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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에는 유희로…소비자 스스로 놀게 하라

브랜드는 수다 떨 ‘소재’ 마련, 자발적 놀이문화 흐름 타야

기사승인 2015.07.23  10:20:22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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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조성미 기자] 소비자가 브랜드를 가지고 놀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하는 마케팅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구매를 유도하는 인위적 활동이 아닌,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수다 떨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놀이문화에 즐겁게 동참하고 있다.

SNS상에서 ‘스케치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스케치북은 본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하얀 종이를 엮어놓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스케치북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이 담긴 쟁반에 깔린 광고지 속 모델을 이야기한다. 장난기 가득한 소비자들이 모델의 모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화시키며 창작의 혼을 불태우는 행위를 ‘스케치북’이라 명명한 것이다.

   

스케치북 가운데 가장 많이 패러디된 인물은 바로 배우 차승원이다. 롯데리아 강정버거의 모델로 나선 차승원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캐릭터는 물론, 스티브 잡스처럼 유명인의 모습을 하는가하면 만화나 게임의 한 장면으로 이미지 전체를 탈바꿈시키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소비자 손에 의해 ‘강제 변신’한 이는 차승원 뿐만이 아니다. 2대 스케치북으로 불리는 차승원에 앞서 버거킹 모델로 활동했던 이정재에게도 누리꾼들은 같은 방식으로 장난을 했다. 이어 맥도날드의 모델로 발탁돼 광고지에 얼굴이 새겨진 방송인 전현무 또한 다양한 작품 활동의 소재(?)로 톡톡히 활용되고 있다.

1대부터 3대 스케치북이 만들어지는 동안 패러디 방식 또한 진화했다. 1대 스케치북이 활동할 시기에는 매장에서 햄버거나 감자튀김 등을 먹으며 함께 제공되는 케첩이나 머스타드 등의 소스를 활용해 헤어나 표정 등의 비교적 심플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2대 스케치북에서는 더욱 다양하게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햄버거 속 재료를 떼어내어 작품에 활용하고, 소비하고 있는 필기구를 동원해 완성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작품, 모델 얼굴을 오려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재창조한 것들도 속속 등장했다.

스케치북으로써 차승원의 매력에 대해 한 트위터리안은 “전혀 웃기지 않은 사람을 웃기게 만들었을 때 카타르시스가 충족된다는 점”이라고 이 놀이에 동참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경험적 혜택과 상징적 혜택의 만남

자사 모델이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롯데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이 브랜드와 모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일어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차승원이라는 모델이 지닌 친근함 등의 매력 효과가 발휘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소비자들이 재미있어 하고, 이를 통해 ‘롯데리아 모델=차승원’이라는 자발적인 구전효과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 ‘니들이 게맛을 알아’의 패러디로 인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홍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롯데리아의 광고지에 인쇄된 모델 차승원의 모습과 소비자들이 이를 활용해 변신시킨 모습. 사진: 트위터

이렇듯 소비자들이 ‘의도치 않게’ 브랜드를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호모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칭한 것처럼 인간은 기본적으로 즐겁고 재밌는 행동을 추구하고 싶어한다”는 말로 의미를 분석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SNS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창의적이며 유쾌한 사람인지 알리고 싶어 하는 욕구와 맞물린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며 “따분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브랜드가 주는 경험적 혜택(experiential benefit·펀(fun)이라고 얘기하는 오감의 즐거움(sensory pleasure))을 추구하는데 이것이 남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적 혜택과 만나 일어난 현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 역시 “기업들이 유희적인 마케팅을 많이 진행하는 것이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소재로 놀이를 하는 형태는 모두 어텐션(atten­tion·관심)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은 주목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 마케팅을 보고 재미있게 꼬아 이야기하면서 본인에게 관심을 유도한다”며 “누군가 타인이 주목 받는 것을 보면서 아류가 생겨나고, 패러디하며 다함께 재미있는 얘기에 동참함으로써 하나의 브랜드, 마케팅의 흐름으로 고착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득의 과정→대화 마인드

브랜드들의 광고지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례도 있지만, 기업들의 주도로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경우는 더 많다.

