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의 승부사’ 정치컨설턴트의 세계
‘선거판의 승부사’ 정치컨설턴트의 세계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4.04.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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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메이킹, 슬로건 개발, 홍보·연설문 작성 등 선거전반 관여<上>

[더피알]히말라야를 정복한 산악인의 영광 뒤에는 이름 없는 셀파(sherpa)가 있다. 무거운 짐을 지고 한발 앞서 걷지만 정상에 닿는 순간, 조용히 뒤로 물러선다. 이름난 정치인 곁에도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 바로 정치컨설턴트다. 메시지 하나가 승패를 가르고, 2등(낙선)은 살아남지 못하는 냉혹한 전장. 그 속에서 역풍을 뚫고 당선을 일궈내는 ‘선거판의 승부사’ 정치컨설턴트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정치컨설턴트란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 후보자들의 모든 활동을 컨설팅해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한마디로 선거판의 설계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기초·광역의원 선거를 계기로 전문직업인으로 탄생한 이후 이제는 정치인에게 없어선 안 될 ‘도우미’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컨설팅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후보자 이미지를 만들고, 선거 슬로건과 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고 유세차량 섭외, 홍보물·연설문 작성, 언론홍보 등 선거전반에 관여한다.

최근에는 ‘감성정치’가 유행하면서 옷차림 등 외적인 것은 물론 손짓, 걸음걸이 등 행동 하나까지 챙기는 이미지 메이킹도 중요해졌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후보자들의 SNS를 관리해주기도 한다.

실제 후보 컨설팅 과정을 들여다보면 ‘선거는 과학’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다.

우선 정치컨설팅을 의뢰하면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성장배경을 듣고 정치철학은 무엇인지, 당선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녀 등 주변인은 어떤지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캐묻는다. 이후 스왓분석(SWOT)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상대후보 분석과 비교해 선명한 대립각을 세운다. 우리 후보가 돋보이는 부분을 강조하고,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는 효과적인 전략을 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출마를 원하는 지역구에서의 PI(정치인이미지) 조사와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유권자를 대상으로 FGI(심층면접조사)도 병행한다. 유권자가 지역 정치인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를 알아낸 뒤 이를 기초로 홍보와 선거 전략을 수립한다. 후보자의 이미지 포지셔닝, 지역구 상황판단, 공약과 쟁점이슈 등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다.

인뱅크코리아 이재술 대표는 “선거라는 큰 판을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 그에 따른 슬로건과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슈파이팅과 언론전략, 상대 후보와 차별화되는 구도 잡기 등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전략을 짠다”고 강조했다.

▲ 2012년 11월 27일 공개된 여야 대선 주자 tv 광고. 이미지 메이킹도 정치컨설턴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당선과 낙선만 말하는 사람”

선거는 스포츠와 전쟁이 합쳐진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처럼 일정한 룰 안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패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치열한 세계다. 이 대표는 “정치컨설턴트는 오직 당선과 낙선만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컨설턴트는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다. 모든 행동의 기준은 오직 표를 더 가져올 수 있느냐, 없느냐로만 판단한다. 이 때문에 네거티브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후보의 장점을 홍보하는 것보다 상대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도 선거운동의 80%는 네거티브로 이뤄진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목적을 보면 당선운동은 물론 낙선운동도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정치컨설턴트는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의 옳고 그름을 떠나 득표에 이득인지 아닌지만 따진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대운하’라는 이슈파이팅을 시도했다. 이 공약은 훗날 ‘4대강 논란’을 불러왔지만, 선거 당시에는 유권자의 관심 끌기에 성공했고 상당수 표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이 경우 정치컨설팅에서는 ‘먹히는 전략’인 셈이다.

유권자와 ‘스파크’가 일어나는 선거 전략을 짜는 것도 컨설턴트의 주요 업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선거를 3개월 가량 앞두고 불쑥 행정수도 이전론을 던져 충청권 득표 전략에 성공했다. 경쟁자 이회창 후보는 고향이 충청도였지만, 민심이 흔들리면서 상당수 표를 빼앗겼다.

정치컨설턴트는 이처럼 급변하는 선거판을 읽고 흐름을 가져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 만큼 이슈에 민감해야 하고, PR과 위기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컨설팅을 하려면 그 지역 이슈부터 유권자가 원하는 게 뭔지 빠짐없이 파악하고 메시지를 짜내는 등 스트레스가 많다. 맡은 후보가 낙선할 때는 면목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했다.      <계속>

 

 정치컨설팅 말말말

“내가 대머리인데 상대 후보를 대머리라고 공격할 수는 없다. 공통적인 강점과 약점은 버리고, 이걸 뺀 나머지 부분이 전투지역이 된다”
이재술 대표가 컨설팅의 스왓분석을 소개하며… 자신의 대머리를 예시로 설명.

“정치컨설턴트는 오직 당선과 낙선만 얘기하는 사람”
이 대표가 정책의 옳고 그름은 훗날 판단하는 거고, 컨설턴트는 오직 선거 승리를 위해 싸운다고 강조하며…

“사람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보면 안다”
한 컨설턴트가 선거 패배한 후보에게 돈 떼인 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선거에 지더라도 패배를 인정하고, 딱 덮고, 다시 재기 노리는 사람이 나중에 성공한다고.

“이미테이션이 더 오리지널 같다”
정치컨설팅 업계에서 컨설팅 간판을 내건 ‘떳다방’식 홍보업체를 비판하며 하는 말. 근데 짝퉁이 가격은 싸잖아요. 따라할 순 있는데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는 없는 거죠. 

“이명박 후보는 대선 당시 경제를 역설하며 강한 이미지를 만들고, 국밥집 할머니에게 욕 얻어먹으며 국밥 먹는 모습에서 서민적 이미지를 연출했다”
한 컨설턴트가 후보의 고유 이미지는 강하게, 보조 이미지는 서민적으로 가는 게 좋다고 설명하며…

“정치외교학과 교수들, 그 사람들 선거 나오면 다 떨어질 사람들이다. 명함 한 번 돌려본 적 없다. 현실 정치판을 하나도 모른다”
한 컨설턴트가 정치 컨설팅도 학문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배우는 정치와 현실 정치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

“선거의 3요소는 바람, 구도, 텃밭이다. 특히 시군구청장은 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선거에서는 중앙에서 어떤 이슈가 오는지, 상대후보와 경쟁구도를 어떻게 설정할지, 지역 분위기는 어떤 지 빠른 판단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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