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채널 성패, 온·오프 역할 규정에 달려
옴니채널 성패, 온·오프 역할 규정에 달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3.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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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플랫폼 타고 진화…“프로세스 리모델링 전제해야”

ICT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2015년 트렌드를 바라보는 갖가지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이에 발맞추기 위해 부산한 행보다. 온갖 설왕설래가 나오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옴니채널’이다.

온·오프라인에 퍼져있는 다양한 소비자 접점이 마치 하나의 채널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미디어들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올해가 본격적인 옴니채널의 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들도 이어지고 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기업이 스스로 옴니채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기사: ‘온·오프 경계 지우는 옴니채널 전쟁) 비콘을 기반으로 한 O2O 플랫폼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옴니채널을 도입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박민우 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스쿨 교수는 “옴니채널은 O2O환경에서 여러 전략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다양한 센서 디바이스의 활용이 증가할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 환경에서 고객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비콘과 같은 센서 기반의 실내 측위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의 대표적인 O2O플랫폼 커머스 서비스로는 ‘시럽’과 ‘얍’이 꼽힌다.

SK플래닛의 ‘시럽’은 지난해 출시됐다. SK플래닛은 전국 170만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잠재적인 파트너로 삼아 모바일 지갑 ‘시럽’과 통합 멤버십 서비스 ‘OK캐쉬백 by 시럽’, 모바일 상품권 ‘시럽 기프티콘’, 선주문·결제 서비스 ‘시럽 오더’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홍대, 강남 등 서울 시내 5개 핵심 상권에 시럽 BLE(저전력 블루투스) 서비스 존을 구축하고 지역 내 1500여개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BLE비콘을 통해 매장별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 중이다. (관련기사: [케이스스터디] SK플래닛 시럽 ‘아임 더 킹(I’m the King)’)

시럽 사용자는 앱을 구동해 400여개 제휴사의 멤버십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사용할 수 있으며, 자신이 보유한 다양한 쿠폰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SK플래닛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BLE 등을 활용해 특정 상권이나 매장에 방문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전단과 쿠폰, 할인혜택이 스마트폰 화면에 자동 구현된다.

시럽 오더는 사용자 주변의 제휴매장을 보여주고 고객이 원하는 매장의 상세 메뉴를 제공, 직접 매장에 가지 않고도 맞춤형 주문과 모바일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 할 수 있는 모바일 선 주문 서비스다. 앱을 실행시키면 주변 500m 반경 안에 있는 제휴매장을 볼 수 있으며 매장을 선택하면 해당 매장의 모든 메뉴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매장위치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 sk플래닛의 o2o서비스 ‘시럽’/사진 제공: sk플래닛

역시 지난해 출시된 ‘얍’은 모바일 앱 제작사인 열두시와 IT 마케팅 업체 아이팝콘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탄생했다. 기존의 열두시 앱의 위치기반을 기반으로 한 쿠폰서비스에 아이팝콘의 비콘 기술 및 멤버십 등의 솔루션이 탑재됐다.

얍은 전국 1만3000여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CU와 GS25 등의 편의점, 반디앤루니스, AK플라자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의 인터넷 기업인 VNG와 손잡고 베트남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베트남 버전 얍은 출시와 동시에 베트남 편의점 1위 업체인 ‘샵앤고(Shop&go)’와 제휴를 맺고 호치민 시내 20여개 매장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팝콘의 비콘서비스인 ‘팝콘’은 일반적인 BLE 방식이 아닌 고주파와 블루투스를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매장에 있는 고객 위치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위치가 확인된 고객에게 타깃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으며 고객이 앱을 사용하면서 쌓이는 구매이력과 인구 통계학적 정보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한다.

스마트해진 은행권, 맞춤형→주문형 변화 ‘잰걸음’

