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사고→질책→대책→사고…무엇이 문제인가
되풀이되는 사고→질책→대책→사고…무엇이 문제인가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10.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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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판교 참사…‘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 대한민국

20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판교 환풍구 추락 참사’다.

17일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기가 붕괴돼 16명의 생명을 앗아간 가운데 사고 원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도 ‘인재(人災)’였다. 안전규정 미비, 환풍구 설치 기준 부재, 주최측의 안이한 안전관리, 관람객의 안전불감증이 한꺼번에 겹쳐 발생했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안전에 대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전 문제는 세월호 참사로 큰 대가를 치르며 경고를 받았던 것이기에 이번 희생이 더욱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의 수렁에서 살아남으려면 각자가 자기 목숨을 챙기는 ‘안전 우선(Safety First) 행동’을 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고, 중앙일보는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 대한민국”이라고 일침했다.

동아일보는 “대도시에는 지하철이나 지하 주차장과 연결되는 환풍구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며 “환풍구가 도심 속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고, 한국일보는 “변함없는 안전불감증, 시민의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현장 모습. ⓒ뉴시스

다음은 20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20일 조간)

▲ 경향신문 =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는 한국의 안전의식 /원전과 갑상샘암 인과관계 인정한 법원 판결 /도서정가제, 제2의 단통법 우려된다
▲ 국민일보 = 잇따르는 대형사고 땜질 처방으론 못 막는다 /지속가능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어야 /파장 예상되는 '암발병 원전 일부 책임' 판결
▲ 동아일보 = 北 도발 이달 들어서만 네 차례, 평화 깨자는 건가 /제2 판교 참사 예고하는 도심 속 '시한폭탄' 환풍구 /설훈 의원의 '노인 폄훼 발언' 새정연도 같은 생각인가
▲ 서울신문 = 방만 공공기관 임금 올리며 개혁 운운하나 /세월호 6개월, 안전은 여전히 뒷전인 사회 /꼴불견 국감부터 접고 국회의원 노릇 하라
▲ 세계일보 = 기준금리 인하가 "금융회사 배불리라"는 조치인가 /판교 참사에서 다시 보는 무책임과 뻥 뚫린 안전의식 /시대 상황 역주행하는 지방의회 유급 보좌관제
▲ 조선일보 = 환풍구 붕괴, '生命 존중'이 이토록 빈약한 나라로 머물 건가 /설훈 이번엔 노인 폄하, 野 이러고도 '孝道 정당' 내세우나 /'휴대폰 정책 失敗' 기업에 책임 뒤집어씌우는 정부
▲ 중앙일보 = 공무원연금 정부 개혁안 아직도 한참 멀었다 /한국정치를 더 이상 '당론의 늪'에 방치할 수 없다 /판교 참사…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 대한민국
▲ 한겨레 = '안전사회' 만들라는 엄중한 경고 /'방산 비리'가 최대의 '이적 행위'다 /홈쇼핑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공정위
▲ 한국일보 = 변함없는 안전불감증, 시민의식도 문제다 /"세월호법 이달 처리" 또 국민 속여선 안 돼 /정부는 기업 다그치기 앞서 단통법 보완하라
▲ 매일경제 = 총리실 4대강 최종평가 공정ㆍ객관이 생명이다 /南北 빈번한 충돌 막게 하루빨리 대화 재개해야 /공무원연금 개혁안 정기국회內 꼭 통과시켜야
▲ 한국경제 = 공무원 연금개혁, 정부가 소신있게 밀어붙여라 /공공부문 임금인상, 너무 쉽게 본다 /中기업↑ 日기업→ 韓기업↓ 기업정책이 갈랐다

조선일보는 ‘환풍구 붕괴, '生命 존중'이 이토록 빈약한 나라로 머물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판교테크노밸리의 환풍구 덮개 붕괴로 16명이 사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장 안전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여당 대표는 사고대책본부를 방문해 ‘정부와 협조해 전국 통풍구를 종합 점검하겠다’고 했다. 경기도지사는 ‘행사와 건축물 안전을 특별 종합 감사하겠다’고 했다. 재난 사고만 터지면 당국자들이 이런 다짐을 하는 건 늘 보아오던 장면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6개월이 넘게 지났지만 제도·법령·조직이 바뀐 것이 거의 없다. 국가안전처를 설치하겠다는 정부조직법, 범죄 수익을 감추는 걸 처벌하겠다는 유병언법, 진상조사위원회·특검을 가동시키겠다는 특별법도 정쟁(政爭)에 휘말려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친 것도 무슨 진전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판교 참사에선 네 가지 허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건축법에 환풍구 덮개의 강도·두께·내구성·재질에 관한 조항이 전혀 없다. 둘째 당일 행사 때 진행 요원이 38명 있었지만 경찰 확인 결과 자기 역할을 '안전 담당'으로 인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셋째 주최 측이 사전에 소방서에 안전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소방서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넷째 환풍구 덮개로 올라간 사람들도 안전에 무감각했다. 결국 정부와 주최 측, 개인 모두가 인간의 생명을 지키려는 의식이라곤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안전 불감증(不感症)의 수렁에서 살아남으려면 각자가 모두 제자리에서 자기 목숨을 챙기는 '안전 우선(Safety First) 행동'을 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판교 참사…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 대한민국’라는 사설을 통해 “세월호 사고부터 고양터미널 화재, 신당역 지하철 추돌사고를 거쳐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까지. 최근 반년 사이 잇따른 믿기지 않는 대형 참사들이다. 사고가 일어나면 ‘안전불감증’을 탓하고, 안전시스템을 늘리고 안전의식을 높이자고 목청을 높였지만 정부 정책부터 시민의식까지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안전불감증, 안전 무대책은 세월호 이전이나 이후나 여전히 똑같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관리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시민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켜야 한다. 서울시 도시안전 및 학교안전예산은 2년 동안 15%가 줄었고, 최근 안전문제가 크게 부각된 원자력 안전 예산도 3년 새 15%가 주는 등 안전 예산은 거꾸로 가고 있다. 시민 안전교육 비용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안전관리 비용은 일어나지 않은 위험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인재(人災)형 재난을 피해갈 수 없다. 그만큼 소를 잃었으면 이젠 외양간도 좀 고치자”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제2 판교 참사 예고하는 도심 속 ‘시한폭탄’ 환풍구’라는 사설에서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지상에서 건물 지하 4층 주차장까지 뻥 뚫려 있다.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건물의 지하 주차장 환풍구는 어느 정도 무게를 견디도록 설치해야 하는지 안전 규정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도시에는 지하철이나 지하 주차장과 연결되는 환풍구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환풍구 덮개 주변에 시민의 접근을 막는 안전시설과 위험 표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라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변함없는 안전불감증, 시민의식도 문제다’라는 사설에서 “대형참사는 한두 가지 원인이 아니라 수많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서 일어난다. 판교 참사도 야외공연장에 대한 안전규정 미비, 환풍구 설치 기준 부재, 주최측의 안이한 안전관리, 관람객의 안전불감증이 한꺼번에 겹쳐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한가지 만이라도 원칙과 규정대로 됐어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애초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다중시설을 설계·시공하고 관리하는 담당자는 물론이고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안전 의식과 그 실천에 철두철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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