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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숫자들

[숫자마케팅 세계] 제품 특성 함축, 과학적 이미지 어필

기사승인 2015.04.23  10:58:45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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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문용필 기자]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표현 하나가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숫자는 참 편리한 도구다. 기본적으로는 어떤 물질의 수를 세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읽는 방식에 따라, 그리고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상징성과 의미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숫자의 장점을 이용한 마케팅 방식은 오래전부터 사용돼왔다. 지금도 다양한 방식의 숫자마케팅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와 제품의 우수성과 의미를 알리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숫자마케팅은 말 그대로 숫자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얼핏 보면 단순한 개념이지만 확장성은 작지 않다.

브랜드나 제품이름에 숫자를 삽입하는 네이밍 기법이 일반적인 가운데 다양한 마케팅 이벤트에 숫자를 전면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빼빼로데이’ 등 이른바 ‘데이마케팅’도 넓게 보면 숫자마케팅의 범주에 포함된다. 마케팅 전문가인 김준모 엠코어컴퍼니 대표는 “특정 날짜와 시간, 할인율 등을 부각해 고객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제품 가격을 활용한 기법도 숫자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할인가 990원’이나 온라인, 혹은 TV홈쇼핑에 자주 등장하는 가격 ‘3만 9900원’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를 ‘단수가격전략’이라고 설명하면서 “끝자리 숫자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로 하여금) ‘싸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일종의 착시를 일으킨다”고 전했다.

전화번호도 숫자마케팅의 대상이 된다. 여 교수는 “전화번호가 중요한 대리운전이나 배달업체를 보면 마지막 전화번호를 강하게 각인시키지 않느냐”며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서비스가 생각날 때 전화번호를 외우기 쉽게 각인하는 것도 (숫자마케팅을) 잘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마케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112, 114, 119같은 긴급전화 서비스들에도 이같은 특성이 잘 나타난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숫자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숫자는 문자에 비해 함축적으로 브랜드나 제품이 가진 상징성 혹은 특징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문가인 김상률 유나이티드브랜드 대표는 “숫자 마케팅을 활용하게 되는 경우는 제품의 특징을 명확히 숫자로 표현해 소비자들에게 과학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때 활용되곤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문자로 된 브랜드나 제품명 보다는 눈에 띌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여준상 교수는 “브랜드에 숫자마케팅을 활용하면 아무래도 독특하고 튀어 보인다. 사람들에게 강하게 인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숫자에는 의미부여를 하기 쉽고 기억하기가 좋다는 장점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 ‘990원’ ‘3만 9900원’ 등 제품 가격을 활용한 기법도 숫자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자료사진) ⓒ뉴시스

기업의 마케팅은 아니지만 각종 선거에서 후보자가 자신의 기호번호를 강조하는 것은 숫자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010이라는 번호로 통합됐지만 과거 이동통신 3사는 자사의 고유 식별번호를 앞세운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쳤다.

숫자마케팅은 성공할 경우 큰 효과를 동반한다. 김준모 대표는 “브랜드나 제품의 강점을 숫자로 표현함으로써 신뢰감과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다른 마케팅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다양한 프로모션에 접목시킬 수 있어 브랜딩 단계뿐만 아니라 꾸준히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라고 밝혔다.

감성을 과학으로 공략

숫자를 사용한 브랜드나 제품명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숫자마케팅이 활용됐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중 성공사례로 꼽히는 대표적 케이스는 애경산업의 ‘덴탈클리닉 2080’ 치약이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80세까지 유지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2080’이라는 숫자는 소비자들에게 깊게 각인돼 있다.

