을 놓고 순전히 공중 건강을 고려한 조치로만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긍정적 기업이미지와 평판 제고 등 무형적 자산 외에 또 다른 중요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로 인해 달라진 의료시장의 틈새를 파고드는, 이른바 ‘미닛클리닉(MinuteClinic)’이라는 약국 내 간이진료소를 통해 더 큰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노림수가 있다고 해서 포춘 500대 기업 중 10위에 랭크되는 CVS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특별성명을 내 CVS의 결정을 칭찬하고 지지를 보냈을 정도다.

두 줄의 텍스트, 홍보 넘어서다

CVS의 홍보나 퍼블릭 릴레이션(이하 PR)을 담당했던 에이전시들은 PR 관련 각종 어워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cvs가 담배 판매 중단을 알린 인터넷 사이트.

뉴욕 브라이언트공원(Bryant Park)에 ‘담배 아웃. 건강 인(Cigaretts Out. Health In)’이란 메시지가 적힌 15미터짜리 대형 담배를 세우고 이를 태워 없애는 이벤트를 기획한 BBDO 뉴욕은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트윗을 포함해 5만개 이상의 트윗을 이끌어냈고, 지난해 케이플스 어워드(Caples Award, 미국 <다이렉트 마케팅 뉴스>에서 주관하는 국제 시상 프로그램) 캠페인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또한 CVS와 에델만은 <홈즈리포트(The Holmes Report)>가 선정하는 2015년 세이버 어워즈(SABRE Awards)에서 최고의 영예인 ‘플래티넘 세이버(Platinum SABRE)’를 수상했다. [*역자 주: SABRE는 Superior Achievement in Branding, Reputation & Engagement를 뜻 한다. 단발성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에 초점을 두는 칸느 라이언스와는 달리 SABRE를 수상한 캠페인은 퍼블릭 릴레이션의 정의와 목표에 더 부합하는 느낌이다]

CVS를 위해 에델만은 단순한 언론홍보를 넘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높이고 소비자 신뢰를 얻는 매니지먼트 차원의 컨설팅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CVS의 캠페인 웹사이트를 보면 구구절절한 설명은 지양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를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한다. 텍스트는 딱 두 줄이다.

“모든 사람은 #OneGoodReason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담배를 끊었건, 피울 시도도 하지 않았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담배 끊는 것을 도왔건, 당신이 담배 없는 세상에 살고 싶은 이유를 공유해 주세요.”

소셜미디어용 해시태그 ‘#OneGoodReason’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실제로 이야기를 보내온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비디오를 제작해 #OneGoodReason 태그 아래 유튜브에 공유했다.

여기까지가 올드 뉴스다. 그런데 지난 7월 7일, CVS가 미국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이하 미 상의)를 탈퇴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면서 또 다시 CVS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미 상의가 다른 나라들에서 확산되고 있는 금연 관련 정책들에 반대하는 로비를 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특종보도가 나간 지 일주일 만에 CVS가 낸 조치다.

▲ 미 상의가 금연 관련 정책들에 반대하는 로비를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 후 cvs헬스는 상의 탈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일부.

좋은 캠페인을 위대한 캠페인으로

CVS는 흡연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과 미 상의의 입장이 충돌하기에 더 이상 상의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더 건강해질 수 있게 바른 길을 택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미 상의가) 담배회사를 위해 로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자신들의 사업 목표와 어긋나기 때문에 탈퇴를 결정한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CVS가 미 상의에 가입돼 있다고 해서 CVS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위선자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 상의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회원사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는 거대 로비 조직이다. 담배회사와 같이 로비가 더 절실한 기업이 더 중요한 고객사가 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 말보로 등을 만드는 알트리아 그룹(옛 필립모리스) 중역이 미 상의 이사이기도 하다.

미 상의가 담배회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로비를 펼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닐 것이다. 보건 관련 사업을 하기에 담배 회사를 위해 로비하는 미 상의를 떠나야 한다면 대형병원들도 같은 이유로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CVS의 논리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2009년 애플사도 미 상의를 탈퇴했는데, 당시 미 상의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정책에 강력 반발한 것이 자신들의 입장과 충돌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CVS의 탈퇴 결정에 대한 미 상의의 반응은 CVS가 ‘오보(誤報) 캠페인(misinformation campaign)’을 한다는 것이다. 미 상의의 로비 목적은 흡연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각국에서 담배회사들에게만 적용하는 차별적 세금과 규제 환경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CVS가 미 상의를 탈퇴한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CVS헬스를 일용잡화와 약을 파는 편의점이 아니라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포지셔닝하려는 데 있다.

CVS가 담배 판매 중단에 이어 미 상의를 떠나는 가시적 조치를 한 것은 캠페인의 완성에 화룡점정 같은 역할을 했다. 좋은 캠페인을 위대한 캠페인으로 만든 좋은 한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좋음을 넘어 위대한 (Good to Great)’ 캠페인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 cvs헬스는 해시태그 ‘#onegoodreason’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사진: 관련 유튜브 화면.

행동으로 증명한 진정성과 차별성

첫 번째, 진정성이다.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행동이다. 선언 뒤에 가시적 행동이 일관되게 이어질 때 의혹이나 의심은 줄어들고 믿음은 커진다. 미 기업PR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서 페이지는 공중들이 조직에 대해 형성하는 지각의 90%는 조직이 보여주는 행동에 의해 결정되고 오직 10%만이 말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행동으로 증명하라(prove it with action)”는 원칙을 강조했다.

