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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계, ‘선도 언론’이 사라졌다”

[언론 현주소 진단 좌담 ①] 공영방송의 독립성, 해법은?

기사승인 2014.06.09  10:22:14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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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KBS 노동조합원들이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뉴시스

“요즘 취재 현장에서 KBS 기자는 ‘기레기 중 기레기’다. 순간순간 비겁함이 모여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 아닌가. 반성한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난 5월 7일 KBS 막내기자 10여명이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린 ‘반성합니다’ 글은 언론계 전반에 걸쳐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각종 오보와 자극적·선정적 보도, 인권 침해가 난무하는 언론계 곳곳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대한민국 언론도 침몰했다는 자조적인 한탄이 뒤따랐다. 진작부터 곪을 대로 곪아 있던 언론 상황이 세월호를 계기로 마침내 치부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급기야 KBS 이사회는 지난 5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보도통제 의혹을 샀던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언론다운 언론의 역할을 사회 전체가 고민하는 지금, <더피알>은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를 밀도 있게 진단하고 개선을 위한 대안과 향후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참석자 <가나다 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장, 이하 김 교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하 김 사무처장)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전 한국일보 기자, 이하 배 교수)
우장균 YTN 해직기자(전 한국기자협회장, 이하 우 기자)
추창근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하 추 실장)
사회-최영택 더피알 발행인

사회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에 대한 비난 여론이 솟구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언론이 이렇게까지 비난 받은 적이 없는 듯하다. 언론의 어떤 문제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지, 지금 대한민국 언론계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싶다.

김언경 사무처장(이하 김 사무처장) 언론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세월호가 계기가 돼 국민적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보 문제가 심각했다. 실제 상황과 언론 보도의 괴리가 너무도 컸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하지 않고, 정부가 주는 재료만 받아쓴 결과다. 잘못된 정부 대응에 대해 언론이 비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여기에 선정적 보도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재난상황에서 피해 당사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보다, 구경꾼(시청자)들을 위한 보도를 일삼았다. 매체 간 치열한 속보경쟁 속에서 시청률을 올리고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눈물샘 자극, 흥미 위주의 보도가 너무 많았다.  

   
▲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교수(이하 김 교수)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근본적으로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더 이상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언론사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전반적인 경향이 그렇다. 무엇보다 언론계 전체를 이끄는 ‘선도 언론’이 사라졌다. 신문의 경우 정파적 대립구도가 10여년 간 지속되면서 각각의 주장들이 정파적인 것으로만 해석돼 왔다. 그러면서 신문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고 저널리즘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기 어려웠다. 방송은 최근 6~7년 사이 공영방송 및 준공영방송이 큰 갈등을 겪을 정도로 정부 침해가 반복돼 왔다. 저널리즘 가치를 따질만한 상황이 아니었단 얘기다. 종편의 등장도 무시할 수 없다. 종편은 강력한 선정성을 앞세워 지상파가 낮게나마 지켜왔던 저널리즘 수준을 아예 붕괴시켰다. 언론계의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오래 간만에 세월호와 같은 큰 재난상황을 준비 없이 맞았고, 결과적으로 여러 보도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 추창근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추창근 전 논설실장(이하 추 실장) 앞서 김 사무처장이 지적했지만, 세월호로 그동안 언론계에 잠재됐거나 단편적으로 드러났던 문제, 심각한 위기의 실체가 까발려진 느낌이다. 재난시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게 급선무다. 물론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정부기관을 통해 중계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야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오보에 오보를 거듭했다는 점은 국민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세월호는 수많은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대 사안이었다. 언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확한 취재를 통한 보도에 만전을 기해야 했는데 속보경쟁, 단독보도의 욕심, 낙종에 대한 두려움에 함몰돼 서로서로 부정확한 보도를 양산했다. 과정상 상당한 인권 침해도 이뤄졌다. 수백개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아무나 붙잡고 취재하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검증 없이 진실인 냥 포장해 전파시켰다. 그 모든 것들이 어찌 보면 한국 언론의 고질병, 치부라고 할 수 있는데 세월호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배정근 교수(이하 배 교수) 전적으로 공감한다. 세월호가 우리나라 시스템 문제의 결정판이듯, 세월호 참사에서 불거진 언론 문제도 그간 내재해왔던 구조적 문제가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속보 지향이다. 기본적으로 언론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가 속보다. 여기에 포털과 종편 등이 등장하면서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언론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언론계의 고질적 문제가 개선되기보다 악화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과 같은 대형 사고에서도 빨리 보도하려고 서두르면서 대형 오보를 냈다.
또 하나 한국언론의 문제가 관변주도의 보도 행태다. 많은 언론사가 정부부처나 기관이 발표하면 사실 검증을 위한 노력 없이 거의 그대로 보도한다. 세월호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은 정부발표를 근거로 엄청난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대대적인 구조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현장에서 피해 가족들이 체감하는 바는 전혀 달랐다.
언론사 내부로 보면 경험 없는 기자들을 현장으로 내보내는 관행도 문제다. 재난상황이나 대형사고 시 대부분의 언론사가 입사한 지 몇 년 안 된 기자들을 보낸다. 경험이 없는 기자들로선 가서 무엇을, 어떻게 취재해야 할 지 모를 수밖에 없다. 유사한 재난 때마다 비슷한 보도문제가 똑같이 반복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설사 재난을 경험했다 하더라도, 몇 년 뒤엔 새로운 막내기자들이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계속해서 같은 실수다. 한국 언론의 이런 구조적 문제들을 보면 세월호와 함께 언론도 침몰했다고 하는 세간의 이야기가 상당히 타당한 비판이라고 느껴진다.

