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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한 컷 만화에 “나는 핸드크림이 보인다”

웹툰 속에 녹아든 PPL…공감도 UP, 거부감 DOWN

기사승인 2014.08.29  14:07:12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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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안선혜 기자] 웹툰 속 짧은 한 컷의 그림이 요즘 심상치 않다. 차 대리가 쓰던 그 핸드크림, 시현이 아빠가 사다준 추억 속 게임기 등….

마치 드라마에서 카메라 앵글이 클로즈업되듯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물건들에 작가의 손끝이 세밀하게 움직이는 것. 실물과 똑같은 상품과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는가하면, 등장인물들은 과감하게 상품명을 내뱉기까지 한다. 바로 웹툰 속 PPL이다. 작가에 대한 호감도는 광고임을 빤히 앎에도 웃어넘길 수 있게 하는 힘. 웹툰의 ‘드립력’에 묻어가고 스토리가 주는 감동에 묻어가는 웹툰 속 광고들을 해부해 본다.

   
▲ 다음에서 연재 중인 <체리보이 그녀>의 한 장면.

“차 대리님, 혹시 핸드크림 있어요?”
“응 잠깐. 이거 써봐”
“음 이거 향 되게 좋네요. 어디 거예요?”
“록시땅 핸드크림이야. 괜찮지?”

   
▲ 네이버 연재 <가우스전자> 중.

사무실의 자연스런 일상 대화 같기도 하고, 드라마 속이라면 뭔가 대 놓고 광고를 하는 듯한 이 대화는 다름 아닌 웹툰 속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의 한 장면이다.

제품 이미지가 웹툰에 그대로 클로즈업돼 실릴 뿐 아니라 TV 드라마에서는 꿈꾸지 못할 제품명을 직접 언급하는 과감함까지 보인다.

방송이 갖는 파급력 때문에 현재 방송법은 PPL을 집행할 시 로고 노출은 가능하지만, 출연자가 해당 브랜드를 직접 언급하거나 구매 또는 이용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웹툰은 아직 이와 같은 관련 법규가 없기에 가히 PPL계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곽백수 작가가 그린 이 웹툰의 경우만 해도 전체 10컷이라는 짧은 분량 내에 3컷에서 록시땅의 이미지 혹은 상호명이 직접 노출됐다.

물론 웹툰이라고 아무런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웹툰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각 포털사이트엔 자사만의 제작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주로 이미지 사이즈라든지 스토리 흐름 방해 여부 등을 따져 포털과 광고주, 작가가 사전 협의를 한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신문법의 규제를 받는 신문 만화보다 오히려 자율적 기준을 세우는 포털의 PPL 규제가 더 엄격하기까지 하다.

이와 관련,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노출 3일 전 담당PD가 검수를 하는데, 과다광고 혹은 작품 완성도에 과하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또는 독자 CS(고객만족)가 우려되는 경우는 수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노골적인 노출이 이뤄짐에도 독자들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긍정적이다. 위의 록시땅 PPL이 실린 <가우스전자 시즌2> 83화의 경우 평균 별점은 9.92(10점 만점)로 높은 평점을 기록했고, 이용자들의 공감을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 내용들도 호의적이다.

“ㅋㅋㅋ록시땅이라고 대놓고 나와서 깜짝 놀랐네.ㅋㅋㅋㅋㅋ” “협찬계의 소녀시대 곽백수님” “너무 많이 나와서 실제로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냥 지어낸 브랜드인 줄.ㅋㅋㅋ” “좋아 자연스러웠어”와 같은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다소 다른 목소리도 존재하기는 한다. 한 누리꾼은 “요즘 이런 광고가 자주 나오네요. 참신한 마케팅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광고가 주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요”라며 애정 어린 충고를 곁들이기도.

드라마서 비난받는 PPL, 웹툰에선 재미 요소로

웹툰 속 PPL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2년 코오롱스포츠가 산악구조대원의 이야기를 담은 다음 웹툰 <PEAK>에 협찬사로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웹툰 중간 중간 등산복과 신발에 코오롱 로고가 등장했고, 이 회사가 실제로 판매 중인 제품 디자인이 그림에 반영되기도 했다.

