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전략 핵심은 ‘공감 가치’
브랜드전략 핵심은 ‘공감 가치’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5.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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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판매’에서 ‘관계’로 변화

[더피알=김지헌] 만약 주위 사람들에게 마케팅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그들은 지식수준과 상관없이 가치(value), 만족(satisfaction), 관계(relationship)와 같은 단어들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필자의 교육경험에 비춰볼 때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이들 단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더 나아가 브랜드전략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다소 과장된 얘기일지 모르나, 이 때문에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100세에 근접하고 있지만 브랜드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먼저, 두 명의 자동차 영업사원의 예를 통해 가치와 만족, 또 관계가 어떻게 하나의 스토리로 통합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한 자동차 회사에서는 다음 달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 있다. 구 모델의 재고소진을 위해 이번 달에 구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 한해 10%를 할인해주는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판매실적이 좋은 영업사원에게 특별 보너스 및 승진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임을 대리점들에게 통보했다. 단, 고객들은 다음 달에 신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때 영업사원 A는 자신의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신모델이 출시될 예정임을 알리지 않고 프로모션의 혜택만을 강조해 상담한 고객 100명 전원에게 구모델을 판매했으며, 이달의 우수 판매원으로 선정돼 특별 보너스를 받고 승진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영업사원 B는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신모델 출시계획을 알린 후 고객 스스로 선택하게 해 상담한 고객 100명 중 10명에게만 구모델을 판매할 수 있었다. A, B중 누가 ‘마케팅’을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마케팅 개념에서는 B가 정답이다. 영업사원 A와 B는 판매(sales)와 마케팅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판매는 단기적인 매출실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마케팅은 지속적인 가치의 교환을 유발시키는 관계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판매가 마케팅의 핵심이었지만, 오늘날의 마케팅에서는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이 더 중요시 되고 있다.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에 집중하라 

영업사원 A는 당장은 많이 팔았지만, 다음 달 신차가 출시될 때 구모델을 구입한 고객들의 거래 만족도가 낮아져 재방문 고객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관계형성에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영업사원 B는 단기적인 매출실적은 부진하나 구매고객의 거래만족도가 높고 향후 재방문 고객이 증가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을 잘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Toyota)는 렉서스(Lexus) 브랜드의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만족한 고객 한 명이 평생 기업에게 돌려줄 수 있는 가치)를 약 6억원으로 추정하고 고객과의 신뢰할 수 있는 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요컨대, 소비자는 기업과의 ‘가치’ 교환 과정(예,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에서 거래에 ‘만족’할 경우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향후 지속적인 가치교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처럼 가치, 만족, 관계는 별도의 개념이 아닌 하나의 고리(loop)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반복되는 소비자 반응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브랜드전략과의 관계를 알아보자. 100년 이상의 생명력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요약하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기반으로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을 구축한 후 원칙 있는 일관된 행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가치-만족-관계’의 선순환 구조는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의 중요성을 소비자가 공감하고 기업으로부터 이를 지속적으로 제공받고 있다고 느낄 때 시작될 수 있으며, 그 결과가 브랜드자산(brand equity)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이 주장한 골든서클(Golden Circle) 이론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준다. 사이먼 사이넥은 2009년 <스타트 위드 와이(Start with why)>라는 책을 출간한 후 TED 강연에서 골든서클 이론을 소개했다. 해당 동영상의 시청 횟수가 무려 1000만회를 넘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골든서클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WHY(왜), HOW(어떻게), WHAT(무엇을)의 3개 층으로 구성된 원을 의미하며WHY는 존재의 이유, HOW는 WHY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 WHAT은 HOW의 결과를 각각 의미한다. 그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설득메시지의 출발점과 그 중심에 항상 WHY가 있어야 하며, 원을 구성하는 3개 층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감 통해 ‘가치-만족-관계’ 선순환 이끌어내야

이를 브랜드전략에 적용하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열광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WHY)를 중심으로 브랜드정체성을 구축하고 원칙이 있는 방법(HOW)과 일관된 행동(WHAT)을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함을 의미한다.

HOW와 WHAT은 경쟁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모방이 쉬운 반면, WHY는 매우 어렵다. 브랜드가 출시되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애플의 마니아가 많은 이유도 ‘WHY-HOW-WHAT’ 방식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브랜드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면, “애플은 현실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하라는 가치를 믿습니다(Why). 이를 위한 방법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지닌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을 만듭니다 (How). 그 결과 이처럼 훌륭한 컴퓨터를 만들어 냈습니다(What). 사고 싶지 않으신가요?”

애플 브랜드의 추종자들은 애플이 가진 ‘도전정신’의 가치 즉, 브랜드정체성을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애플의 노력과 방법, 또 그 결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디자인, 사용자 친화적인 기기는 경쟁 브랜드가 모방할 수 있어도 애플의 도전정신과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생각을 모방하기는 쉽지 않다.

브랜드 전략의 시작과 중심에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는 가치의 교환과정에서 고객만족을 이끌어내고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해준다. 긍정적 관계는 또 다른 가치교환의 무대로 소비자를 이끌고 더 큰 만족을 통해 더 확고한 관계를 구축하여 브랜드자산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이 팔고 있는 물건이 ‘WHY’를 얘기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 만약, HOW와 WHAT에 집중하고 있다면 곧 경쟁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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