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도 ‘동기화’가 필요하다
브랜드에도 ‘동기화’가 필요하다
  •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원충렬 이사 (admin@the-pr.co.kr)
  • 승인 2014.08.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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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의 브랜딩 에세이] 내부브랜딩으로 장기 커뮤니케이션 효율 UP

[더피알=원충렬] 얼마 전 동네의 대형마트에 들른 적이 있다. 과일 코너를 지나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브랜드네임을 발견했다. ‘감숙왕’이란 바나나 브랜드였다. ‘가십니까?’라는 의미의 제주도 방언이자 옛 유행가요의 제목이기도 한 ‘감수광’이 떠올라서 살짝 웃음이 지어지려는 찰나 매장 직원의 똑 부러지는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

“달 감(甘)자에 익을 숙(熟), 잘 익어서 가장 맛있는 바나나, 감숙왕입니다. 하나 맛보세요. 정말 달콤합니다.”

듣는 순간 재미도 있었지만, 정말 달 것 같은 기대감이 솔솔 밀려왔다. 이 넓은 과일 코너에서 ‘감숙왕’이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내 인식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평소에 잘 사지 않던 바나나 한 송이가 내 카트에 담기게 됨은 물론이다.

이렇듯 소비자 접점에서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며 강력하다. 브랜딩에 있어 건곤일척(乾坤一擲)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싶다. 이 중요한 소비자 접점에서의 브랜드 관리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 핵심 축은 다름 아닌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에 있다.

일상에 비유해보자. 선생님이 제자에게 어떤 과목을 가르친다. 혹은 도슨트가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을 설명한다. 단순히 상대방이 알게 한다는 관점은 아니다. 제자는 수업을 듣고 그 과목을 정말 좋아하게 될 수 있다. 관람객은 설명을 듣고 그 작품을 심지어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 과목과 작품을 먼저 잘 알고 이해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너무나도 답이 뻔하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이다. 그 브랜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함에도 실제로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브랜드를 기획하거나 개발하는 단계에서의 고민들과 결정들은 의외로 마케팅 기획자의 PC 하드에서만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먼저 안에서부터

브랜딩이 무엇인지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브랜딩이 뭘까? 그에 대한 대답은 만 가지 형태로 나올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의 간격을 좁히는 작업이라고 본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 브랜드가 가지고 싶은 모습이고, 브랜드 이미지는 실제 소비자의 머릿속에 그려진 그 브랜드의 모습일 것이다.

‘달게 잘 익은 바나나’라는 가치가 아이덴티티인 브랜드가 실제로 고객에게 ‘달게 잘 익은 바나나’로 느껴지게 만드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이란 얘기다. 이러한 도식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떡인다. 다만 문제는 그게 기능하는 과정에 있다.

신경세포(뉴런, neuron)가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때 그 연결 지점이자 접점인 시냅스(Synapse)가 기능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팔을 들어올려’라는 신호를 내보낸들 실제 팔은 들어 올려 지지 않는다.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관찰해야 하는 것은 실제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만나는 접점이다.

이를 단순히 각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그 채널을 통해 유통될 콘텐츠에 대한 관리로 접근하면 브랜드 매니저는 한없이 괴롭고 힘들어질 것이다. 완벽하게 무드(분위기)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채널과 콘텐츠에 관여되는 모든 사람들이 브랜드 매니저와 동기화되어 있다면, 즉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동일하다면, 소비자 역시 그 브랜드의 참모습을 접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브랜드 매니저가 알고 있는 것을 제품기획자도, 온라인 쇼핑 담당자도, 매장의 점원도 모두 함께 알고 있어야 소비자도 제대로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위에서 말하는 바와 달리, 사실상 완벽한 동기화란 있을 수 없다. 브랜드 매니저와 매장 점원이 그 브랜드에 대해 완벽하게 똑같이 이해할 수는 없다. 물리학에서 열효율이 100%에 도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이러한 현실이 브랜드 매니저에게는 하나의 미션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안에 있는 모두가 이 브랜드에 대해 이해하고 제대로 알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내부 브랜딩의 시작이어야 하고, 100%에 가까워질수록 장기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효율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의 과감한 ‘잡지 테러’

▲ 배달의 민족에서 집행한 잡지광고. 잡지별 특성에 맞게 센스 있는 광고카피를 삽입해 주목을 끌었다.
이를 너무나도 잘 실천하고 있는 회사가 국내에 있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전문 업체 ‘우아한 형제들’이다. 근래에는 배우 류승룡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며 고구려 벽화 ‘수렵도’를 배경으로 몸부림치던 광고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밖으로 나가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상당한 일관성을 느끼게 한다.