양문영 코오롱스포츠 차장은 “기본적으로 다음에서 워낙 인기를 끌었던 산악 웹툰이었고, 산악 콘텐츠 자체가 우리와 잘 맞아 진행했다”며 “제품 판매량을 늘려야겠다와 같은 접근은 아니었고, 20~30대 신규고객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브랜딩 차원에서 진행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고 전했다.  

   
▲ 웹툰 속 PPL 사례들. (왼쪽부터) 웹툰 <PEAK>시즌4 중 주인공의 바지에 코오롱스포츠 로고가 등장했다. <마음의 소리>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는 날 텍스트로 PPL을 진행했다. 한 쇼핑몰의 브랜드 웹툰인 <스타일온>. 이 쇼핑몰이 협찬하고 있는 SBS 드라마 제목이 웹툰 중간에 등장한다.

네이버에서도 지난해 ‘페이지 프로핏 셰어(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마음의 소리>를 비롯해 <역전 야메 요리> 등 인기 웹툰 작품을 중심으로 PPL을 진행한 사례가 화제를 모았다.

소위 말하는 드립력(애드리브 능력) 강한 웹툰으로 평가받곤 하는 <마음의 소리>에서는 블리자드의 신규 게임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던 날 ‘스타크래프트Ⅱ 군단의 심장, 3월 12일 오늘’이란 문구를 스토리 속에 삽입해 PPL을 진행, 해당 게임명이 순식간에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가 실시한 PPS는 콘텐츠 유료 제공 방식 증가, 콘텐츠 연계 광고 다양화, 관련 상품 판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광고 수익 모델의 경우 △웹툰 소재나 연재 내용에 맞는 상품이 보이는 텍스트 광고와 △작품 캐릭터가 출연하는 이미지 광고 △콘텐츠 내용에 상품이 노출되는 간접광고(PPL) 등을 포함한다.

다음도 지난해 말부터 웹툰 간접광고 상품을 본격 판매하고 있다. 이전에는 작가와 광고주 간 자율적 접촉으로 진행되거나 건별로 업체와 작가를 띄엄띄엄 연결해 주던 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다음과 광고주 간 광고 게재 계약, 그리고 작가와 광고주간 제작 계약을 모두 거친 후 진행하게 된다.

웹툰 PPL에는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는 방식과 웹툰 에피소드 안에 상품이나 브랜드와 관련된 내용을 삽입하는 방식 등이 존재한다. 광고료는 작가의 인지도나 해당 작품의 인기 등에 영향을 받는데, 다음의 경우는 업데이트 당일 평균 독자수를 기준으로 과금을 한다. 포털 측에선 웹툰 간접광고의 이점을 독자들이 사전에 인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광고를 소비하면서 배너를 통한 일반 온라인 광고 대비 주목도가 높다고 보고 있다.

주요 타깃은 젊은 독자층으로, 1020세대에게는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2030독자들에게는 상품구매 및 브랜드 접점 확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네이버의 <가우스전자>와 다음 <체리보이 그녀> 등에 웹툰 PPL을 진행한 록시땅 측은 “웹툰의 경우 일단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고, 그 중엔 우리 브랜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에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이번 PPL을 진행했다”며 “처음 웹툰이란 매체에 접촉했지만, 록시땅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 웹툰에 나왔다며 관심을 보내오기도 하고, 댓글에서도 재미있다는 피드백이 와서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시장은 지난 2012년 1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2100억원, 2015년엔 약 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달 평균 순방문자수만 따져도 네이버 웹툰이 약 700만명, 다음 웹툰이 300만명 가량이다. 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접속을 제외하고 PC 및 스마트디바이스로 포털을 경유해 감상한 이용자만 포함한 수치다.

까다로운 포털 PPL 기준, 제약도 많아

   
▲ 네이버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 하단에 실린 이미지 광고. 이미지를 클릭하면 신한카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코드나인 이벤트 페이지로 이동한다.(왼쪽) 다음 웹툰 <레드스톰> 하단에 실린 영화 <용의자> 이미지 광고.

