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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톡스’ 사라지고 ‘머니톡스’만 남았다

[홍보 진단 전문가 좌담 下] 홍보인 개인기 실종…언론관계 중심 탈피해야

기사승인 2014.05.30  09:51:15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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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좌담은 각계 현직에 계신 분들의 솔직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전하고자 참석자들을 익명 처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참석자
- 기자출신의 기업 홍보임원(이하 홍보임원 A)
- 홍보 한 우물을 판 대기업 홍보임원(이하 홍보임원 B)
- 온오프라인 매체를 두루 아는 중견 언론인(이하 중견 언론인)
- 오랜 PR 경험이 있는 PR회사 대표(이하 PR회사 대표)
- PR실무를 잘 아는 대학 교수(이하 학계 교수)
- 30년 경력의 전직 대기업 홍보실장(이하 전직 홍보인)


홍보하는 입장에선 언론이 무너지다 보니 홍보도 무너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언론관계, 기자와의 스킨십이 홍보활동의 중요한 축이었는데, 그 축이 흔들리다 보니 홍보의 역할 수행이나 홍보인의 역량 발휘가 어려워지고 있다.


   
전직홍보인
과거엔 홍보인 스스로 개인기를 발휘할 수 있었다. 기자와 관계를 잘 만들어 놓으면, 그를 통해 좋은 기사를 키우고 아픈 기사는 축소시키거나 경우에 따라선 빼기도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홍보인의 스킬이 필요 없어졌다. 언론이 (광고·협찬 등의) 돈을 요구하니까 기사를 통한 홍보가 아니라 돈에 맞추는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외적으론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홍보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하는 인식이 자리 잡히고, 홍보임원들 역시 (회사) 바깥으로 (기자들 만나며) 돌기보다 오너나 CEO 곁에서 사내정치에 더 힘을 쏟는다. 홍보 기능이나 홍보인 능력에 대한 평가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중견언론인 요즘 기자들 사이에서 환영 받는 홍보인은 옛날처럼 기사를 위한 자료나 기획거리를 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면 땡큐 아닌가? 가령 언론사의 특정 행사에 맞춰 어느 홍보인이 ‘성의표시 할 수 있도록 위에 잘 말씀드리겠다, 타 매체 대비 조금 더 신경 쓰겠다’ 하는 말 하면 그건 정말 고맙다. (언론사) 안에 들어와서도 고과평가에 가점이 될 정도의 공(功)으로 인정받는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이게 현실이다.

PR회사대표 언론 때문에 홍보가 죽는다는 말은 지금껏 홍보가 지나치게 대언론관계, 퍼블리시티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기업홍보(인하우스)는 물론이고 PR회사(에이전시)들도 대부분 퍼블리시티에만 집중해 왔질 않나. 예전에는 기자들 만나서 술 마시고 주말에 골프치고 관계 잘 유지해서 좋은 기사 지면에 싣고, 부정적 기사는 들어내면 홍보 좀 한다고 평가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관행이 홍보계에 몇 십년간 지속돼 왔다. 반면 외국에서는 언론관계에 의존도가 우리보다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PR인이 미디어 트렌드 변화는 주목해도 특정 매체나 기자 관계에 집착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 대신 회사가, 혹은 고객사가 5년 10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할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GE가 ‘굴뚝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으로 탈바꿈한 것과 같은 아이디어가 한국 홍보인들 머릿속에서도 나와야 한다. 결국 지금은 좋든 싫든 생각의 판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구태의연한 대언론 중심의 홍보에서 벗어나 진짜 PR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홍보인들 스스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학계교수 홍보인들이 개인기를 발휘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에 동의한다. 언론의 머니톡스(money talks)가 심해지니까 홍보인 입장에서 휴먼톡스(human talks)하기가 어려워지는 게당연하다. 다만, 해외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홍보(인)만 왜 유독 미디어(언론)에 집착하는가 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미국과는 법부터 다르다. 미국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언론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활동이 강력히 금지되기 때문에 미국기업에선 우리처럼 홍보팀이나 PR팀이라는 이름도 잘 쓰질 않는다. 기업이 대언론 담당자를 통해 기사의 톤앤매너를 바꾸려 하는 활동을 대놓고(?) 할리도 만무하다. 또 하나, 우리나라(홍보)가 미디어 의존도나 집착이 강한 요인으로는 문화적 차이 즉, 그룹 소사이어티(group society) 영향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들이 아는 정보를 나만 모르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런 식의 집단문화, 그룹소사이어티가 강하게 발현되다 보니 미디어 탄력성이 높고, 공중(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도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전직홍보인 대한민국 홍보인들이 언론관계에 집착하고 기자관리에 신경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경영이라는 지배구조 특성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처럼 전문경영인 시스템이라면 인하우스에 홍보실을 둘 필요가 없다. 바깥에 있는 PR회사들이 브랜딩이고 퍼포먼스고 더 잘 하는데, 구태여 왜 내부에 홍보조직을 만들겠는가. 오너경영이다 보니 별도 홍보조직을 꾸려 언론이 자기(오너)를 공격하는 기사를 막는 기능을 심는 거다. (기사를) 막아야 하는 홍보인들은 당연히 언론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거고. 그래서 오너경영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홍보도 미디어 의존도에서 벗어나긴 상당히 힘들다는 생각이다.