PR이 홍보와 다른 점은 바로 이것이다. 홍보(弘報)가 말글을 통해 밖으로 알리는 아주 협소한 의미의 PR인 데 반해, 현대적 의미의 PR은 90%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한다. 이로써 조직이 공중과 서로 윈윈(win-win)하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 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다.

조직의 경계에서 외부 여론을 수렴해 조직 상층부에 전달하는 이른바 ‘바운더리 스패너(boundary spanner)’ 역할을 하는 PR 실무자들이 없다면 CVS의 담배 판매 중지 결정과 이를 알리는 캠페인은 기획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CVS의 PR을 대행하는 PR회사 에델만은 단순히 홍보업무만 담당했다기보다 일련의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주는 심도 깊은 컨설팅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CVS가 미 전역의 7600개 매장 모두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한 후, 리처드 에델만 회장은 ‘(CVS의) 용기 있는 결정(A courageous decision)’이라는 블로그 포스트를 올렸다. 에델만 창업자인 아버지 댄 에델만과 담배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로 시작한 이 글에서 그는 CVS가 내린 결정의 의미를 자신과 가업, 그리고 사회적인 선상으로 확장시켜 전개한다.

▲ 약국 내 간이진료소인 ‘미닛클리닉(minuteclinic)’. 사진: cvs헬스 홈페이지.


두 번째, 차별성이다.

업계를 선도하는 좋은 소비자 정책으로 공중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사례는 종종 있다. 2012년 맥도날드는 모든 메뉴에 칼로리 정보를 표기하겠다고 공표해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 4월 펩시는 다이어트펩시에 논란이 많은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 대신 스플렌다로 알려진 다른 인공감미료 수크랄로스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올 6월엔 방향제 글레이드(Glade) 제조사인 SC존슨은 자사 웹사이트에 방향제, 향초 등 모든 제품에 사용된 화학성분을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일견 달라 보이는 각사의 결정에는 공중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사업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CVS의 미 상의 탈퇴처럼 첫 번째 발표나 그를 잇는 다른 후속 조치를 통해 강력한 행동의지를 보여주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2조원에 달하는 수지맞는 장사를 포기하겠다는 것 자체만 해도 메뉴에 칼로리 정보를 적어 넣겠다는 식의 사업적 결정과는 비교도 안 되는 메가톤급의 실천의지를 보여준 일이다.

여기에 더해 회사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정치·경제적으로 강력한 보호막이 될 수도 있는 미 최고의 로비단체와 절연하겠다는 선언을 함으로써 CVS는 이제 업계 1위인 월그린스나 경쟁업체인 라이트에이드(Rite Aid)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레벨에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타이밍, 리더십, 그리고 내러티브

세 번째, 미디어 모니터링의 중요성이다.

CVS의 이번 발표는 지난 6월 30일 <뉴욕타임스>가 미 상의와 미 담배회사들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 그리고 미 상의 중역들이 미 담배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 필리핀, 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 로비를 한 정황 증거를 폭로한 특종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그만큼 의사결정과정이 빨랐다.

에델만이 CVS에 제출한 캠페인의 최초 기획안에 미 상의 탈퇴 수순이 들어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에델만 혹은 CVS사의 PR팀에서 로비 이슈를 포착해 윗선에 보고했고, 중역회의에서 중대 결정을 해 언론에 발표하기까지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뤄볼 때 에델만이나 CVS PR팀 간의 원활한 공조와 기민한 일처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네 번째, 소통원칙이다.

중대 사업 결정을 신속하게 발표함으로써 대공중관계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은 CVS CEO 및 중역들이 가장 중요한 소통원칙을 잘 견지했음을 보여준다.

리처드 에델만 회장은 앞서 언급한 블로그 포스트 ‘(CVS사의) 용기 있는 결정’에서 자신은 세계경제포럼 등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CEO는 Chief Engagement Officer(최고인게이지먼트책임자)’가 돼야 한다고 주창해 왔는데, CVS의 경영진이 보여준 리더십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칭찬한 바 있다.

실제로 CVS는 담배 판매 중단을 인터넷으로 알리면서 CEO 래리 멀로(Larry Merlo)를 비롯해 다른 두 명의 중역들이 직접 의미를 설명하고 소비자에게 건강보호업체로써 헌신하겠다고 약속하는 비디오를 올렸다. 리처드 에델만이 말한 CEO(최고인게이지먼트책임자)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캠페인은 기업의 내러티브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른 약국체인망인 월그린스나 라이트에이드에는 기업의 내러티브가 없다. 반면 CVS는 이제 애플이나 나이키처럼 기업의 정체성을 각인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내러티브를 구성했고, 이를 계속 강화해나가는 밑작업을 마쳤다고 볼 수 있다. 단발성 이벤트나 홍보용 스턴트(stunt) 혹은 노이즈를 일으켜서 주목을 끄는 방식이 아니라, 진정성을 담보해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이 탄탄한 기업의 내러티브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이 내러티브를 완성하기 위해 CVS는 이미 사명도 CVS헬스로 바꿨고, 담배 판매 중단이라는 깜짝 선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을 노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 단체 중 하나인 미 상의와 갈등구조를 연출해냈다. 이미 내러티브에서 발단과 전개를 풀어놓은 셈이다.

향후 CVS가 캠페인 내러티브를 써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연애관계나 다른 극적인 갈등관계를 만들어 낼 지 지켜볼 일이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Syracuse) 대학교 S. 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2013년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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