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긴 브랜드, ‘트렌디’로 다시 태어나다
환갑 넘긴 브랜드, ‘트렌디’로 다시 태어나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06.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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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비자와의 소통 위한 변신…“‘재활성’의 장기 접근 필요”

[더피알=조성미 기자] ‘토종 콜라’를 표방하며 인기를 끌었던 ‘815콜라’가 재출시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1998년 출시돼 ‘콜라독립’이라는 애국심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다가 2004년 단종된 이 제품이 내달 2일부터 편의점을 중심으로 유통된다는 소식이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음료업계에서 장수브랜드들의 경쾌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오며 친숙하게 자리 잡은 장수브랜드들이 발랄함과 즐거움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젊은 세대와 소통, 소비층을 확대하며 100년 브랜드를 꿈꾸고 있다.

▲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칠성사이다와 밀키스, 맥콜, 오란씨 등의 음료에 70~80년대 라벨을 붙여 향수를 자극하는 7080 음료수 모음전을 개최했다.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애플의 브랜드 가치를 983억1600만달러(한화 약 110조원),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396억1000만달러(한화 약 42조원)라고 평가했다. 브랜드는 상품의 속성, 서비스는 물론 기업의 정체성까지도 담아내는 것으로, 그 가치를 잘 다져온 브랜드의 경우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부여받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통합적인 브랜드 전략이 부족, 브랜드 수명이 짧은 편에 속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2년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기업들의 브랜드 평균 수명은 약 15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년이 채 못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 원충렬 브랜드스톤 이사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좀 더 새로운 브랜드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면서도 “역으로 각 기업에서 브랜드의 수명을 길게 가져가지 않고 사이클을 짧게 가져간 것이 소비 경험으로 누적되면서 그러한 경향이 더 강해졌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경우 새로운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래된 것을 고루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를 구축하기 보다 유행에 따라 브랜드를 만들고 소비하기 때문에 쉽게 만들어지고 또 쉽게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자고 나면 브랜드가 없어지고 또 새로운 브랜드가 태어나는 상황 속에서 최근 장수브랜드들이 젊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스무 살을 넘긴 제품부터 환갑이 지난 제품까지, 장수 브랜드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트렌드에 맞춰 성분을 더하거나 새로운 패키지로 변신하고 재미있는 광고로 눈길을 끄는 등 젊은 층에 소구하는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라!

우선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팔도의 ‘비락식혜’이다. 다른 장수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젊은 비락식혜는 2007년 이후 6년 만에 광고를 선보이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김보성을 모델로 기용, 온라인에서 돌풍을 몰고 왔다. 

▲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패키지로 출시된 비락식혜 제품.

무의식적으로 자극적인 음료를 마시는 소비자들의 식습관에 초점을 맞춰 ‘우리 몸에 대한 의리’라는 광고 콘셉트를 가지고 무카페인, 무색소, 무탄산 음료라는 점을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으리’(의리의 신조어) 시리즈에 접목, 세대와의 교감에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이 급변하는 시장에 발맞춰 밥알이 없는 제품을 출시하고 기존의 캔 제품과 더불어 다양한 사이즈의 페트 제품,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컵 타입, 아이스파우치 제품 등을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팔도측은 “1993년에 출시돼 20년 동안 238mL 캔 기준으로 17억 개가 팔리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전통음료 비락식혜가 이번에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했다”며 “이를 위해 광고뿐만 아니라 온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접점에서 이 시대의 청춘들과 소통해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락식혜만큼 재미있는 광고로 화제를 모은 장수 음료브랜드가 또 있다. 1982년 출시돼 올해로 발매 32주년을 맞은 일화의 보리 탄산음료 브랜드 ‘맥콜’은 지난해부터 브랜드 리프레시(Refresh)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젊은 층에서의 인지도 향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일화는 지난해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황광희를 전속모델로 “콜 콜 맥콜”이라는 후크송으로 젊은 층에게 어필했다. 여기에 올해에는 과거 음료 시장을 지배했던 맥콜의 전성기를 다시 불러오겠다는 의미를 담아 주원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 ‘전설을 맛보리’ 편을 선보였다.

