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9.5개, 기사 쓰는 로봇이 만들 미래는?
초당 9.5개, 기사 쓰는 로봇이 만들 미래는?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6.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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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 아닌 맞춤형 기사로 승부…전문가들 긍·부정 시각 공존

로봇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초당 9.5개의 기사를 생산하는 능력은 경이롭지만, 위기론도 존재한다. 언론사 기자들의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다. 로봇이 단순 속보 생산에 뛰어나다면 일정한 형식에 맞춘 보도자료를 생산해내는 커뮤니케이터들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간과 로봇, 그렇다고 대립구도만 가능할까?


[더피알=안선혜 기자] 분기당 3000건의 기사를 쏟아내고, 프로야구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기사를 송고하는 것. 로봇 저널리즘의 도입으로 가능해진 일이다.(관련기사: 중장비 나르던 로봇 이제는 글 쓴다)

로봇 저널리즘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처리 속도에 있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AI)의 경우 초당 9.5개의 기사를 생산하는 속도로 2013년 총 3억개에 이르는 기사를 생산했다.

국내 뉴스로봇 역시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송고가 가능한 수준으로, 로봇 기사는 속보성이 요구되는 기사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야구 기사 외에도 주가(株價) 혹은 재난재해 보도 등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루 페라라 <AP> 부사장은 지난 3월 10일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현재 로봇 저널리즘을 도입하는 이유는 뉴스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속보를 받아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속보 경쟁의 가장 앞줄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속보성 외에 개인맞춤형 기사에 대한 니즈가 올라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준환 교수는 “로봇 기사의 장점은 속보성과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tion·개인맞춤형 주문제작)이라고 본다”며 “일각에서는 중립성을 로봇 저널리즘의 강점으로 꼽곤 하지만, 오히려 개인 취향에 맞춘 정보가 각광받을 것이라 본다”고 예측했다.

가령 프로야구 기사의 경우 LG팬에게는 LG의 시각에서, 삼성팬에게는 삼성의 시각에서 쓴 기사를 송고하는 식이다. 연령별, 혹은 좋아하는 선수에 따라서도 다른 기사를 전송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경기 결과를 나타내는 기본 데이터는 변하지 않지만, 각 팬의 시각에 따른 맞춤형 기사는 가능하다”며 “기자 한 사람이 각 팬의 입장을 대변해 여러 기사를 동시에 생산할 수는 없지만 로봇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때로는 디바이스별로 다른 기사를 동시에 생산하는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 TV와 PC, 모바일, 스마트워치에서 전달될 기사의 포맷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로봇이 담당하면 보다 손쉽게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때론 스마트워치에 맞춰 짧은 촌평 형태 기사가 전송될 수도, 혹은 비주얼로 표현된 기사가 탄생할 수도 있다. 다국어 지원도 로봇을 통해서라면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봇이 대체할 커뮤니케이션 영역

로봇 저널리즘은 언론 뿐 아니라 기업 내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이 교수는 “가령 기사 외에도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내는 보고서를 만들 때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곤 하는데 이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SNS에서 올라오는 유사한 패턴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봇이 작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가능은 할 수 있지만, 이걸 로봇이 해야 하나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채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건 좀 더 인터렉티브하게 가야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하는 느낌이 아니라면 만족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며 “사람이 로봇이 만든 콘텐츠로만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봇 저널리즘이 대두되면서 기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여러 명의 기자들이 처리하던 기사를 로봇은 훨씬 빠른 시간에 다량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ap통신에서 발행한 뉴스로봇이 생산한 기사. 기사 하단에 '이 기사는 오토매틱 인사이트에 의해 생성됐다(this story was generated by automated insights)'고 기재돼 있다./사진: ap통신 웹사이트 캡쳐

앞서 로봇 저널리즘을 도입한 미국 <AP통신>의 경우도 직원들로부터 기자직군의 대량 감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로봇 기사를 공급하던 AI 측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자동화로 인한 실직은 없었다고 밝혔다.

여러 의구심을 타개하듯 <AP>에선 지난 2월에 뉴스 업계 최초로 ‘자동화 에디터(Automation Editor)’라는 보직을 신설하기도. 자동화 에디터는 알고리즘 기사 작성이 가능한 분야를 탐색해 이를 도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자는 진짜 일자리를 잃을까

전문가들은 로봇 저널리즘 활용이 지금 수준에서는 주로 정량화된 수치나 고유명사 등 데이터 처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며 고도의 분석을 요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 보기도 한다.

이준환 교수 역시 “사람이 할 필요가 없는 분야를 로봇이 담당하지 않을까 한다”며 “내러티브 사이언스가 퓰리처상을 타는 것이 목표라 말했지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고 있더라도 가능한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상당히 많이 축적된 데이터 가운데서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내는 게 중요한 기사 등에 로봇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관성화된 언론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중량감 있는 기사보다는 연성화된 가벼운 기사에 몰두하고, 네이버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낚시용 기사를 생산해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로봇이 기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당장에는 로봇 저널리즘 도입이 비용의 문제에 부딪힐 테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사람을 몇 명 채용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 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단순 사실 보도와 보도자료 처리 등은 로봇에 맡기고 저널리스트는 보다 통찰력 있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기사에 몰두할 것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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