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서 미래 본 광고학도, 디지털로 점핑
동영상에서 미래 본 광고학도, 디지털로 점핑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6.11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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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훈철 애드쿠아 인터렉티브 사장

[더피알=안선혜 기자] 요즘 온라인을 핫하게 달군 바이럴 영상들의 중심에는 애드쿠아 인터렉티브가 있다. AIA생명의 ‘청춘 군대를 가다’, 삼성생명 ‘당신에게 남은 시간’ 등 다수의 온라인 광고들이 높은 조회수와 더불어 국내외 어워드 수상이라는 영예를 동시에 안았다. 15년 전 누가 예상했으랴. 2년 반 경력의 제작사 출신 광고인과 대학교 3학년생의 결합이 직원수 170여명에 이르는 디지털 독립광고회사로 성장할 줄은.

 

▲ 전훈철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사장. 사진: 성혜련 기자

 

# 만남

전훈철 대표가 디지털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2000년. 당시 대학교 같은 과 후배이던 서정교 대표와 웹 에이전시를 차리면서부터다. 대학 졸업 후 1997년부터 제작 프로덕션인 까치&까치에서 2년 반 가량을 조감독으로 일했던 전 대표는 문득 디지털로 눈을 돌렸다.

“TV광고 조감독을 하면서 보니 돈 있고 잘 나가는 회사들만 광고를 하고 있더라고요. 인터넷이란 매체가 매력적인 건 돈 없는 사람들도, 동네 옷가게도, 막 창업한 회사들도 광고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내가 가진 영상 제작능력으로 멋진 광고판을 만들어 봐야겠다 생각했죠. 처음 목적과는 다르게 지금도 여전히 돈을 많이 쓰는 광고주들과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요. 하하.”

그가 처음 인터넷을 배운 건 짧았던 미국 유학생 시절이다. 제작 일을 택한 계기 역시 당시 들었던 수업 덕분이다.

“온라인으로 영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시 유행했던 <인터넷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책을 더듬어 가면서 따라했어요. 학교 과 홈페이지도 찾아들어가 주소록에 나온 동문들에게 전화도 해봤는데 그러다 보니 ‘이 홈페이지는 누가 만들었지?’ 궁금하더라고요. 알아보니 서정교 대표가 만들었던 거였어요. 학교 다닐 때도 워낙 친했던 후배라 바로 전화해서 나한테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했죠.”

서 대표의 수락으로 두 사람은 사업자등록을 하고 공식적인 동업자가 됐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였다.
“그날 서 대표랑 서 대표의 현재 와이프, 저, 셋이 앉아서 삼겹살 먹으면서 우리 진짜 커다란 회사될 거야, 대박 행진할 거야 했는데… 정말 개고생했죠.”

# 도전

▲ 사진: 성혜련 기자

 

사업을 시작하고 전훈철 대표가 남다른 애정을 쏟았던 건 ‘리얼페이퍼’란 사이트였다. 일종의 인터넷 동영상 신문으로,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 다니면서 사회 곳곳의 현장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해당 사이트를 아는 혹자는 유튜브의 전신(前身)같은 느낌이라 말하기도 한다.

전송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사람들이 사이트에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서버가 마련돼 있었고 글을 적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기 때문이다.

“영상이 파급력 있게 사람에게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으로 동영상 광고를 하고 싶었지만 누가 우리에게 광고를 주겠어요. 전 사회생활 기껏해야 2년 반했고, 서 대표는 대학 3학년이었으니. 그래서 먼저 영상으로 보여주는 매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세계 최초 동영상 신문이라 자부하며 만들었죠. 하하.”

어떤 의도된 방향으로 기사를 써내려가는 것이 아닌 현장을 담아낸 동영상 클립 하나를 보여주고 당신들의 생각을 적으라는 것이 리얼페이퍼의 특징이었다. 고맙게도 당시 <서울신문>이 리얼페이퍼를 알아봐줬다.

“서울신문에서 한 꼭지 당 50만원 주던 게 우리 수익의 전부였어요. 그러다 수익이 안 나니까 1년 뒤부터는 웹사이트 만드는 일을 하면서 리얼페이퍼 활동은 못했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함께 영상을 찍으러 다니던 학교 선배 한 명을 포함해 셋이 전부였던 회사지만, 월급 지급을 위해 전 대표는 아버지께 투자를 받곤 했다. 하지만, 웹사이트 제작 업무에 주력하면서 더 이상 손을 빌리지 않게 됐다.

