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신뢰도 바닥일 때 PR업 황금시장”
“사회적 신뢰도 바닥일 때 PR업 황금시장”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4.02.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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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학회세미나] PR활동, 전략인가 목적인가 고민해야

[더피알=이슬기 기자]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는 정부, 이해관계에 얽힌 언론에 대한 공중의 신뢰도는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다. 기업은 한해 3조원을 CSR에 투자해도 불신은 여전하다고 아우성이다. PR 전문가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한국PR학회와 에델만 코리아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한국사회의 신뢰성 제고와 공중참여를 위한 PR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기획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업계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은 ‘신뢰와 참여를 통한 사회적 가치실현과 PR’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조삼섭 숙명여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에는 오창우 계명대 교수, 이진로 영산대 교수, 정원준 루이지아나주립대 교수,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 한기봉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콘텐츠 기획관과 앞서 발제를 한 홍문기 한세대 교수와 유선욱 한라대 교수가 참여했다.

▲ 한국pr학회는 지난 6일 오후 '신뢰와 참여를 통한 사회적 가치실현과 pr'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유선욱 한라대 교수, 이진로 영산대 교수,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 홍문기 한세대 교수, 조삼섭 숙명여대 교수, 한기봉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콘텐츠 기획관, 오창우 계명대 교수, 정원준 루이지아나주립대 교수.

한기봉 문체부 기획관은 정부 신뢰도의 하향 추세에 대해 “MB정부 때 장밋빛으로 그리던 4대강만 해도 현 정부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등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 큰 사람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양 극단으로 치닫는 언론 사이에 중립적 역할을 할 목소리의 필요성이 있다”며 집단지성을 언급했다.

언론 입장에서의 신뢰도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뉴스의 가치는 신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 철저한 사실(fact) 확인으로 그릇된 주장 저널리즘의 폐해를 극복하는 길이고 신뢰를 얻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보통 사람들은 내용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이 앞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따르면 협상의 성사여부는 내용이 7%, 절차가 38%, 유대관계가 58%의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유대관계, 신뢰가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협상론의 대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환자가 많으면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듯 사회적 신뢰도가 바닥인 우리나라는 PR업계의 황금시장인 셈이라고 본다. 의사가 전문성을 가지려면 진찰과 진단이 엄밀해야 하듯, PR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신뢰 증진에 전문성을 발휘해 PR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료출처 = ‘2014년 에델만신뢰도 조사’(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오창우 계명대 교수는 기업 CSR을 둘러싼 논의에서 “과연 CSR을 필두로 한 PR활동이 전략인가, 목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PR은 공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마케팅 영역의 일환으로 취급되는 현 상태에서 하루빨리 커뮤니케이션으로 귀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CSR, CSV 등 사회적 가지 창출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윤리 경영이 전략적 목적이 아닌 ‘시민정신의 실현’이 돼야 한다. PR전문가들은 각 기업에 가장 적당한 방법을 제시하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원준 루이지아나주립대 교수는 신뢰의 조건을 짚었다. “신뢰는 장기적인 시간을 들여 구축하고 확립된 굳건한 믿음을 이르는 것, 이중 ‘장기적’이란 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리하며 현대자동차의 미국 몽고메리 공장 건설 사례를 들었다. 정 교수는 “당시 지역 주민들과의 대립이 심각했으나 ‘현대는 우리 브랜드다’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지역의 복지, 고용, 장학제도 등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했다”고 설명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회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왔느냐의 문제이고 PR활동을 전개하는 기업과 정부는 공중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SR 투자해도 신뢰 증진 안되는 이유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기업PR에 집중되자 사회를 맡은 조삼섭 숙명여대 교수는 “왜 우리 기업들은 CSR에 투자해도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라며 기업이 정말 좋은 사례를 몰라서 안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 자료출처 = ‘2014년 에델만신뢰도 조사’(클릭하면 큰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유선옥 교수는 우리기업의 공중 이해부족을 지적했다. 유 교수는 현대자동차의 4행시 프로모션을 언급했다. 당시 현대차는 호평을 기대하며 SNS에서 ‘제네시스’로 4행시를 짓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비난, 조롱, 불신 표현 등이 넘쳐났다. 유 교수는 “기업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 공적가치 실현에 관심이 없는 얄팍한 방식, 일방적 방식은 공중의 반감만 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 역시 기업이 CSR활동의 실패 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전경련에서 기업 관계자들에게 질문하면 ‘우리는 PR전문가들의 지시대로 했다’고 말한다. PR전문가들은 CSR에는 공적가치, 신뢰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여기지만, 하위구조와 영향을 주고받는 요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기업이 공적가치를 내세워 CSR활동을 펼쳐도 총수의 배임, 계열사의 순환출자 등 치명적인 요인이 공존한다면 앞선 활동을 아무리 해봤자 신뢰가 쌓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공중이 기업에 대한 신뢰를 한 번에 날리면, 기업 또한 공중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한다. PR의 역할은 각 단계와 영역을 개별적으로 분류하고 큰 방향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기업에 제시해야 한다. 기본이 탄탄하게 구축한 신뢰라면 하루아침에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 어떤 신뢰도 한방에 날려버리는 강력한 요인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요인을 사전에 분류하고 단계별로 설정,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정리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에델만 2014년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발표자 알렌 반더몰렌 에델만 글로벌 부회장), ‘한국사회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PR의 역할 모색’(홍문기 한세대 교수), ‘신뢰의 조직-공중관계 구축을 위한 참여와 공유가치 실현, 소통 방안의 모색’(유선욱 한라대 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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