우장균 기자(이하 우 기자) 기자들이 샐러리맨화 되면서 기자정신을 저 멀리 어디 깊숙한 곳에 던져놓지 않았나 싶다. 세월호 초기 전원구조 오보만 해도 그렇다. 방송사 데스크급 정도라면 정부 발표에 대해 한 번쯤은 합리적 의심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러질 않았다. 사견(私見)이지만 방송 종사자들이 자리보전에 급급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언제부턴가 방송사 40대 이상의 시니어 기자들 사이에선 권력에 추종하면 적어도 자기 자리는 지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노골화된 것 같다. 세월호 사고에서 그 어떤 합리적 의심 없이 정부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고 전원구조로 보도한 것도 정권과 대통령이 흔들리면 내 자리도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일말이라도 작용하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여러 차례 지적됐듯 특히 국민들 사이에선 공중파 방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크다. 오죽하면 KBS, MBC 기자들마저 자사 보도에 불만을 갖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개선을 위한 행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드러난 방송보도의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 사무처장 기본적으로 재난시엔 방송을 많이 보게 된다. 사태 추이 파악에 있어 생중계되는 방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세월호 사태에서 방송보도 내용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됐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구조 활동에는 집중하지 않고 겉핥기식 보도를 했다. 한 마디로 방송이 초기 대응,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을 못줬다. 대대적인 구조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 내용이 사고 현장의 분위기와 완전히 괴리된 사실도 방송에 대한 국민 불신을 높인 결정적 이유가 됐다. 많은 유가족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방송만 했더라도 생존자가 한 명은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우 기자 KBS는 국가재난주관방송사임에도 사고 초기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냈다. 공영방송인 MBC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이후에는 또 어땠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세월호 희생자수를 비교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사퇴까지 했다.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민간잠수부 사망과 관련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을 압박하는 등 한국 사회의 조급증이 빚어냈다는 내용의 보도로 비판받았다. 이런 보도 행위를 개인적 실수나 단순 해프닝이라고 보지 않는다. 방송이 권력과 유착되면서 빚어진 불가피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법으로는 KBS 사장만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비공식적으론 그 외 MBC, YTN, 연합뉴스 등도 결코 정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방송사 인사권이 사장으로부터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부장, 시경 캡 등으로 라인을 타고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KBS 내부의 반성도 최초 막내기수를 통해 불거졌듯, 방송사 상부로 갈수록 권력과의 깊은 유착관계가 의심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채널들이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로 곪아있던 상황이 세월호를 계기로 터진 듯하다.

김 교수 실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주장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구조가 오보일 수 있다’는 현장의 문제제기를 MBC가 묵살했다고 한다. 하나의 사례지만 이후 왜곡보도들을 보면 데스크에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 사무처장 지난달 21일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MBC가 최초였고 이후 YTN, SBS, 채널A 등 다른 방송사들로 오보가 쭉 전파됐다. 더 결정타는 KBS 보도였다. 재난주관방송사이고 영향력이 가장 큰 채널인 KBS가 가장 늦게 똑같은 오보를 낸 것이다. 심지어 그 시기가 SBS 등 다른 방송사에서 전원구조는 오보였다고 정정한 이후였다. 방송사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 이해를 하려고 해봐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통신사나 다른 방송사 보도를 베끼고, 그대로 따라가는 언론계 관행이 세월호 줄오보 사태에도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번 기회에 잘못을 명백하게 밝혀 책임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보 낸 기자들, 방송사들도 거기에 책임을 지우는 상징적 선례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우장균 YTN 해직 기자.

우장균 기자께선 2008년 구본홍 전 YTN 사장의 선임에 반대, 출근저지와 사장실 점거농성을 주도하다 해직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방송계 돌아가는 행태에 대해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다. 현재 방송사 시스템에선 이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건가.

우 기자 해직되기 전 2002년에 YTN 노조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사장 추천위원회제를 만들어 정부 입김, 외부 압력으로부터 선을 긋고자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그 제도가 없어졌다. 결국 언론노사가 합의해서 합리적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정권 바뀌고, 낙하산 사장이 와서 없애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셈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방송 독립, 사실 현재로선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관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지금 언론이 가장 비난을 받는다는 말에는 동감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자유가 최악인 시기는 또 아니질 않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퇴만 해도 여론, 시민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시민단체 등 감시기관들이 바깥에서 언론을 채찍질하고, 언론 내부에서 자정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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