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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평판자본’으로 대응하자

[전문가 기고] 명성진단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승인 2015.06.01  09:13:25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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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한은경] 2014년 말 한국의 뉴스 지면을 오래도록 채운 기사가 있다. ‘땅콩회항’으로 알려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이다. 조 전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 불만을 이유로 이륙 직전 항공기를 돌려세운 황당한 사건은 국내외적으로 이슈화됐다. 악화된 여론은 조현아 부사장 개인에 대한 비난과 사법 조치를 넘어 대한항공 기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건 발생 후, 뉴욕의 한인들은 ‘땅콩리턴(nuts return)’을 ‘막장회항’으로 규정했다. 조 전 부사장의 횡포를 대한항공 내부 직원 인권에 대한 무시이자 250명의 승객, 그리고 대한항공 주 고객인 미국 한인에 대한 능멸 행위로 비난하면서 무기한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부정적인 집단행동은 국내로도 이어져 대한항공을 포함해 진에어, 대한항공 면세점, 대한항공 관련 신용카드 등 전방위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 (자료사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은 대한항공 전체에 큰 위기를 불러일으켰으며(왼쪽), 박용성 전 중앙대재단 이사장(전 두산그룹 회장)의 막말 이메일 이슈는 개인은 물론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기업은 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위기는 기업에게 물적 자본의 손실은 물론 기업의 존폐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인터넷 환경의 발달과 대중화로 정보의 유통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정보를 생산, 열람, 유통, 소비가 가능하면서 기업의 민낯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중앙대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박용성 전 이사장이 중앙대 총장과 처장에게 보낸 대학 구조 조정 반대 입장 교원에 대한 막말 이메일이 외부로 유출되고, SNS을 타고 삽시간에 확산되면서 이사장직과 두산중공업 회장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제 조직에게 비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360도 24시간 감시되고 있다. 정보 접근성 확대와 이해관계자들의 행동주의 등으로 기업의 위기 발생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해당 조직의 위기 대처 시간은 단축되고 있다.

위기관리의 시작

평판(reputation)이란 조직이나 서비스 등에 대해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을 누적적으로 평가한 인식의 총합이다. 결국 기업평판이란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장기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집합적 평가를 말한다.

‘평판 자본’은 브랜드 자본과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사회적 자본)를 말한다. 기업이 긍정적인 평판 자본을 잘 구축하게 되면 위기의 순간 그 적립금이 위기 대응 자본으로 그 역할을 한다. 간혹 평판이 좋은 기업에게 악성 루머나 ‘∼카더라 통신’ 등 부정적인 이슈에 연관되더라도 곧바로 타격을 입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루머를 믿지 않거나 기업이 해명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받는 셈이다.

심지어 온라인 기사댓글에 해당 기업을 편들거나 대변해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대로 평판이 좋지 않은 기업은 부정적 이슈나 루머에 연루된 사실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 기사화되는 즉시 노출된 내용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거나 그럴 것이라고 의심받아 미리 여론의 몰매를 맞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긍정적인 평판 자본을 적립하고 관리할까? 평판의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는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존경받는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기업 아이덴티티 구축하기

모든 기업은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가지고 있다. 아이덴티티는 하나의 기업이 다른 기업과 구분 되는 고유한 가치이다.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기업 구성원으로부터 잠재적 고객층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존속과 성장에 관계되는 차별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의 이념이나 목표에서부터 로고나 기업명과 같은 시각적 표시물, 커뮤니케이션 활동, 직원행동, 제품전략 그리고 기업의 건물이나 오피스 등을 통해 기업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그리고 기업을 중심으로 360도에 포진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기업 아이덴티티가 올바르게 이해되고 공감을 얻을 때 비로소 긍정적인 평판이 형성된다.

평판 구축은 바로 기업 가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올바르게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중요 이해관계자 지도 그리기

기업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거나 받을 수 있는 개인이나 그룹을 우리는 이해관계자라고 부른다. 기업 규모에 따라 그 대상과 수에 차이가 있지만, 기업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자사에게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우선 이해관계자 지도(PSM:the priority stakeholder map)를 완성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관심도와 영향력을 고려해 이해관계를 규명하고 이들을 분류해 우선순위를 선정해야 한다. 기업은 인력, 예산, 시간 등 한정된 제반사항 때문에 모든 이해관계자와 관계 맺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 기업이 고객과 직원, 주주 등을 우선 이해관계자로 규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동협의회 및 노동조합, 지역사회, 매체, 금융, 경쟁사, 비정부 조직, 정부 등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따라서 중요 이해관계자 지도를 통해 기업별 특성에 맞는 전체 이해관계자의 목록을 작성하고 각 그룹이 관심을 가지는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각 이해관계자 그룹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고 상호 작용하는지 분석하고 불만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해소함으로써 평판 제고의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성격에 맞는 평판지수 개발·적용하기

해외에서는 기업 평판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해 조사, 발표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평판연구소(the Reputation Institute)에서 개발한 렙 트랙(RepTrak)이 대표적이다.

렙 트랙은 7가지 차원과 21가지 속성으로 구성된다. 즉 △제품과 서비스 △혁신성 △근무환경 △지배구조 △시민정신 △리더십 △성과 등이 중요 차원에 해당하고, 각 차원별 세부 속성이 존재한다. 이는 해외에서 개발된 척도로 국내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척도를 모든 업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업의 업종이나 환경과 사회·문화적 특성 그리고 소비자 특성 등 기업의 성격이 고려돼야 한다. 기업의 성격에 맞는 척도와 속성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 또 각각의 척도에 따른 중요도를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기업의 실정에 맞는 최적화된 평판 척도를 개발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추적 조사할 필요가 있다.

평판미디어 관리하기

기업은 자사의 고유한 아이덴티티와 기업 활동을 원활히 전달하기 위한 평판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필요하다. 트리플 미디어 중 언드미디어(Earned Media) 관리가 대세다.

언드미디어는 블로그, 카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보가 생산, 공유, 평가되는 평판미디어이다. 소비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올리고, 이를 상호 공유, 평가, 검증함으로써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광고나 기업 보도자료와 비교해 정보의 신뢰도가 높고 확산 속도가 빠르며, 효과가 크다.

언드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에 대한 이해와 이들을 기업의 우군으로 적극 유입시킬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넷세대 또는 N세대(net generation)라 불리는 젊은이들로서 태어난 순간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고 디지털 매체 운용에 익숙한 이들을 통칭한다. 이들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홍보활동, 기업관행 등을 집중 감시하고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이슈를 발 빠르게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들이 주로 활동하고 관심가지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미담사례나 올바른 정보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의 우군으로서 긍정적 이슈 전파의 빅마우스(big mouth) 역할을 하도록 관계 맺기에 공을 들여야 한다.

기업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 특성보다는 차별화된 기업 가치와 사회·문화·환경 등 공적가치 전달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가치 전달에 활용되는 정보는 사실적이고 진정성이 담겨져 있어야 하며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기업을 감시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활동은 기업에게 긴장과 불안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평판 구축과 이해관계자 관리는 위기의 순간 든든한 버팀목과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친한 친구와 연인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은경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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