“그 당시에는 (웹사이트 구축이) 진입 장벽도 낮고 관심 있는 사람들도 없었어요. 지금처럼 고객사 내에서 여러 사람들이 달라붙어 코멘트 하는 일도 없었죠. 요즘은 가끔 비딩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다 된줄 알았는데, (로비 등) ‘검은 손’이 작용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떨어져서 기분 나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업 자체가 많이 확대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을 게 없으면 사람들이 물지도 않잖아요. ‘그거 돈 얼마나 된다고 로비하고 그래?’ 이런 인식이 많았다면 이제는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아진 거죠. 업 자체 성숙도도 계속 높아지는 것 같고 단가도 많이 올라갔어요.”

# 두 생활의 사나이

지금의 사명을 갖게 된 건 창업 1년이 채 안 돼서다. 애드쿠아 인터렉티브는 애드버타이징(adver­tising)과 아쿠아(aqua)의 합성어로, 깨끗하고 맑은 광고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래 후배의 이메일 아이디였던 이 이름은 짜장면 단 한 그릇에 영혼이 팔리듯 그렇게 현재 애드쿠아의 사명이 됐다.

전설 따라 삼천리처럼 애드쿠아 내에는 전훈철 대표에 관해 공공연히 전해지는 이야기도 하나 있다. 바로 전 대표의 위장취업(?)설이다.

 

▲ 사진: 성혜련 기자

 

“4년 정도 회사 운영하다가 나름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서 대표도 있고 하니, 대행사 경험을 쌓고 사람도 만나고 싶어서 오리콤으로 취업을 했어요. 프로듀서(PD)로 2년 반 정도 있었어요.”

오리콤에서 그는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여장을 하고 나와서 춤도 추면서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일종의 반도에 흔한 재미있는 대행사 직원 콘셉트였다. “오리콤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본부장으로 들어오신 분도 제가 그때 알았던 형님이에요.”

전 대표의 투잡 생활은 꽤 오래 이어졌다. 이후 이노션 월드와이드에서도 PD로 1년 반을, 실버불렛(現 피플웍스)에서는 PD 1년 반·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년 반으로 일했다. 실버불렛에 들어간 이유는 단연 CD 경험을 쌓고 싶어서였다. 입사 조건이 PD에서 CD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기간은 짧았지만, 전 대표는 이곳에서 CD로 굵직한 캠페인 하나를 탄생시키고 나왔다. GS칼텍스의 ‘아임 유어 에너지(I’m your Energy)’ 캠페인이었다.

하지만 계속 밖으로만 나돌 수만은 없던 터. 약 7년간의 바깥나들이를 청산하고 전 대표는 다시 애드쿠아로 돌아왔다.

# 대대행 금지

애드쿠아 인터렉티브가 대외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작은 보해양조 ‘월 캠페인’을 통해서였다. 2012년 진행했던 이 캠페인은 힐링 코드를 중심으로 배우 한가인과 직접 술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러 언론을 통해 조명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함께 진행했던 국내 모 유명 종합광고회사가 한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분명히 우리 회사에서 냈던 아이디언데, 마치 그 회사에서 한 것처럼 되면서 이건 아닌 것 같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도가 나간 매체에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전략적으로 대대행을 하나도 하고 있지 않아요. 4년 정도 됐어요. (대대행을 하면) 매체 수수료를 나눠야 하는 것도 문제고,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구분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요. 어떻게 하든 커다란 대행사의 그늘에 가려지곤 해요.”

이런 시도들이 이어지면서 최근엔 일련의 긍정적인 변화들이 감지된다. 가장 체감하는 건 채용을 진행하면서다. “처음 사람을 뽑을 땐 지원자가 없었어요. 면접 보고 나서도 안 오는 사람이 많았죠. 관련 학과 사람도 거의 없었고요. 요즘엔 이쪽(디지털 광고)을 진짜 해보고 싶어서 도전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구나 느껴요.”

종합광고회사에서 인력의 이동도 생겼다. “사실 3년 전만해도 종합광고회사에서 오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3년을 기점으로 종합광고회사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 이력서를 많이 냈고, 그중에는 CD들도 조금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나가는 CD들이 알아서 지원하지는 않아요. 물론 우리 인력을 뺏기는 경우도 있죠.”