PR회사대표 기업홍보가 언론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건 인정하지만, 대언론 중심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PR)회사 매출구조만 해도 몇 년 새 전통적인 언론홍보대행의 비중은 줄고, 컨설팅이나 위기관리, 대관 쪽으로 상당 부분 넘어갔다. PR회사가 언론홍보 외 다른 활동들을 많이 하게 됐다는 건 그만큼 외부에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대언론 위주의 홍보에서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PR업계 내에서도 이런 변화가 생기는 거다. 단적인 예로 과거엔 언론홍보 파트에서 CSR팀으로 옮기면 ‘좌천’이라고들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엔 고생 덜하면서 회사 가치 높일 수 있는 일 하게 됐다고 괜찮다는 반응들도 많다. 기업 내부 홍보인들의 이런 인식 자체가 홍보활동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홍보의 제대로 된 기능이 대언론관계에서 탈피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PR활동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에서 인하우스(기업) 홍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언론홍보 중심인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이제는 나쁜 기사를 막는 위기관리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한 견해는.

PR회사대표 PR은 크게 보면 IR(투자자PR), PA(대관), M&A 커뮤니케이션 등 20여가지가 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기업은 이 많은 활동 중에 딱 하나, 미디어관계에만 천착해 왔기 때문에 PR, 홍보가 바로 설 수 없었다. 홍보의 더딘 발전, 어찌 보면 후퇴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홍보인들 스스로 자승자박한 경향이 짙다.

전직홍보인 그 말도 맞지만, 홍보인이 자승자박하게 된 건 오너나 CEO가 그것(언론홍보)만 원하기 때문이다. 언론에 나쁜 기사 안 나고 평온하게 유지되면 홍보활동 잘 하는 것이라고 여겨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꼭 문제 터지고 근근이 기사 막아야지만 위에서 (홍보팀에)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들을 한다. 언론홍보 외, 가령 기업이미지광고를 정말 멋들어지게 만들어서 좋은 평가를 받아봐야 나쁜 기사 한 건 막는 것만 못한 게 현실이다.

홍보임원A 경영자 마인드가 변하지 않고 조직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홍보 관점에서만 원사이드로 변화를 추구하는 건 쉽지 않다. 여전히 홍보는 언론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를 떠나 기본적으로 언론은 툴(수단)들이 많지 않나. 기사로 (기업을) 공격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론을 조성해 압박하면 당해낼 수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광고나 협찬 때문에 언론이 자극적인 ‘거리’들을 찾아다니는 지경이다. 메이저고 마이너고 수많은 매체가 뒤엉켜 각자 의도를 달성하기 위한 왜곡이 난무하다. 그래야 기업이 앗 뜨거하고 언론사 요구를 들어주니까. 언론이 기사가 아닌 아랫도리(광고)를 채우는 데에 더 급급한 모습을 보며 때론 홍보인으로서 참 회의가 들기도 한다.

