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PR은 물건을, 정치PR은 사람을 판다”
“기업PR은 물건을, 정치PR은 사람을 판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4.04.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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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의 승부사’ 정치컨설턴트의 세계<下>

[더피알] 기업 관련, 일반적인 PR컨설팅과 정치컨설팅은 어떻게 다를까? 정치컨설턴트는 후보자를 알리고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PR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러나 선거는 승자와 패자 둘밖에 없는 처절한 전쟁이다.

▲ 자료사진=제5회 전국동시 6·2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010년 5월 20일 서울 서대문구에 수많은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뉴시스

마레커뮤니케이션 이재관 대표는 “재계에서는 휴대폰 점유율 1위 삼성 갤럭시와 2위 애플 아이폰이 같이 살아남지만, 선거에서 2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그만큼 정치컨설턴트들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파는 물건도 다르다. 기업은 제품을 팔지만 정치컨설턴트는 사람을 판다”며 “상업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고를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컨설턴트들은 주요 이슈를 읽고 후보자의 논리와 엮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술 대표는 “기업 PR은 ‘이 상품은 좋은 제품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정치PR은 우리 상품 얘기는 안하고 ‘저쪽 상품이 나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예컨대 00보험에서 우리 상품 얘기는 아예 안하고 저쪽 상품이 쓰레기입니다 라고 말하는 셈이다. 그 상품에 질린 사람들이 우리 상품을 사도록 유도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대중심리학에 따르면 유권자는 당선을 위해 투표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낙선을 위해 투표장에 간다. A가 좋아서 찍는 것이 아니라 B가 싫어서 A를 찍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윈컴 김능구 대표는 “잘못된 PR은 소비자의 반발과 기업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불러오지만 잘못된 정치인을 홍보하면 국민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정치컨설턴트는 안목과 원칙,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PR은 사건이 터지면 해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정치컨설팅은 오히려 일을 터뜨리는 데 목적이 있는 점도 다르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한계와 정착과제

▲ 자료사진=오는 6.4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홍보포스터와 책자, 기표소 등을 점검하는 모습. ⓒ뉴시스
정치컨설팅은 ‘선거의 핵’으로 떠올랐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정치컨설팅 중 메시지 구상 등 측정하기 힘든 부분은 선거비 보전 항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컨설팅업체들은 홍보물, 여론조사 등 부대비용을 통해 이를 충당한다.

김 대표는 “선관위에서 컨설팅 비용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컨설턴트들이 머리 짜내야 하는 메시지나 전략 구상보다는 돈 되는 홍보물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총선과 지방선거 등 큰 선거가 2년마다 치러져 비선거시기에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도 정치컨설팅 정착의 걸림돌이다. 유명 정치컨설팅 업체들도 평소에는 일반 홍보업무 등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비용 한도가 정해져 있어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선거철에 ‘한몫 챙기자’는 식의 영세 홍보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컨설팅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 최근에는 인쇄업체와 여론조사 업체까지 정치컨설팅에 진출해 전문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재술 대표는 “정치컨설팅에 진출한 모 여론조사 업체는 후보자 홍보물을 붕어빵처럼 찍어낸다. 여야 후보자가 배경은 물론 카피도 거의 비슷하다. 사진만 바꿔 내놓는 셈이다. 대신 엄청나게 싸게 물량을 뿌려댄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 때 우후죽순 생기는 1000여개의 업체들은 기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덤핑 작전이나 선거브로커 형식으로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며 “덤핑이 봇물을 이루니 정치컨설팅 시장이 황폐해지고, 후보자들도 멋모르고 계약했다가 선거 끝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치컨설팅이 정치 산업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해법에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김 대표는 정치컨설턴트 협회를 만들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네거티브를 지양하고, 정치컨설팅 보수(fee) 개념을 정립하는 등 선거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관 대표는 대학에 정치컨설팅 학과를 만들어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술 대표는 정치 산업은 미래 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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