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위기관리에서 ‘정직’ ‘투명’이 빠진 이유
대한항공의 위기관리에서 ‘정직’ ‘투명’이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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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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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사이트] 알고도 못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더피알=송동현] 오너딸의 ‘땅콩회항’ 사태로 불거진 대한항공의 위기를 보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동시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대한항공이란 세계적 항공사가 위기관리에 있어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 (자료사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2일 오후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 오른쪽은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기 위해 고개 숙여 입장하는 조 전 부사장. ⓒ뉴시스

기업의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사전 실패요인과 사후 성공요인을 “정직하라” “투명하라”에서 찾곤 한다. 물론 이것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성당이나 절, 교회에서 개개인에게 강제하는 말씀처럼 교조적인 성격으로만 그쳐선 안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개인을 넘어 그룹과 조직의 이슈이기 때문이다.

위기 시 기업은 집단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수의 의견, 혹은 집단 의사 결정에 반(反)한 톱(최고의사결정자)의 의중으로 어떠한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이해관계는 복잡해지고 위기관리도 상당히 힘들어진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개인과 조직의 ‘책임’과 연결돼 있으며, 그것은 기업은 물론 개인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이유에서 위기 시 바깥에서 어이없어 보이는 행동들을 내부에선 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도 살고 나(개인)도 살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한데 그 과정 속에서 기업 내 개인과 개인, 그룹과 그룹이 치열하게 부딪힌다. 이때 대부분의 기업 내부에선 생존을 위해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의사결정이 진행된다. 물론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행위들은 위기관리를 망치기 쉽다.

그렇기에 이제는 ‘기업이 정직할 수 있는(할 수 있도록)’, ‘투명할 수 있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핵심적인 대안으로 제시돼야 한다. 시스템으로 강화돼야 할 내·외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 내부 책임의 문제이다.
관리 소홀로 인해 위기를 초래했을 경우에는 응당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위기관리 과정 속에서 컨트롤 할 수 없는 변수와 결과에는 합리적인 면책 기준이 준비돼야 한다. 위기관리를 하는 개인들은 ‘자신의 생존’이 담보된 상황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또 지혜롭게 상황을 대처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 내·외부의 감시와 감독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른 정확한 조치의 문제다.
위기에 대해 기업이 정직과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외부규제와 감시기관 및 내부기업의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무단횡단 사고가 많은 도로는 안전한 신호등을 만들어 관리해야지, 매번 ‘하지마라’는 교조적 이야기만 한다면 개인과 조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무단횡단을 할 때의 시간 가치가 안전의 가치보다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건너고 싶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스마트하지 못하다.

셋째, 현명한 사회적 압력의 문제다.
대중들의 사회적 압력이 문제를 일으킨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현명해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대한항공 자체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서비스의 항공사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것은 대한항공 전 구성원이 만들어 낸 자랑스러운 성과다. 그런 만큼 ‘땅콩회항’ 사태와 관련, 대한항공 오너그룹은 국민들과 대중에게 고개를 숙이기에 앞서 대한항공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까지 수고한 내부의 이해관계자와 전 구성원들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한다.

대중들의 사회적 압력 역시 감정적인 성토나 유희적인 놀이문화에서 건설적 압력으로 변화해야 할 때다. 이제는 대한항공의 구성원들이 더 훌륭한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다시 살려낼 수 있도록 좀 더 현명한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송동현

스트래티지샐러드 부사장 겸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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