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브랜드’도 생각만큼 훌륭하진 않다
‘1등 브랜드’도 생각만큼 훌륭하진 않다
  • 더피알 (max@brandigm.co.kr)
  • 승인 2015.05.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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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영의 Unchangeable] ‘워비곤 호수 효과’ 경계하라

[더피알=황부영] 미국의 코미디언 조지 칼린(George Carlin)의 조크다. “당신보다 느리게 운전하는 사람은 멍청이고, 당신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사람은 미친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반박하기가 어려운 말이 아닌가? 나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이 느리거나 지나치게 빠르게 운전한다고 우리도 생각하지 않는가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자신보다 못하다고 믿는다. 이런 근거 없는 믿음, 자기 자신은 아무리 못해도 보통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고 최소한 평균이상은 된다는 자기과신은 개인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집단, 조직, 회사도 최소한 평균보다는 잘 한다는 착각으로 자기과신의 오류는 확장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 생각만큼 훌륭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신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건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의 증상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워비곤 호수는 미국의 풍자작가 개리슨 케일러(Garrison Keillor)가 창조해 낸 가상의 마을이다. 그가 쓴 라디오 쇼, <프레리 홈 컴패니언>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이름이다. 이 라디오 드라마에서 워비곤 호수의 여자들은 힘이 세고, 남자들은 잘생겼으며, 아이들은 평균 이상으로 뛰어난 것으로 설정돼 있다. 워비곤이란 말 자체가 Woe(근심) + Be Gone(사라진)에서 나온 것이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이 유명해지면서 워비곤 호수 효과는 자기과신의 오류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정착됐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믿을 게 못 되고 평범한 사람도 대부분 스스로에게 아부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과신의 오류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워비곤 호수 효과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나는 일반 노동자보다 생산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미국의 경우 직장인 80%가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단지 1%만이 자신들을 ‘평균 이하’로 평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에선 2008년 한 구직사이트가 구직자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는 평균보다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70%에 달했고 이 중 대부분인 약 80%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워비곤 호수 효과’의 증상

아주 극적인 사례도 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존 캐널(John Cannell) 박사의 연구결과다. 통계적으로 미국 50개 주 학생들의 대입시험 평균 성적이 미국 전체 평균 성적보다 높을 수는 없지만, 모든 주 정부가 하나같이 자기네 주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전국 평균보다 높이 나왔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을 각 주의 주민들은 믿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보다 더 심하게 워비곤 호수 효과에 빠진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전문가들 입장이야 충분히 이해는 간다. 확신을 보이며 단정적으로 얘기할 때 전문가의 전문성이 보다 강렬하게 드러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전문가들의 자기과신은 두고두고 그림자를 남긴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사례이다.

“그 장난감으로 뭘 하겠소?”  - 웨스턴 유니언 오톤 사장, 벨의 제안을 거절하며
“축음기는 상업적 가치가 전혀 없다.”  - 에디슨
“미국 경제는 영원한 호황에 들어섰다”  - 계량경제학자 어빙 피셔 대공황 직전
“기타치며 노래하는 그룹의 인기는 곧 시들해 질것이다.”  - Decca Recording, 비틀즈의 녹음을 거절하며
“개인용 PC는 640K 메모리면 충분하다.” 
- 빌 게이츠, 1981


우리 모두는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출중하다고 생각하지만(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혹은 어떤 일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하는(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재능을 더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뛰어나다는 생각에 빠져 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혹은 커뮤니케이션이 탁월하다고 생각하는(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기업이나 브랜드를 우린 종종 만난다. 이런 기업이나 브랜드도 워비곤 호수 효과 때문에 한 단계 더 발전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비관적인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우리 회사가, 우리 브랜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처사라는 것이다.

파멸을 부르는 나르시시즘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다. 우리의 서비스 수준이 나쁘다고 여기면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에 젖어 있을 때보다 서비스를 개선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브랜드를 과소평가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이나 우리 브랜드를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자신의 이미지를 과신할 때, 우리는 고객보다 우리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치명적인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스를 기억하자. 아름다운 청년이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서,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로 결국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죽고 만다. 안으로 향하는 자기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파멸을 가져온다.

성공적인 브랜드들은 모두 워비곤 호수 효과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기과신을 넘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을 실제보다 높이 평가하며 스스로를 기만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든 간에, 특히 소비자들이 생각하기에 우리는 아직 완벽 근처에도 가지 못한 상태이다.

결국 우리도 사람일 뿐이며 완벽할 수가 없다. 훌륭할 수는 있어도 절대로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고객과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언제든 재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잘 되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항상 찾아내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어떻게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시작이다. 워비곤 호수 효과에서 벗어나는.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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