김상률 대표는 “치약시장은 매우 세분화돼 있어 제품의 성분을 강조하는 네이밍이 많았는데 2080은 성분을 강조하지 않고 단지 숫자 제시를 통해 과학적인 이미지를 전달해 성공한 케이스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제 2080이라는 숫자는 애경산업의 오럴케어 제품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치약뿐만 아니라 구강청결제 치간칫솔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애경산업은 2080을 활용한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 숫자네이밍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애경산업의 ‘2080 치약/사진:애경산업

남양유업의 ‘17차(茶)’도 성공사례로 꼽힐 만하다. 17가지 성분이 들어있다는 단순한 의미지만 특정성분을 네이밍으로 활용한 기존의 차 음료시장에서 차별화된 네이밍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05년 첫 선을 보인 17차는 제품군에 따라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맑은 피부로 돌아갈 시간’ 등 감성적인 표현을 사용한 문구와 결합된 ‘알파 뉴메릭(문자와 숫자의 결합) 네이밍’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롯데칠성음료의 ‘2% 부족할 때’도 감성을 자극하는 네이밍과 숫자가 결합한 사례다. 1999년 출시된 이 제품은 당시 쉽게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방식의 네이밍으로 화제를 모았고 미과즙음료시장을 대표하는 제품이 됐다. 몸에 수분이 2% 부족할 경우 사람이 가장 갈증을 느낀다는 과학적 근거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 제품명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하나의 관용적인 어휘로 사용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돋보이는 ‘숫자 네이밍’ 센스

숙취해소음료인 ‘여명808’도 독특한 숫자 네이밍으로 주목을 받은 케이스다. 발명가인 남종현 그래미 회장이 807번의 실패 끝에 808번째 제품개발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대기업들이 즐비한 숙취음료 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인 ‘여명808’이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데에는 이같은 네이밍 센스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역시 숫자마케팅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8년 르노삼성자동차가 출시한 ‘SM5’는 외래어 일색의 자동차 시장에서 숫자를 내세운 네이밍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여준상 교수는 “1~10까지의 숫자 중 5는 가운데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평가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금까지도 ‘SM7’ ‘QM5’같이 자사 제품에 유사한 네이밍을 계속 고수해오고 있다.

   
▲ 자동차 업계에서도 숫자를 이용한 네이밍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기아자동차의 ‘K5’/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의 K시리즈는 ‘3,5,7,9’ 등 자동차 등급을 상징하는 숫자들과 기아와 대한민국, 강함을 상징하는 그리스어 크라토스(Kratos), ‘활동적’이라는 의미의 영어단어 키네틱(Kinetic)을 의미하는 K를 결합했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K2와 K4도 출시했지만 홀수를 붙였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와 관련, 여 교수는 “숫자의 의미를 해석해보면 홀수가 사람들의 눈에 더 잘 들어오고 이를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모 대표는 식품업체 오뚜기의 ‘3분카레’를 성공사례로 꼽았다. 김 대표는 “3분이라는 시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3분카레”라며 “카레는 조리가 오래 걸린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3분이라는 숫자를 내세내세워 카레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또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배스킨라빈스’에 대해서도 “브랜드 자체에 31일이라는 숫자를 넣어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미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사실 이런 네이밍 기법은 상당히 오래전에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업 이름에 ‘3000’이라는 숫자가 들어가 있는 삼천리자전거다. 지난 1944년 설립된 삼천리자전거는 1952년 국내 최초의 완성자전거인 ‘3000리호’를 출시했고 이는 1979년 회사의 이름이 됐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달 자사제품인 ‘아팔란치아’와 기업이름을 결합한 ‘아팔란치아 3000시간의 법칙’이라는 마케팅 이벤트를 전개하기도 했다. 3000시간동안 아팔란치아와 함께하면 몸과 생각, 내일에 변화가 시작된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 네이밍을 넘어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 이벤트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AK몰은 삼성몰에서 BI를 변경한지 6주년을 맞아 지난달 ‘새탄생 6주년 별별 페스티벌’을 진행했는데, 숫자 6과 관련된 할인 이벤트를 통해 일부 제품을 6000원과 6만원이라는 가격에 판매했다. 모바일 앱에서 매일 오후 6시부터 600개 한정 판매한다는 점도 색다르다.