전직홍보인 언론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홍보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계기가 법적대응은 아닐까? 실제 최근 기업과 언론사 간 갈등이 법적문제로 커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고…. 이제 홍보(기업)도 악의적인 기사에 대해선 법적대응이라는 단호한 칼을 뽑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학계교수 법적대응에 앞서 언론중재위를 통한 자구노력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해야겠다. 또 거시적으로는 언론 소비자들 즉, 공중이 자각해서 언론이 바로 서고 홍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중견언론인 같은 맥락에서 PR이 PR다우려면 정보소비자들(대중)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는 힘들다고 본다. 아무리 오너들이 혁신적인 사고를 갖고 ‘우리그룹은 언론보도에 상관 안해’라고 한들 천만의 말씀. 안 된다. 상하좌우 권력관계로 이뤄진 한국사회에서 기업은 기업 혼자만이 아니라 규제기관과 정치권 등 모든 대외환경과 연관돼 있다. 내부 방침을 꼿꼿이 세운다 해도 메이저, 마이너 하나씩만 (기업 관련 기사들을) 붙잡고 터뜨리면 어떤 기업이라도 손들고 만다. 홍보하기 쉬우려면 CEO 마인드가 변하면 된다는 생각, 어찌 보면 너무 이상적이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전통언론이 힘을 잃어가고, 전통언론과 상생해 오던 전통홍보도 자연히 힘을 잃게 되는 형국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홍보가 제 역할을 못해서, 언론횡포나 독자기만이 횡행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도 해본다. 그러면 앞으로의 홍보는 어떻게 가야할 것으로 보나.

홍보임원A 지금 우리(홍보인)가 할 수 있는 건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조금씩이라도 무언가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현실 가능한 측면에서 봤을 때 홍보인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은 콘텐츠다. 사실이 아니다 했을 땐 수정하는 과정, 때론 연대해서 해결해 나가는 긍정적 기법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오보에 대해 반보(半步) 앞서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반론하는 것도 그 일환이 될 수 있겠다. 너무 급하면 체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수정해 나가다 보면 그 변화가 찻잔 속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도 확산되리라 본다.

학계교수 포털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소위 ‘카더라’하는 확인되지 않은 기사들이 포털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포털사이트 자체에서도 예방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 더 자정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큰 기사에 대해선 기업의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홍보임원B 더 근본적으론 광고에만 의존하는 언론사 수익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한국언론도 해외처럼 판매수익을 높이고 다양한 루트에서 매출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과감히 문 닫아야 하는 것이다. 여태 망했다는 언론사 한 곳도 들어본 적 없다. 언론시장에도 냉정한 시장경제논리가 적용돼야 하는 시점이다.

중견언론인 진작부터 언론사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들었어야 했다. 콘텐츠를 베이스로 파생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이 많은데 언론사들이 그동안 그런 노력을 게을리 했고, 변화를 무시해 오늘날과 같이 광고에 목매는 처지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기존 기득권, 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해 영업하고 협찬 받으려 행사를 개최하고, 고만고만한 사생아(유사매체)를 만들 생각만 하지, 킬러 콘텐츠를 끄집어내기 위한 심각한 고민들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5~6년 전 어느 누가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매체가 나올 것이라 예상 했었나. 그렇다면 5~6년 뒤엔 어느 매체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PR회사대표 언론사가 너무 쉬운 경영만 택하고, 또 (인하우스) 홍보가 거기에 맞춰주다 보니 에이전시쪽은 피해자 입장이다. 우수인력 뽑아놓고 언론에 ‘을’로서 버텨내라고 하는 것도 경영자로서, 홍보선배로서 더 이상 못할 일이다. 10년 전 100이었던 피(fee)가 지금 60~70 정도라면 말 다한 것 아닌가. 이런 피 구조로는 도무지 답이 없다. PR업계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언론사 분들이 나와서 차리는 회사도 PR회사, 인하우스에서 퇴직한 분들이 만드는 회사도 PR회사인 게 현실이다. 전문화된 PR과 전략 홍보를 위해 관련 업계가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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