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신문들은 뭘 먹고 살까?
그 많은 신문들은 뭘 먹고 살까?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7.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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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언론 문제 진단①] 시장논리 역행하는 언론 생태계의 생존법

신문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왜 한국엔 망하는 언론사가 없을까? 생각을 확장하면 이런 의심도 가능하다. 그 많은 신문은 뭘 먹고 살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무너진 광고시장과 시장논리에 반(反)하는 언론의 광고·협찬 관행을. 문제를 알면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홍보의 딜레마를.

① 그 많은 신문들은 뭘 먹고 살까?
② ‘조폭식 영업’, 주류 언론도 예외 없다
③ 날뛰는 사이비언론, 깊어지는 홍보의 딜레마
④ 포털뉴스 개편과 사이비언론 퇴출

간단한 덧셈 뺄셈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한국에는 언론사가 몇 개나 될까? 작년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매체는 1만7607개다. 이중 인터넷신문은 5950개에 달한다.

인터넷신문의 증가 속도는 놀랍다. 2013년 말 4916개이던 인터넷신문은 지난해 1034개가 늘어났다. 하루에 2.83개 꼴로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10년을 따져 봐도 폭발적인 성장세다. 인터넷신문은 2005년 286개에서 20배 이상 성장했다. 정기간행물은 같은 기간 7536개에서 1만7607개로 확대됐는데 대부분을 인터넷신문이 차지했다.

생태계의 법칙은 공평하다. 먹을 게 있으면 개체수가 늘고 없으면 줄어든다. 이를 언론에 적용하면 뭔가 먹을 게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언론사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신문의 위기’란 소리도 자주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뉴스를 처음부터 인터넷으로 접한 20대들은 더 이상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그것도 포털이 골라주는 뉴스 위주로 소비한다. 자신이 읽는 기사가 조선일보인지 한겨레인지도 관심 밖이다.

종이신문의 주요 지표인 구독률과 열독률도 크게 떨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2014 뉴스수용자의 의식조사’에 따르면 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은 2002년 각각 82.1%와 52.9%에서 2014년 30.7%와 20.2%로 떨어졌다.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2014 뉴스수용자의 의식조사' / 1996~2006 n=1200, 2008~2012 n=5000, 2013 n=5082, 2014 n=5061

신문을 안보는 데 판매가 늘어날 리 없다. ABC협회에 따르면 2002년 조선일보는 175만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153만부의 유료부수를 나타냈다. 12년이 지난 2014년 조선일보는 26%, 중앙일보는 47%, 동아일보는 54%나 유료부수가 감소했다.

사람들이 읽지 않으니 광고도 붙지 않는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2013년도 12월 말 기준 신문산업 매출액은 3조5431억원으로 전년대비 5.2% 감소했다. 광고수입 역시 1조9825억원으로 전년대비 5.2% 줄었다.

이상한 점은 이처럼 메이저언론도 경영지표가 모두 내리막을 걷는데 신생언론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광고시장이 감소하고 있지만 상당수 신문사들은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다.  덧셈과 뺄셈,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역행한다. 뒤집어보면 어딘가 돈 나올 구멍이 있다는 뜻이다. 기사로 ‘조지고’ 광고로 ‘바꿔먹는’ 사이비언론의 행태다.

기사로 ‘조지고’ 광고로 ‘바꿔먹는’

사이비언론은 악의적인 기사를 빌미로 기업에서 광고와 협찬을 뜯어낸다. 물론 모든 언론이 그런 건 아니다. 이들은 일종의 돌연변이다. 언론계 물을 흐리고 질을 떨어뜨린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걸 알지만 근절은 쉽지 않다. 

이들이 기업,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의 광고를 빼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부러 ‘조지는 것’이다.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먹히는 수법은 오너 등 최고경영자 걸고넘어지기.

제품이나 오너에 대한 비판기사를 쓰고 이를 노출하지 않는 댓가로 광고나 협찬 등을 요구한다. 최근 발생한 기업 이슈에 최고경영자 사진을 넣고 그 뒤에다 지난 몇 년간 회사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을 끄집어내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기업 홍보실장을 지낸 A씨는 “오너가 매일 포털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해본다.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악의적 기사가 있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오너가 ‘이거 빼’ 하는데 홍보팀은 딜(거래)을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홍보팀 B과장 역시 “홍보팀에서 괜찮다고 판단하는 기사도 윗선에서 내리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포털에 기사가 오래 떠 있으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울며 겨자먹기로 광고를 집행한다”고 털어놨다. 

▲ 100대 광고주 조사(복수응답) /자료: 한국광고주협회

사이비언론의 최신 트렌드는 경영 데이터를 활용한 방법이다. 숫자를 늘어놓고 객관적인 보도 형태를 취하지만 일부 데이터만 추려내 ‘경영난에도 고배당 잔치’, ‘임직원 고액연봉’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다. 경쟁사를 단순 비교해 한쪽은 띄우고 상대방은 깎아내리는 방식도 활용한다.

B과장은 “거짓말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불편해하는 기사들이 있다”며 “별 내용 아닌 것을 부풀려 묘하게 아프게 건드린다. 업계에서 악랄하다고 소문난 모 경제지는 최근 기자를 대거 충원했다. 조지는 기사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한 듯하다”고 꼬집었다.

사이비언론들의 먹잇감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이전한 정부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시에는 최근 매체 창간이 급증해 언론사가 230여개에 이른다. 이 중 80%는 인터넷 매체다. 세종시 인구는 18만명에 불과하다.

대기업 홍보임원 출신 C씨는 “사이비들의 생존 방식은 단순하다. 나쁜 기사를 쓰고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 수도권보다 울산, 창원, 대전 등 기업들이 몰려있는 지방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고 전했다.

이어 “1인 미디어도 많다고 들었다. 한명이 데스크, 편집국장, 기자 다 하는 거다. 100만원씩 3건만 해도 한 달 벌이는 된다. 대기업 빼고 중소·중견기업들은 사실상 맷집이 없다. 기사로 맘먹고 조지면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을 띄워주고 광고를 받아내는 형식도 종종 사용된다. 작은 매체는 기업인 인터뷰, 제품 소개기사 등 특집 기사를 써주는 대신 돈을 요구한다. “잡지에 3페이지짜리 인터뷰 기사를 실어줄테니 300만원 달라”는 식이다.

이밖에 오너2세 등 재벌가를 들먹이는 추측성 기사나 사업을 새로 추진하려는데 된다 안 된다 미리 초치는 경우, 주식 언급하며 불안감 조성하기, 팩트 묘하게 비틀어 은근히 돌려까기 등 의도가 의심되는 기사들도 여지없이 ‘거래’가 들어오는 유형이다.

소비자고발 코너를 통한 블랙컨슈머 기사도 기업들은 난감하다. 소비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주장만 담아 기사화되기 때문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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