굽네치킨은 올해 1월 자사 페이스북 ‘좋아요’ 4만, 블로그 이웃 4000명 달성을 기념해 숫자 4를 이용한 ‘뜻밖의 겹경사’ 이벤트를 진행했다. 숫자 4와의 연관성을 담은 댓글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치킨상품권 4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삼성카드는 이른바 올해 초 숫자송을 개사한 ‘속풀이송’ 바이럴 동영상을 선보였다.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배우 라미란, 곽도원, 그리고 가수 장수원이 등장해 각각 가정주부와 샐러리맨, 독신남의 애환을 녹여내 재미를 담았다.

이는 자사의 ‘숫자카드’를 홍보하기 위한 영상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1년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숫자를 개별카드의 이름으로 하는 고객 중심의 새로운 브랜드 체계를 만든 바 있다. 예를 들어 ‘삼성카드 1’처럼 각각의 카드에 넘버링을 사용한 것. 숫자카드는 출시 1년 6개월여 만에 200만장 발급을 돌파할 정도로 이후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새로운 버전인 ‘숫자카드V2’를 선보였다.

삼성카드의 숫자마케팅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숫자카드를 모티브로 한 ‘숫자티셔츠’를 출시했다. 숫자카드로 해당 티셔츠를 구매할 경우에는 ‘1+1 혜택’이 제공됐다.

에잇세컨즈 브랜드 자체도 숫자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영어로 ‘8초’라는 의미를 지닌 이 브랜드는 숫자 8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중국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갖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10월 브랜드 로고를 교체하면서 여기에 ‘8秒’라는 한자를 포함시켰다.

요우커 사로잡는 ‘8’, 극단적 숫자는 No!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칭다오 무역관은 지난해 1월 해외비즈니스 정보포털 ‘글로벌 윈도우’를 통해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8은 발음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를 가진 ‘파차이(发财)’와 발음이 비슷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인을 상대로 마케팅을 벌일 때 항상 숫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아시아나 항공은 국내 최초로 중국인만을 위한 제주행 전용기 ‘제주쾌선’을 운영했다. 전용기의 편명은 8989나 8988로 정하는 등 마케팅을 벌여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고 전했다.아울러 “일반적으로 중국인은 홀수를 싫어하고 짝수를 좋아한다. 이 때문에 결혼 등의 잔치에 부조금이나 선물을 보낼 때는 항상 짝수로 해야 한다”며 “1, 3, 5가 들어가는 부조금이나 선물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칭다오 무역관은 “중국인의 숫자에 대한 집착은 한국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하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숫자를 대할 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하지만 역으로 이를 마케팅 전략의 한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현재, 그들에게 익숙하며 좋아하는 숫자를 내세워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여준상 교수는 “숫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문화권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숫자가 상징하는 바가 비교적 동질적이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숫자와 관련해서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할때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 교수는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에 빨리 띄고 쉽게 알릴 필요가 있는 저가의 제품에는 (숫자마케팅을) 사용해도 실패하면 부담이 덜하지만 고가제품이나 내구재의 경우에는 잘못할 경우 돈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삼성카드와 제일모직 ‘에잇세컨즈’가 콜라보레이션한 숫자티셔츠/사진:삼성카드

김준모 대표는 “현재 소비시장은 광고포화상태다. 마케팅 효과를 보기위해 과도한 숫자마케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100% 공짜’ ‘1만9900원’ 같이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이 초반에는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차후에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브랜드에 숫자를 삽입하는 경우에는 유행적인 요소와 브랜드의 기술요소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100이나 0과 같은 극단적인 숫자는 브랜딩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충고했다. 다만 “해당 숫자가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 된다면 숫자 마케팅 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봤다.

김상률 대표는 “너무 쉬운 숫자로만 구성될 경우 상표로써 등록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단순한 성질표시나 수량을 나타내는 숫자 네임은 식별력 문제로 인해 독점적인 권리 보호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경쟁자들이 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숫자 활용 시 이를 막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 같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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