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남는 세상, PR인도 저널리스트 돼야
흔적 남는 세상, PR인도 저널리스트 돼야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5.08.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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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초연결사회에 필요한 스토리 대응력

[더피알=김광태] 그 많던 중국 관광객이 순식간에 사라졌었다. 인사동이나 명동 등 늘상 북적이던 장소엔 공허감이 맴돌았다. 메르스가 남긴 흔적과 상처였다. 모 카드사 홍보 상무는 “중국인 카드 매출이 80%나 줄어 7월부터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크고 작은 곳에 피해가 막심했고, 현재도 상흔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최대 피해자라면 본의 아니게 가해자로 낙인찍힌 삼성서울병원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성을 가진 병원이다. 자만한 탓이었을까? 메르스로 인해 그 명성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관련기사: 메르스 초기, ‘심리적 방역’ 실패했다)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는 워린 버핏의 말이 새삼 실감난다.

위기에서 무너진 평판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나쁜 평판은 좋은 평판보다 더 빨리 확산되고 더 멀리 간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지난해 발생한 대한항공의 ‘땅콩회항’도 여전히 생생하게 회자된다. (관련기사: ‘비행(非行)’이 돼버린 ‘비행(飛行)’, 누구 책임인가?)


문제는 한번 각인된 평판은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는 데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부회장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살아계실 때다. 당시 이 회장에게는 장안에 ‘돈병철’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빈곤에 허덕이는 국민들이 돈 많은 이 회장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의 표시로 그렇게 불렀다.

회장에 대한 평판은 바로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관리의 삼성, 돈만 아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 홍보를 맡고 있는 책임자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 평판과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갖은 시도를 다 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때 이건희 부회장이 나서서 해법을 제시했다. “성인에게 각인된 인식 교체는 거의 불가능하다. 성인 대상 홍보는 포기하고 오히려 자라나는 새싹을 대상으로 하라”고 했다. 어린 시절 각인된 이미지는 평생 가기에 어린이들에게 삼성의 좋은 인상과 꿈과 희망을 심어 준다면 그 신선한 이미지가 성인이 돼서도 따라다닌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략은 주효했다.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삼성의 이미지는 호감도 1위 기업으로 변신했다. ‘가장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기업’,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 ‘존경하는 기업인 1위 이건희 회장’ 등 좋은 평판이 이어졌다.

오너 평판의 중요성은 사업에도 직결된다. 지난달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보여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행보가 바로 그 예다. 이 사장은 위기시마다 피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정면 승부를 걸었다.

의사결정에도 과단성이 있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감성리더십도 뛰어났다. 일반 네티즌은 다른 오너 경영인에게 볼 수 없었던 면모에 감동하고 극찬했다. 평판 좋은 리더 앞에 면세점 낙찰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었다. (관련기사: 이부진 사장의 남다른 PR마인드, 리더십 빛낸다)

좋은 평판, PR의 승리였다. 이 사장은 “국민들로부터 기업이 호의를 잃으면 그 기업은 망한다”는 부친의 교훈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에서 모바일까지 긴밀하게 연결된 초연결사회. 인터넷 확산과 SNS 유행으로 모든 흔적이 남는 세상. 그 흔적은 나쁘고 좋은 평판으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온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미래 각광받는 비즈니스는 온라인 모바일 평판관리 서비스라 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평판관리전문가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했다. 지난달에는 한 검색 솔루션 회사가 기업평판관리 전문회사로 간판을 바꾸고 이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만큼 유망하고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관련기사: 보기 싫은 ‘온라인 문신’ 지워드려요)

평판관리에 새삼 눈이 떠진다. 평판관리의 요체는 스토리 대응력이다.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인맥 넓히고 스토리 만드는 것은 기자의 몫이었지만, 앞으로 전개되는 평판관리 시대에는 기자와 홍보인의 간격이 없다. 기자가 언론사 저널리스트라면 홍보인은 기업에 고용된 저널리스트가 돼야 한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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