동서식품은 ‘Colorize, 맥심카페로 당신의 하루에 색깔을 입히세요’라는 제목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의 하루와 잘 어울리는 그림을 선택하고 나만의 컬러를 채워 컬러링북을 등록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최근 힐링 아이템으로 유행하고 있는 컬러링북을 메인 테마로 활용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16만명의 소비자가 응모했다”며 “맥심카페 브랜드의 주요 자산인 다채로운 컬러와 컬러링북의 콘셉트가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웹·모바일 컬러링 체험이 응모율을 높이고 온라인에 많은 바이럴을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맥심 컬러링북 이벤트에 접수된 소비자들의 작품

프링글스의 경우, 지난 여름 제품 캔을 사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공모전을 진행, 총 200여 작품이 출품됐다. 이 과정에서 캔 300여개 이상을 사용한 작품이 등장할 정도로 참여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대해 송동현 대표는 “유희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기업 또한 본인이 기획한 마케팅 활동을 주목 받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주목을 받아야 콘텐츠가 확산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헌 교수도 “소비자는 기업의 광고와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습득한 정보보다는 자신이 직접 참여하거나 주위 사람들의 참여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획득한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런 참여유도형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컨셉흥신소>의 저자 브랜드액션 서대웅 대표는 “과거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이 인지도를 늘리고 선호도를 높여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설득의 과정이었으나, 이제는 마케터들이 우리 브랜드를 자랑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수다를 떨 수 있게 만들어주는 컨버세이션(conversation·대화) 마인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프링글스의 나만의 작품 공모전에 출품된 캔으로 만든 거북선.

이는 현재의 소비자들이 기업의 상업적인 메시지에 거부감을 나타내게 되고, 또 매체 환경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는 서 대표는 “(유희활동에 대한 소비자 참여가) 그저 수다의 분위기로 보일지라고 나름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동참하게 된다”면서 “‘브랜드는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 이노베이터들이 움직이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만큼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마케터들은 이 부분에 대한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참여자 수만큼 이슈 발생 확률도 높아

송동현 대표 컨설턴트는 “유희적 반응이라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이벤트나 마케팅을 하다 보면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선을 넘어 또 다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송 대표 컨설턴트는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하면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먼저 마이너한 이슈, 즉 놀이문화에서 유희적인 반응으로 인한 이슈가 생겼다면 기업(브랜드) 역시 유희적인 대응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반대 세력들은 그를 원숭이에 비유하곤 했다. 급기야 같은 시기에 히트한 영화 <혹성탈출>의 포스터에 박 시장의 얼굴을 합성해 ‘박원순=원숭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이는 온라인상에서 놀이처럼 다양한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을 '원숭이'라고 공격하던 이들에게 스스로 원숭이 중 무리를 이끄는 리더 원숭이라고 유희적으로 반격했다.

박 시장 측은 반박하거나 불쾌해하기 보다 ‘박원순은 원숭이가 맞다’며 ‘영화 속의 무리를 이끄는 리더 원숭이’라는 콘셉트로 대응했다. 패러디에 동참하는 유희적 반응으로 반전을 꾀한 셈이다.

반면, 유희에서 비롯돼 심각한 이슈로 비화되면 정확하게 해당 이슈에 대해 회사의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섣부른 ‘개입’은 지양돼야 한다.

김지헌 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선 (의도치 않게)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는 소비자의 참여를 통제하고 싶겠지만 자제해야 한다”며 “기업이 통제하는 순간 소비자는 위축돼 더 이상 놀이에 참여하지 않거나 심지어 더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적인 이슈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도 놀이문화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놀이방식을 바꾸려하기 보다는 그들(소비자)이 노는 방식을 존중하면서 같이 놀이에 참여해 잘못된 것을 고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대웅 대표 또한 “억지스러운 판을 깔거나 소비자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 참여가 이뤄지는 캠페인의 경우 시뮬레이팅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제언했다.

유희 넘어 브랜드 에센스 전달해야

유희적 마케팅에선 단순한 재미를 넘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송동현 대표 컨설턴트는 “너무 재미만 추구하다보면 ‘따봉만 남고 제품은 남지 않았다’는 선례처럼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을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펀이나 유희적 프로세스 안에 분명히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나 브랜드가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컨버세이션으로 넘어가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하는 서대웅 대표는 “단기적 판매나 ‘이걸 가지고 놀면 뭘 준다’가 아닌, 지치고 짜증나는 일상에서 브랜드가 주는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행동을 이끌어낸다”며 “이 과정에서 대화 참여자들을 소비자가 아닌 사람으로 보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알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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