은행권에서도 옴니채널 바람이 불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금융에 응용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위험은 확대되고 수익성은 하락세를 보이는데 이를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 옴니채널이라는 기법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옴니채널은 소매금융(개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을 강조하는 것인데, 여러 채널을 연결하면서 최근 빅데이터나 ICT 기술의 발전을 배경으로 고객의 수요를 다면적이고 신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그간의 금융상품들이 ‘테일러 메이드(tailor-made·기성복)’ 상품을 고객에게 파는 것이라면 옴니채널은 ‘커스텀 메이드(custom-made·주문형)’를 팔기 위한 노력인 것 같다. 만약 성공한다면 금융의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o2o 서비스 ‘얍’의 구동화면/사진제공: 얍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강서진 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스마트 컨슈머를 위한 은행의 옴니채널 전략>에서 “다수의 고객 접점 채널을 보유한 은행도 대면, 비대면 채널간 융합을 통해 고객의 금융거래 경험을 극대화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진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최근 IT를 중심으로 금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인터넷뱅킹, ATM 등 비대면 채널이 크게 확대됐고 특히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인터넷뱅킹 중 모바일뱅킹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며 하지만 “비대면 채널의 경우 입출금 등 단순 거래의 비중이 높고 투자 자문, 대출 상담 등 복잡한 거래에 있어서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에서도 비대면 채널과 영업점 등 대면 채널 간 융합을 통해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의 금융거래 경험을 통합하고 개인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옴니채널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옴니채널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IBK기업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플랫폼 ‘IBK 원뱅크’를 추진하고, 여기서 금융거래를 비롯한 모든 은행거래를 자기완결형으로 처리해 고객편의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영업점과 스마트뱅킹 및 고객센터가 하나의 채널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담정보까지 공유하는 옴니채널 개념의 스마트금융을 구축하고, 향후 상품 및 채널 중심의 상담 및 판매환경을 고객중심으로 전환하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다만 고민해야 할 지점은 있다. 윤석헌 교수는 “(옴니채널은) 은행이 금융상품을 만들어 파는 패러다임에서 수요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금융서비스 제공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금융의 방식을 180도 바꾸는 것”이라며 “소비자들로부터 프라이빗한 정보를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고 바라봤다.

메이시스, 버버리의 성공사례

지난해와 올해를 기점으로 옴니채널이 화두로 떠오른 국내에 비해 해외에서는 비교적 일찌감치 옴니채널에 기반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 옴니채널 도입 현황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 중 하나는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이다. 송상화 교수는 “메이시스는 CXO(최고경영자의 총칭) 레벨의 옴니채널 담당 임원을 두고 백화점과 온라인의 재고정보를 통합하고 어디서든 제품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병곤 디지털슈퍼맨 대표는 “메이시스는 자사의 유통구조를 온라인에서의 정상가 판매와 할인판매, 오프라인에서 정상가 유통과 아울렛 유통 등 4개로 나눴다. 정상가 고객과 할인가 소비자를 정확하게 세분화해서 그에 적합한 옴니채널 전략을 수립했다”며 “오프라인의 매출이 6이라면 온라인은 4라는 비율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손현진 연구원은 지난해 1월<ICT와 리테일의 만남:옴니채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명 의류기업 ‘버버리’의 사례를 들었다. 손 연구원은 “버버리는 채널을 통합해 운영하는 옴니채널 마케팅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모든 채널에서 동일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며 기존에 갖고 있던 브랜드 정체성의 문제도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위치한 버버리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옷마다 태그가 부착돼 소비자가 입어본 옷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옷을 추천하고 있다. 아울러 전자태그의 일종인 RFID 기술을 활용, 소비자가 칩이 부착된 제품을 만지면 옆에 부착된 거울에서 제품과 관련한 동영상을 상영하기도 한다.

시스템 통합 관점서 접근하면 안돼

프랑스의 글로벌 유통업체 까르푸 계열의 편의점 ‘까르푸 시티’는 고객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후 매장에서 NFC나 QC코드를 이용해 본인을 인증하면 구입한 제품을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실행했다.

손 연구원은 “옴니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영국 최대 백화점 체인 ‘존 루이스’를 꼽을 수 있다”며 “존 루이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찾아가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and Collect)’ 서비스를 실시한 후 온라인 매출은 물론 매장을 찾는 고객수도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하기도 했다.

▲ 옴니채널 도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사진: 메이시스 백화점 홈페이지

이른바 ‘옴니채널 바람’은 불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성공사례로 불릴만한 모델이 거의 없고, 해외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옴니채널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충고를 쏟아내고 있다.

박민우 교수는 “옴니채널은 특정 IT기술이나 플랫폼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옴니채널 전략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시스템 통합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회원정보 통합이나 구매이력 분석을 통해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O2O 기반의 서비스 전략과 프로세스 자체를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교수는 옴니채널을 도입하려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에 대해 “오프라인 물류 네트워크에 온라인 택배 형태의 물류네트워크를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수반된다”며 “물류전략과 실행역량이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곤 대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한 상태에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이 대표는 “고객이 브랜드와 제품을 여러 채널에서 일관되게 느낄 수 있도록 옴니채널은 고객의 경험관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고객의 니즈를 명확히 판단하고 이들의 서비스 레벨을 높여주는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단순히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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