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 선거승리 이끈 박원순 캠프의 ‘소통 전략’
[케이스스터디] 선거승리 이끈 박원순 캠프의 ‘소통 전략’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7.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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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상 팀장 “구태, 낡은 것과의 결별 보여주고 싶었다”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궐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사실상 무승부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이번 선거의 승패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 15개 지역에서 새로운 국회의원을 선출하기에 그 결과에 따라 정국의 주도권 양상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국민정서를 고려한 선거전을 준비하기 보다, 당리당략에 함몰된 소모전만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세월호 참사 앞에 국민 중심, 소통 정치를 부르짖었던 공약이 무색할 정도다.

이 시점에서 <더피알>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6.4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선거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짚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두드러진 특징을 되돌아보고 향후 선거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전망해 본다.

① 6.4 지방선거 흐름  - 선거를 알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보인다
② 선거캠페인 케이스 스터디 - 박원순 캠프 소통 전략
③ 선거 커뮤니케이션 리뷰&프리뷰 - 전문가 인터뷰

[더피알=문용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약 13%p의 차이로 승리해 재선 고지에 올랐다. 상대후보가 7선 경력의 거물이자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여유 있는 승리라고 평가된다.

▲ 박원순 캠프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선거전에 나섰다. 사진은 선거운동 기간 중 배낭을 메고 시민들을 만나는 박원순 시장 ⓒ 뉴시스

박원순 캠프는 기존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선거전에 나섰다.

포용과 상생을 의미하는 3원색 심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상징색인 파란색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색깔인 빨간색을 과감하게 포함시켰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의 시장이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후보자가 정면을 바라보는 기존의 선거 포스터와 달리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 한 박 시장의 옆모습이 담긴 모노톤의 포스터도 파격적인 시도였다. 세월호 참사 후 시민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는 시장의 이미지를 담았다는 것이 캠프 측의 설명이다. 후보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슬로건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도 남달랐다는 평가다.

유권자에게 어떻게든 후보자를 각인시키려는 기존의 선거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비춰보면 자칫 위험부담을 안을 수도 있는 시도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성공 뒤에는 광고인 출신인 문호상 홍보미디어 팀장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숨어 있다. 문 팀장을 만나 박원순 캠프의 선거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캠프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있어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새로움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접근 방식, 크리에이티브 표현에 있어서도 구태와 구정치, 낡은 것과의 결별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순씨’의 아주 작고 소소한 캠페인을 하고 싶었고 버려서 얻는 것이 큰, 아름답고 작은 캠페인을 만들고 싶었다.
핵심은 ‘원순씨의 5.0 선거’에 바탕을 두고 진행한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콘셉트는 ‘포용과 상생’이었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진정성을 갖고 ‘시민속으로 한걸음 더’를 전달코자 했다.

특별히 새롭게 시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캠페인의 모든 것을 낡은 것과는 다르게 접근하고자 했다. 포스터나 광고 표현물의 차별화는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나의 일체화된 캠페인으로 기획했고 이를 모두 실천했다.
‘원순씨의 5.0 선거’ 캠페인은 5가지가 있고 5가지가 없는 선거다. 전통적인 유세차가 없는 차분한 선거, 네거티브가 없는 깨끗한 선거, 동원유세와 마이크가 없는 조용한 선거, 선대위 구성이 없는 작은 선거, 돈을 쓰지 않는 저비용 선거 캠페인이다. 대신 위로와 힐링이 있는 따뜻한 선거, 경청과 소통이 있는 공감선거, 시민의 일상이 있는 현장 선거, 정책이 있는 알찬 선거, 시민의 자원봉사가 있는 시민의 선거 캠페인이다.
아울러 선거 캠페인의 테마나 슬로건부터 일방적인 구호보다는 유권자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언론의 관심을 모은 공식 선거 포스터부터 캠페인 슬로건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를 비롯해 ‘배낭 캠페인’과 각종 광고, TV토론 등 모든 것이 전략적으로 기획됐다.

▲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포스터 (사진제공: 박원순 캠프)

언론이나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충격이고 새롭다고 했다.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고 응원과 지원도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자 새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움을 향한 용기 있는 한걸음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13%p 차의 압승이 이같은 반응을 전하고 있다고 본다.

SNS와 모바일을 적극 활용했는데 그 이유는.

SNS와 모바일,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다. (박 시장이) 원래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트위터로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미디어 후보이기 때문에 이같은 강점을 디지털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접목시켰다. 다만, 디지털 미디어도 또 하나의 서브 캠페인이었다.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전 대응 방안은 무엇이었는지.

네거티브에 대한 답은 네거티브가 아닌 희망과 긍정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상실과 아픔에서 헤매고 있는 국민들은 분명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듣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보와 캠프가 선거 첫날부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단호하게 선언했고, 마지막까지 깨끗한 선거캠페인을 실천했다. 네거티브는 구태와 낡은 정치의 대표적 산물이고 대한민국 정치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변해야 한다. 네거티브 없는 선거 캠페인의 실천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

박원순 캠프가 선보인 새로운 선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나.

아마 다음 선거부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여러 곳에서 이번 (선거) 캠페인의 자료와 노하우를 전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공식 선거 벽보부터 새롭게 변할 것이고 거리 현수막도 모양과 접근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근거 없는 비방이나 흑색선전의 네거티브 접근도 사라질 것이고 마이크와 유세차의 모습도 전혀 다르게 나올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구태와의 결별이자 새 정치라고 생각한다.

 

 문호상  팀장은…

금강기획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의 캠페인 디렉터와 광고총괄 대표를 지냈으며 베스트 커뮤니케이션즈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청운대 광고홍보학과와 안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도 지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시 미디어특보로 임명돼 박원순 시장을 보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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