일화측은 “맥콜은 82년 발매 당시에도 젊은 음료였고, 3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젊은 음료”라며 “젊어 보이려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보여 주지 못했던 맥콜의 젊음을 다시 보여주려 한다”고 전했다.

‘젊음음료’를 지향하는 또 다른 브랜드 동아오츠카의 ‘오란씨’는 1971년 탄생해 불혹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상큼한 탄산의 젊음을 상징하는 제품이다.

이렇게 오란씨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올 수 있었던 중심에는 바로 오란씨걸이 있다. 출시 이후 광고를 통해 다양한 매력의 오란씨걸을 선보여 왔던 오란씨는 지난 2010년 신예 김지원을 발탁해 아직까지도 오란씨걸로 불릴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최근에는 에일리를 모델로 기용해 건강한 아름다움의 오란씨걸을 선보였다.

이러한 오란씨걸과 더불어 오란씨의 아이덴티티를 지켜주는 또 하나의 요소는 CM송이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로 시작하는 CM송은 세월과 트렌드에 맞춰 변화해오며, 2014년에는 에일리가 특유의 가창력으로 소화해 열정적이고 더욱 발랄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특히 오란씨 CM송은 제품의 변화와 더불어 조금씩 변해왔는데, 지난 2010년 오란씨가 단순한 플레이버 탄산음료를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맛과 건강을 생각하는 음료로 비타민C을 첨가하고 천연과즙과 천연색소를 사용, 칼로리를 기존 제품 대비 1/3 낮춰 출시하면서 CM송에도 ‘비타민씨 들어가고 칼로리는 낮아졌네’라는 가사가 추가되기도 했다.

▲ 왼쪽은 1978년 오란씨의 포스터(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1986년과 2010년 오란씨 광고에 등장한 오란씨걸 김윤희(위)와 김지원(아래)의 모습. 오른쪽은 최근 오란씨의 새로운 모델로 발탁된 2014 오란씨걸 에일리.

장수브랜드, 살아온 시간만큼 멀리 내다봐야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는 1950년 탄생해 환갑이 넘은 브랜드이다. 남녀노소 즐기는 국민음료로 올해 탄생 64돌을 맞은 칠성사이다는 그동안 ‘맑고 깨끗함’을 브랜드 콘셉트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 온데 이어, 올해부터는 기존 친숙한 이미지에 ‘젊음’과 ’청춘’라는 키워드를 추가했다.

이렇게 탄생한 ‘맑고 깨끗한 청춘은 별이다’라는 주제로 청춘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 배우 이현우와 진세연을 캐스팅한 광고를 온에어한데 이어, 공간이동 자판기 등 팝업 스토어 이벤트를 실시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공간이동 자판기 영상’은 유튜브에 업로드 후 12일 만에 조회수 2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단한 현실에 지친 이 시대 청춘들에게 스타가 되는 멋진 경험을 선물하고자 했던 취지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오랜 친구 같은 이미지의 장수브랜드 칠성사이다에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불어넣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측은 “청춘들과 소통하고 보다 색다른 경험을 전달하는 ‘감성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펼치며 ‘젊은 칠성사이다 만들기’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음료업계에서 장수브랜드의 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에 대해 원충렬 이사는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명제대로 장수브랜드는 오래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이미 시장에서의 힘을 갖춘 브랜드로, 이러한 마케팅에서도 그 힘을 재활성(Revitalizing)하겠다는 장기적 계획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그 단기적 매출 향상을 위한 접근이라면 오히려 장수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계의 말을 전했다.

이어 “장수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계획하고 개발하는 시점에서 이 브랜드의 수명과 미래상을 현실적으로 예측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식으로 성장해갈 수 있고 어떤 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고객에게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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