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서 B2C로…영역 넓히는 뉴스통신
B2B서 B2C로…영역 넓히는 뉴스통신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6.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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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뉴스 소매·도매 구분 사라져, 언론환경 변화-수익구조와 연결

‘뉴스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다. 뉴스를 선별해주는 ‘뉴스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생길 정도로 셀 수 없이 많은 언론사들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뉴스통신사(이하 통신사)들의 기사도 포함돼있다. 언제부턴가 포털사이트와 각 통신사들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통신사들이 생산한 기사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른바 ‘뉴스도매상’의 역할만을 해오던 예전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국내 뉴스통신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본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뉴스도매상’의 역할을 해왔던 뉴스통신사(이하 통신사)들이 포털사이트에서 일반 언론사들과 경쟁하는 듯한 구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관련기사: 인터넷 시대, ‘뉴스도매상’의 역할은?) 다만, 뉴스 플랫폼과 언론시장의 급변하는 환경에 따른 선택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보인다.

▲ <연합뉴스>의 모바일 뉴스 어플리케이션.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통신사들끼리 뉴스도매상의 역할이나 해외 뉴스를 국내에 알리는 경쟁을 했어야 하는데 매체들이 많아지다 보니 결국은 경쟁논리에 빠져든 것 같다”며 “독자들의 수가 재원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기사 전재료만 가지곤 살아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있었을 것이기에 결국 다른 매체들과의 독자유치 경쟁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상적인 말이지만 뉴스통신으로서의 본래 지위로 돌아가 원래의 뉴스도매상이나 해외 소식을 국내에 알리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국내 (일반 독자들을) 지향하겠다면 제대로 된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문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일반적인 도매상이나 산지를 직접 찾아가 물건을 소매하는 경우와 흡사한 모바일 시대 뉴스 유통구조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통신사가 돼 결국 콘텐츠 경쟁을 벌이고 있고 결과적으로 소매·도매상의 구분도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통신사들의 변화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 독자들에게 직접 뉴스를 서비스하는 해외 통신사들도 존재한다.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외래교수는 “(해외의 경우) 사진이나 카툰, 유명인사에 대한 전문기사를 제공하는 통신사들은 소매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통신사들이 기획기사나 특화된 정보를 소매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DPA나 영국의 로이터가 그렇다. 로이터는 경제기사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소매한다”고 밝혔다.

▲ 영국 로이터 통신의 ‘브레이킹 뷰스’ / 사진: 로이터 통신 웹사이트 캡처.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한국언론재단이 지난 2012년 발간한 보고서 <디지털 시대 뉴스통신사의 기능과 역할 연구>를 통해 “인터넷 모바일 등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라 뉴스통신사의 서비스가 전통적인 B2B에서 B2C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AP는 소집단이나 개인 고객이 AP의 멀티미디어 뉴스 소스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고, 로이터는 포화상태에 다다른 B2B시장을 넘어 뉴스통신사가 직접 뉴스소비자를 만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브레이킹뷰스’라는 온라인 칼럼서비스 등을 개인 소비자에게 서비스 하며, 보도채널인 로이터TV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일반 언론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은 수익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언론사들에 뉴스를 판매하고 받는 기사 전재료만으로는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 민간통신사 관계자는 “옛날과는 달리 언론사들이 (통신사들의) 콘텐츠를 구입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며 “그 길이 차단돼 있으니 살아남기 위해서 (일반 언론사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형태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신동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기사 전재료를 포털사이트에서 더 많이 받지 않느냐. 신문사들이 전재료를 많이 줬다면 포털사이트에 장사하지 않고 예전처럼 했겠지만 신문들이 어려워지면서 전재료를 자꾸 깎자고 하니 통신사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와 통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포털사이트는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유통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게이트키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런 논란을 피해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통신사 뉴스는 언조에서 자유롭고 팩트 위주이다 보니 게이트키핑 부담을 피할 수 있어 통신사 뉴스를 자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통신사 입장에서는 과거 여러 가지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온라인 전문 언론들이 나오다보니 신속성 등에서 경쟁자가 많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줄어드는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포털과의 공생, 결국은 수익문제

수익구조의 문제는 현재 통신사를 둘러싼 ‘핫 이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합뉴스>의 경우, 정부로부터 구독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민영통신사들과 불공정한 경쟁구도가 조성돼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는 지난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가기간통신사의 지위를 보장받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한국언론학회가 개최한 ‘미디어 혁명시대, 한국 뉴스통신사의 위상과 발전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김신동 교수는 “뉴스통신진흥법이 제정된 2003년 이후 정부구독료 항목으로 13년째(2015년 예산 포함) 유지된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구매 총액 규모는 모두 3920억원 가량”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연합뉴스>가 뉴스통신진흥법에 의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지위를 배타적으로 확보한 채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독점하는 현 방식은 타사의 입장에서는 불공정하게 여겨질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지원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간통신사들도 들고 일어섰다. <뉴시스>와 <뉴스1>은 최근 기획 특집란을 별도 개설하고 ‘연합뉴스 독점지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 지난 3월 한국언론학회가 개최한 ‘미디어 혁명시대, 한국 뉴스통신사의 위상과 발전 방안 모색’ 세미나.ⓒ 뉴시스

그러나 <연합뉴스> 측의 입장은 다르다. <연합뉴스>는 자사 ‘Q&A’ 페이지를 통해 “정부에서 받는 돈은 계약서상 ‘구독료’로 돼있지만 전체 금액의 90% 정도가 ‘공적 기능 수행 보전금’이고 ‘뉴스사용료’는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적 기능 수행 보전금’이라는 말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공공재’ 성격의 뉴스콘텐츠를 연합뉴스가 대신 생산해 배포하고 소요 비용을 정부에서 받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며 “따라서 연합뉴스가 받는 돈을 ‘정부 예산 지원’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유통 채널의 변화뿐만 아니라 <연합뉴스>와 민영통신사 간 대결구도도 앞으로 국내 뉴스통신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통신사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문호 이사장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양질의 뉴스를 다양한 미디어에 신속하게 공급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자기 색깔이 뚜렷한 정파적 신문과 달리 통신사는 객관적 정보를 생산, 유통하고 국민은 그런 정보를 헐값 또는 무료로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누구나 쉽게 많은 정보에 접근 가능하도록 언론환경이 변했고 따라서 통신사의 기능과 역할도 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한 콘텐츠 공급자인 뉴스통신사의 본질적인 기능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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