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톡 그만 뒤져” 대자보의 아슬아슬한 도발
“내 카톡 그만 뒤져” 대자보의 아슬아슬한 도발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0.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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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 ‘아홉시반 酒립대학’ 캠페인 일환, 정치 논란 점화

[더피알=안선혜 기자] “이제 내 카톡 좀 그만 뒤져. 자기야, 나 허위사실 유포한 적 없다니까. 맨날 나한테 오빠 믿지? 하더니 자기는 왜 나를 못믿어?”

언뜻 보면 연인들 사이의 투닥거림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내용이 범상치가 않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비꼬은 대자보 하나가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해당 대자보에는 “사귀는 사이에 내가 자기한테 섭섭한 거 친구들에게 투덜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왜 그게 우리 사이를 모독하는 일이 되는 건데. 욕먹기 싫으면 잘하든가. 남친으로서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내 돈 가지고 혼자 해외여행 다니는데 당연히 서운하지”와 같은 글이 쓰여 있다.

▲ 보해양조 '아홉시반 주립대학'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자보.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불평하는 듯이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카톡이랑 페북 다 뒤지는 게 말이 돼? 7시간 동안 어디 있었냐고 핸드폰 좀 보여 달라했을 땐 사생활 침해라고 난리더니”와 같은 내용도 포함, 최근 카카오톡 압수수색 및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풍자임을 짐작케 한다.

“아홉시 반이다. 이제 내 카톡 좀 그만 뒤져”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해당 대자보는 현재 페이스북 상에서만 좋아요 3만 건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고강도 비판을 담은 이 대자보는 놀랍게도 한 기업에서 진행하는 마케팅 캠페인 과정에서 나온 콘텐츠다.

지난 5월부터 보해양조가 진행한 ‘아홉시반 주(酒)립대학’ 캠페인 중 술자리에서 나올 법한 마음 속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 ‘오늘의 대자보’ 코너에 올라온 것. (관련기사: 치킨·햄버거대학 이어 ‘酒립대학’ 개교)

아홉시반 주립대학 운영 담당자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자보에 표기된 이름들은 실명이 아니며, 대학생 서포터즈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담당한 광고회사와 제작사 등과 공동으로 협의해 운영한다.

SNS에 공유된 해당 콘텐츠에는 글쓴이의 작문 솜씨에 감탄하는 의견들도 많지만, 정치적 논쟁 또한 이어지고 있다.

사측 “정치적 의도 없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다”란 점을 강조했다. 이번 캠페인의 기획 자체가 술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다루어보자는 것이었고, 이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에피소드였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오늘의 대자보는 이외에도 알바생으로 힘든 점, 술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분위기에 대한 부담감 등 현재 겪고 있는 고충들을 공감 가는 형태로 다루고 있다”며 “이번 대자보 역시 꼭 무언가 빗대려는 의도는 없었고, 다만 술자리에 있을 법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이런 성격의 콘텐츠도 나온 것”이라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마케팅활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결부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한 브랜드 전문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케팅을 위해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민감한 이슈에 너무 깊게 관여했다는 측면에서 브랜드에 위기요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윤성종 컴텍스트 대표 또한 “민감할 수 있는 성별, 정치 이야기 등은 SNS 마케팅에서 콘텐츠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며 “특히 이번과 같은 경우 논란이 커졌을 시 보해에서 사과해야 할 대상을 잡는 게 애매해진다. 정부로 잡는다면 눈치 봐서 사과하는 거냐는 2차 이슈에 휘말릴 수 있고, 그나마 대안이라면 특정 대상보다는 대중적으로 사과하는 형식으로 가야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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