‘키치’나 ‘B급’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들의 아이덴티티는 모든 채널과 콘텐츠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들리고, 또 그 안에서 계속 변주·확장된다. 이는 몇몇의 기획자나 관리자의 역량으로 컨트롤 될 수 없다. 조직 자체가 자신들의 브랜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유사하게 동질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일례로 일명 ‘배달의 민족 잡지 테러’라고 불리는 그들의 잡지 광고를 보자. 매달 하나의 잡지를 선정해 한 페이지 전체에 ‘먹을 때는 개발자도 안 건드린다’, ‘다이어트는 포샵으로’와 같이 그 잡지의 특성과 연관된 재미있는 문구를 채우는 레이아웃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해당 문구를 만드는 작업을 내부 공모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아이디어를 모으고 선별하는 과정을 사내에서 메신저를 통해 자유로운 참여로 진행한다고 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할 광고 카피를 대행사를 통해 시안을 만들고, 의사결정자의 컨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부 직원들이 함께 만들고 고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 모두에게 한결같이 센스 있고 경험 많은 카피라이터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관건은 그들이 한 줄 문구로 자신의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브랜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상호 신뢰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게다가 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도 하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SNS상에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 스스로가 ‘배달의 민족답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더불어 브랜드는 한 번에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 작게 꾸준히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작게 꾸준히 쌓아가는 그들의 내부 브랜딩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버킷 리스트나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사내 포스터, 회사의 주요 사안들을 재미있는 퀴즈 형태로 만들어 공유하는 ‘우아한 모의고사’같은 방식으로 지속돼 왔다.

겉으로 보이는 재미 요소들이 브랜드의 진정성을 깨지는 않는다. 그 내용에 있어서는 오히려 실제 서비스와 고객 관계에 있어서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엿보인다. 방식이 가볍고 재미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 방식이 실제로는 내부 소통과 공유로 이어지는 효과가 더욱 높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내부 브랜딩, 크든 작든 투자 뒤따라야

조직 자체의 크기가 크든 작든, 관리해야 할 브랜드가 많건 적건, 내부 브랜딩은 똑같이 중요하다. 올해 초 스톤에서는 모 기업의 맥주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해 론칭한 바 있었다. 클라이언트사 내부적으로 비밀리에 장기간 진행했던 프로젝트여서 출시 이전까지는 회사 내부의 핵심 관계자 외에는 해당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론칭과 동시에 빠른 시간 내에 브랜드에 대한 내부적인 이해를 도모해야 했다. 실제 제품 판매의 최전선에 있는 내부 직원들이 이 브랜드를 얼마나 일관되게 잘 이해하고 있는지가 브랜드 확산의 중요한 열쇠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부 고객들도 실제로는 각기 업무 영역이 다르고, 이 브랜드에 관여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각 직군에 따라 필요한 가이드의 내용과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야 했다. POP 광고물이나 판촉물 제작의 담당자, 유통점에서의 제품 진열 담당자, 각 채널별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상품화계획) 담당자들을 위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별도로 규정됐고, 실제 판매 접점에 있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브랜드의 탄생 배경에 있는 맥주에 대한 기본 지식과 브랜드의 특장점, 핵심 세일즈톡을 알기 쉽고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했다.

브랜드의 핵심은 보다 알기 쉽게 공유하고, 각각의 직군과 역할에 맞는 정보 역시 세분화해 전달하는 과정이 전개된 것이다. 흔히 만드는 BI가이드나 브랜드북만으로는 이런 모든 과제를 사실상 해소하기 어렵다. 밖으로의 브랜딩이 그러하듯 내부 브랜딩 역시 그만큼의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근래에는 포스코와 같은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도 기업의 가치를 내부로 일관성 있게 확산시키기 위해 브랜드 엠버서더(ambassador·일종의 홍보대사)와 같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 브랜딩의 효과는 단기간에 수치로 가시화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러한 시도가 반드시 기업 브랜드를 내부적으로 더욱 강하고 또렷하게 응집시켜갈 것이다.

하물며 바가지조차도 안에서 새야 밖에서도 샐 수 있다. 안에 있는 사람이 제대로 모르는 브랜드를 밖에 있는 사람이 잘 알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시작, 내부 브랜딩이 언제나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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