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움직이면 역풍” 비통한 분위기에 몸낮춘 PR
“잘못 움직이면 역풍” 비통한 분위기에 몸낮춘 PR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4.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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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벤트 줄줄이 취소, 광고 중단까지…일부 무리한 마케팅 구설 오르내리기도

▲ 자료사진=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비통함에 빠진 상황에서 기업들 또한 PR활동을 자제하면서 한껏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PR활동에서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예정됐던 이벤트나 행사를 취소하는 경우가 상당수로, 일부 주류업체에선 광고까지 중단했다. 실종자 가족, 혹은 사고수습 지원에 나선 기업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세월호 사고수습 지원에 동참한 모 기업 홍보 관계자는 “잘못 움직이면 역풍이 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하고 있다”며 “좋은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실종자 가족에게 누가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적극적으로 지원활동을 홍보하기보다는 문의가 오는 내용에 대해 응답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이러하니 내부 행사나 이벤트성 행사를 자제하고 분위기에 맞춰 조용히 지내자는 활동 스탠스를 잡아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한 활발한 마케팅이나 홍보활동이 펼쳐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중치 못한 홍보/마케팅 활동으로 뜻하지 않게 후폭풍에 시달린 기업도 있다. 지역대리점의 ‘문자메시지 실수’로 인해 곤혹을 치른 코오롱스포츠가 대표적.

▲ (사진=코오롱스포츠 홈페이지 캡쳐)
코오롱스포츠의 모 지역 대리점은 지난 18일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한 통 발송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문자메시지에는 “지금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가족분들의 마음을 어찌다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함께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온 국민의 바램과 기도가 더해져, 제발..제발 무사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는 글이 담겨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내용이지만, 그 아래로 “더 늦기전에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객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20, 40, 60, 80, 100만원 이상 구매시 2, 4, 6, 8, 10만원 즉시할인” “7%적립” 등 할인행사를 홍보하는 표현이 뒤따라 빈축을 샀다.

해당 대리점이 세월호 사건을 의도적으로 이용해 마케팅을 하려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민적으로 민감한 시기인지라 단단히 ‘미운털’이 박히게 된 것이다. 본사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이에 코오롱스포츠는 문자발송 당일 회사 공식 트위터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데 이어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서 코오롱스포츠는 “이번 문자는 대리점 차원에서 단독으로 해당지역의 일부고객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본사는 해당 내용을 확인한 즉시 문자수신 고객들에게 사과문자를 발송토록 조치했다. 해당 대리점주에게는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건으로 인해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해당 대리점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본사 차원에서도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점장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으며 매장도 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기업이 마케팅 및 PR활동에 더욱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셜 위기관리 전문 밍글스푼의 송동현 대표는 “국가적 재난과 재앙, 사고 시에는 개인과 기업들 모두의 기도와 바람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모아지도록 마케팅, PR 커뮤니케이션의 휴지(休止) 기간과 그를 통한 빈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기업들 또한 국민정서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국민들과 한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성급한 조의 및 과장된 애도 표현을 금지하고, 새롭게 진행 예정인 이벤트나 마케팅 활동은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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