# 리얼리티 홀릭

애드쿠아가 추구하는 광고는 사명처럼 다소 순수한 지향점을 갖는다.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광고를 추구한다는 것.

“올해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알바천국 ‘착한 손님, 마음을 더하다’ 광고 같은 경우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켰다고 봐요. 알바생에게 먼저 인사하고. 물건 받고 고맙다고 하고. 행동변화까지 일으켜야지 그냥 광고를 보고 재미있어만 하고 끝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이렇게 이야기하면 면접에서 이런 면이 너무 좋아서 지원했다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럼 전 말해요. 잘못 왔다고.” 결국 광고라는 건 클라이언트의 세일즈에 도움이 돼야한다는 목적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삼성생명 ‘당신에게 남은 시간’(위)과 aia생명의 ‘청춘 군대를 가다’(아래 왼쪽)은 최근 스파이크스 아시아와 뉴욕페스티벌 등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의‘착한 손님, 마음을 더하다’ 캠페인 이미지.(아래 오른쪽)

 

애드쿠아는 최근 TV광고 영역까지 바라보고 있다. 기존 TV광고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을 차용할 예정이다. 이 광고들은 애드쿠아가 바이럴 영상을 통해 보여줬던 퍼포먼스가 중심이 될 예정이다.

“같은 몰래카메라 형식이라도 우리가 했던 광고들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어떤 연출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인 것 같아요. AIA생명 때도 군대 갈 친구들 불러다가 현장에서 머리 깎고 저희가 밥 먹으면서 부모님들과 이야기 좀 하고, 그 친구들이 바로 입소했어요. 사람들이 다 연기한 것 아니냐 생각하는데 리얼이었어요. 우리가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고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담았기에 그런 생생한 표정이 잡혔고 리얼리티가 확보된 거예요. 당시 그 친구들에게 성의 표시로 100만원씩 줬는데, 일반 배우들을 쓰면 절대 100만원으로 그런 연기를 뽑아낼 수 없어요. 진짜를 담아내니 가능했던 거죠. 리얼리티가 확보되면 그 안에서 감동이라는 게 가는 거지 연출하려 하면 감동이 전해지지 않아요.”

# 디지털 연합군

애드쿠아는 최근 IT업계 핫이슈로 떠오른 옐로우모바일 산하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YDM)에 편입됐다. “WPP(세계 최대 광고그룹)에서도 옐로모바일과 계약 2년 전부터 계속 딜을 했었어요. 덴츠랑 옴니컴에서도 제안이 들어왔고요. YDM을 선택한 이유는 WPP가 똑같은 회사를 여러 개 모아놓은 것이라면 옐로 쪽은 달랐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지금 YDM에 소속된 회사들과 협업해서 퍼포먼스를 내고 있고요.”

전 대표는 YDM 합류를 놓고 애드쿠아가 바디(body)가 되어 날개(wing)를 달아줄 회사들을 많이 얻은 것이라 표현했다.

“디지털은 필드가 많아요. ATL(Above the Line)처럼 4대 매체 핸들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몸체가 돼 이 서비스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SNS 서비스, 광고대행, 리타깃팅 해주는 것 등 다양한 필드를 한군데에 맡기는 게 편해요.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하려면 소셜 대행사, 키워드 대행사 다 따로 불러서 진행해야 하는데, 하나의 오더라인(order line)을 갖는다는 건 큰 장점이에요. 단, 내부 그룹사와 일한다고 매체비를 싸게 해주거나 하지는 않아요. 똑같은 가격으로 승부를 봅니다.”

가격 경쟁력보다는 디지털 업계에서 소위 잘 나가는 회사들이 모인 시너지를 앞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의 A에서 Z까지를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다 할 수 없으니 부족한 부분을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들과 같이 가는 거죠.”

전 대표는 마지막으로 ‘늘 그랬듯이’란 대답을 남겼다. “우리는 지금 하는 모든 일이 비딩을 통해 가져온 것이에요. 한 번 관계를 맺은 클라이언트와는 오랫동안 같이 가는 편이고요. 앞으로의 계획이요? 늘 그랬듯이입니다.” 비즈니스맨의 세련됨보다는 제작자 특유의 투박함이 느껴지는 전 사장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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