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무가지 ‘메트로’, ‘재계 저격수’로 돌파구 찾나
나홀로 무가지 ‘메트로’, ‘재계 저격수’로 돌파구 찾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2.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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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 오너·최고경영자 겨냥 연일 기사 맹공

[더피알=강미혜 기자] 무가지 <메트로>가 재계 ‘저격수’(?)로 나섰다. 새해 들어 연일 주요 그룹사 오너 및 최고경영자에 대해 비판적 성격이 강한 기사를 1면 톱으로 줄 세우고 있는 것.

그간 생활경제 위주의 기사를 다뤄온 메트로가 재계 움직임, 특히 오너경영에 펜 끝을 들이대는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광고매출 확대를 통한 경영난 해소를 위한 ‘기사압력’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무가지 <메트로>가 새해 들어 연일 주요 그룹사 오너 및 최고경영자에 대해 비판적 성격이 강한 기사를 1면 톱으로 줄 세우고 있다. 사진은 메트로 1면 기사들 /메트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재계를 겨냥한 메트로 기사는 대개 ‘1면 오너 사진+2면 후속 내용’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시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1월 12일자 1면에 ‘이재용 드디어…’란 제목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얼굴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2면에 걸쳐 ‘이재용 리더십’을 조명했다.

이튿날인 13일엔 ‘스마트 정의선?’이라는 타이틀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부각시켰다. 2면에선 “정 부회장이 기아차 성공의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했다”면서도 “고성능 프리미엄차와 스마트카 부분에서 갈길은 멀다”고 덧붙였다.

이어 14일자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과 ‘辛東彬 勝?’이란 타이틀을 앞세웠으며, 15일자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에 ‘최태원을 어찌할꼬?’, 16일자엔 이재영 LH사장 얼굴에 ‘도대체 어떻게?’란 제목을 각각 달았다.

이후로도 메트로의 재계 정조준은 계속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정용진 골목 ‘신세계’’(1월 20일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줘도 못먹어요’(21일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김동관 한화솔라원 상무 사진+동관아, 태양은 ‘꽝’이냐’’(22일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회장님 퇴진하시죠”’(26일자) ‘황창규 KT 회장 사진+황된 ‘황의 법칙’’(27일자) 등이 그것.

같은 달 29일부턴 ‘세습 재벌 문제없나’란 타이틀로 병역문제를 들고 나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쓸개 떼내고 軍면제’(29일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군대를 왜 가므니까”’(30일자) ‘최태원 SK 회장 차녀 최민정 사진+崔소위가 살렸다’(2월 2일자)로 이어지는 시리즈 기사를 게재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아들 구광모 씨의 편법승계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프라인이 나오기 전에 웬 영문인지 온라인 기사가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주협회 “너무 속보이는 기사”

작심한 듯 주요 대기업 오너들을 향하고 있는 메트로의 기사에 재계를 중심으로 여러 뒷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뜬금없이 총수 사진에 악의적 제목을 단다. 고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사진) 이미지 작업해 놓은 걸 보면 어떨 땐 너무한다 싶다”고 전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신문이면 새로운 팩트를 취재해서 심층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냥 기업들 아픈 부분, 상처만 후벼 파는 듯하다”며 “그마저도 기존에 나왔고 일부는 마무리 된 얘기들을 다시 들춰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기사의 목적이 결국 광고·협찬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무가지 시장에서 생존책의 일환으로 기사맹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지하철 안에서 무가지를 보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면서 무가지들은 생존기반을 잃었다. 그 와중에 메트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무가지들이 사업을 접었다. <포커스>가 지난해 4월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데 이어, <데일리 노컷뉴스>마저 지난해 7월 파산신청을 했다.

무가지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메트로는 온라인 활성화와 더불어 광고주에 대한 기사맹공을 생존전략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마지막 남은 무가지 ‘메트로’의 운명은?)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홍보팀)이 제일 껄끄러운 게 오너 관련 기사다. 1면에 오너 사진 대문짝만하게 박고 자극적 제목까지 달면 뻔한 게 아니겠느냐”며 “무가지 시장 자체가 무너진 데다 광고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다 보니 이런 식의 극약처방을 하는 듯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메트로도 사정이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한국ABC협회가 올 초 발표한 2013년도 일간지 발행부수 자료에 따르면, 메트로는 전년 대비 반토막가량 급감한 15만8619부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줄어들었다. <반론보도닷컴>에 따르면, 2011년에 389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2013년 100억원으로 축소됐고 영업이익도 38억원의 손실을 가져오며 적자로 돌아섰다. 사세가 위축되면서 점점 더 ‘광고를 부르는’ 기사에 매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광고주들의 권익 단체인 한국광고주협회도 문제제기를 했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를 중심으로 최근의 메트로 보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이른바 ‘조지는’ 기사를 내보내 광고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기사장사’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1면 기사나 편집을 보면 풍자나 해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광고를 염두에 둔) 너무 속보이는 뉘앙스를 풍긴다”며 “협회가 운영하는 ‘반론보도닷컴’을 통해 2일부터 이 문제에 대해 연속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로 “없는 얘기 아냐…광고 요구한 적도 없어”

이에 대해 메트로 편집국 관계자는 “그(보도) 부분에 대해선 말할 성질이 아니”라면서 “언론은 무한정으로, 어떤 취재대상에도 접근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도 “없는 얘기를 지어서 쓰는 것이 아니질 않느냐”고 반문하며 “(우리 쪽에서 기사를 빌미로) 광고를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언론이 기업의 잘못에 대해 비판기사를 쓰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조목조목 문제를 짚어내 ‘아픈 기사’를 써야지 오너부터 찌르고 보자 식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나쁜 기사’로만 끝날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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