이렇듯 웹툰의 시장성은 높이 평가되고 있는 추세지만 최근 웹툰이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거나 게임, 메신저 이모티콘 등에까지 확산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웹툰 PPL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웹툰업계 한 관계자는 “포털의 PPL 기준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제약이 많다”며 “일단 광고주는 돈을 지불하는 입장이기에 본인들이 원하는 일정 범위가 있으나, 이를 넘어서면 브랜드웹툰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적절한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포털 관계자는 “광고주와 작가가 맞아야 진행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웹툰이란 플랫폼의 문제이기보다는 광고주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와 적합하게 매치되는 소재를 찾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 기업의 서비스 혹은 제품 등과 매치될 수 있는 작품들이 아주 많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작가들 또한 자신의 작품 배경과 광고주들의 업종이 일치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시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주는 PPL을 진행할 때 일단 작가와 작품이 유명한지, 즉 작품의 매체력이 있는지와 기업 이미지가 작품과 매치가 되는지를 본다”며 “그러다 보니 광고주들이 섭외하고 싶어 하는 유명작가들은 이미 괜찮은 고료를 받고 있어 광고에 얽매이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된다는 웹툰 PPL의 규정 상 전달하는 메시지에 제약이 생기면서 웹툰 하단 이미지 광고가 선호되는 경향도 있다. 하단 이미지 광고는 해당 웹툰 캐릭터들이 등장해 웹툰의 친근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비교적 메시지 전달 부분에서 기업의 의도대로 진행할 수 있는 면이 있어 최근 선호도가 높다.

초창기에는 게임 광고가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일반 기업을 포함해 영화, 드라마 등 광고주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네이버의 경우 하단 이미지 광고에 아웃링크를 걸어 각사 사이트로 유입이 가능하도록 해놓았지만, 다음의 경우는 아웃링크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진화하는 브랜드 웹툰, 장기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 한화케미칼이 지난해부터 진행했던 브랜드 웹툰 <연봉신>

요즘 기업들은 대놓고 광고 티가 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다보니 초기 기획부터 함께 기획해서 만드는 브랜드 웹툰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기존 브랜드 웹툰에서 한 단계 진화해 단순 상품 홍보성이 아닌 기업문화 등을 비교적 장기적 호흡을 갖고 전달하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화케미칼에서 지난해 7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올해 6월 시즌2로 대장정을 마친 브랜드 웹툰 <연봉신>의 경우 무(無)스펙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로 한화케미칼에 입사해 겪는 좌충우돌 직장생활을 담아내 큰 인기를 끌었다. 한화케미칼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기에 자연스레 회사의 사업 내용 등이 담기지만 비교적 긴 호흡으로 가져가면서 작위적이지 않게 스토리가 진행된다.

지난 시즌1의 경우 6개월간 22회 회당 평균 조회수 130만에 누적조회수 3000만을 돌파했고, 이 인기를 등에 업고 시즌 2 제작까지 곧바로 이어졌다. 보통의 브랜드 웹툰이 평균 조회수 20~30만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한화케미칼에 따르면 연봉신이 연재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공채 지원자 수는 3677명이었는데 연봉신이 연재된 이후 하반기 공채에선 5692명으로 상반기보다 54.8% 늘어났다. 회사에 대한 지원자의 이해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코오롱FnC는 코오롱스포츠의 웹툰 PPL로 효과를 본 후 이번엔 아예 자사 온라인편집몰 ‘바이시리즈’에 웹툰을 들여놓았다. 인기 웹툰 작가 하일권이 그리는 <도밍고씨의 흥하는 흥신소>로 2030 남성들의 연애, 인간관계, 패션 등의 고민을 30컷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에 녹여낸다.

이 회사 양문영 차장은 “웹툰 PPL이 브랜드 인지도 제고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도밍고씨의 흥하는 흥신소는 사이트로 고객을 유입시킬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재미있는 문화소비 공간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잠재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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